![식구들과 함께 밥상 행복 느끼십니까?](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14/12/15/201412150500029_2.jpg)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 세끼’의 한 장면(위)과 포스터.
일상에서 결핍된 것은 늘 새롭게 갈구되고, 이는 멋진 새로운 이미지로 포장되기 쉽다. 하지만 우리는 ‘킨포크’ 잡지에서 나올 법한 서구적 스타일을 이미지로 소비하고 싶은 게 아니다. 단지 집밥이 먹고 싶은 거고, 식구와 함께 밥을 해먹고 싶은 거다. 그동안 우리에게 없던 ‘잃어버린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갈구이기도 하다. 우리가 현대화, 도시화, 산업화를 받아들이면서 가장 먼저 버린 것 가운데 하나가 식구끼리 삼시세끼 얼굴 보며 밥 먹는 것이 아닐까. 우리 시대는 밥상에서마저 효율성을 강조하고, 집밥도 상품으로 만들어버렸다.
아울러 자급자족에 근간을 둔 농사나 텃밭 일구기 문화도 잃어버렸다. 과거엔 누구나 했지만, 대도시에 몰려 살게 되면서 우리가 버린 것일 뿐이다. 아이러니한 건 우리가 원래 하다 포기해 이제는 하지 못하는 것들을 다시 하자는 욕구가 생겨났다는 점이다. 그중 하나가 전 세계 선진국에서 열풍이고, 심지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백악관에 텃밭을 일구게 한 시티팜(city farm)이라는 도시농업이다.
킨포크나 시티팜은 서구에서 시작된 트렌드지만 전 세계가 이를 공유하고 받아들이는 중이다. 특히 선진국을 비롯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지역에서 이런 트렌드를 더 일찍 받아들였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여유를 갖고 일상을 돌아보게 되는데, 그런 과정에서 좀 더 본질적인 행복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돈을 많이 벌고 지위가 높은 게 행복이라고 여기던 시절도 있었다. 물론 여전히 그걸 고집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제는 진짜 행복을 일상과 자기 자신에게서 찾으면서 가족, 친구들과 어울리고 즐거워하는 게 중요한 삶의 가치임을 깨달아가는 중이다.
요즘 시대엔 어려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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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食口)는 한자로 밥 먹는 입, 즉 같이 밥 먹는 사람이란 뜻이다. 한 집에 살아도 같이 밥을 먹지 않는다면 식구가 아닌 셈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가족은 있지만 정규적인 식구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여느 맞벌이 부부가 다 그렇겠지만, 현실이 우리가 식구 되기를 어렵게 만들지 않는가. 하루 세끼, 그것도 식구와 함께 먹는 날이 일 년에 얼마나 될까. 평일에 한 끼 같이 먹기는 월중 행사 수준이고, 주말에도 한두 끼 같이 먹기도 버겁다. 가만 생각해보면 삼시세끼를 식구와 함께 하는 때는 딱 두 경우다. 부모 집에 가거나, 다 같이 여행을 멀리 떠났을 때. 특히 부모 집에선 평생 식구라는 의미를 지켜온 부모의 룰을 따르기 위해서라도 밥상을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그리고 해외여행이건 국내여행이건 식구와 여행을 가면 세끼를 함께 먹는다.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소문난 맛집을 빼놓지 않고 들르려는 아내 덕에 먹는 끼니 수보다 들러야 할 식당 수가 더 많다. 간간히 간식과 야식까지 곁들이면 하루 다섯 끼까지도 먹는다. 사실 여행의 즐거움은 무엇을 얼마나 보느냐보다 함께 간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수다 떨고 웃는 게 아닐까. 나는 주로 여행을 아내와만 다녔는데, 그게 식구와의 여행이었던 셈이다. 미슐랭 스리스타를 비롯해 미슐랭 스타급 레스토랑부터 여기저기서 추천받은 유명 맛집은 가급적 챙겨 가봤다. 영국 런던 버러마켓이나 미국 뉴욕 첼시마켓을 비롯해 현지 재래시장도 꼭 들른다. 목적은 오직 하나, 먹기 위해서다.
노점상 먹거리도 빼먹지 않는다. 특히 뉴욕에 갈 때면 맨해튼의 ‘53rd · 6th’ 코너에 있는 할랄(이슬람교 의례에 따라 도살된 고기) 푸드 노점상을 꼭 들른다. 케밥 플래터를 파는 곳이다.
군산이나 춘천, 강릉, 안동, 전주 등 미식투어를 떠났던 도시도 수십 곳은 될 듯하다. 돌이켜보면 식구와 밥을 참 많이 먹은 것처럼 느껴진다. 아내와 15년을 살았으니 결혼 후 늘 함께 밥을 먹었다면 계산기를 두드렸을 때 365×15×3=1만6425끼가 나와야겠지만, 아마 식구와 같이 먹은 건 여기서 10%도 안 될 거다. 바쁘단 핑계로 식구라는 말의 의미를 무색게 만들어버린 셈이다. 2015년엔 바쁘다는 아내를 이따금 납치(?)라도 해서 저녁이 있는 삶도 종종 누리고, 가끔씩은 삼시세끼 같이 먹는 호사도 누려야겠다. 우리에겐 식구가 있다. 부디 그 식구를 식구가 아닌 상태로 만들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삼시세끼 차려준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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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은 어려워도 주말만이라도 세끼를 가족과 함께 해보자.
이렇게 자식에게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준 어머니의 노력에 대해 우리도 각자의 방식으로 애정을 담아 고마움을 표현하는 건 어떨까. 아침은 매생이굴국으로 시원하게, 점심은 담백한 와규 스테이크를 구워서, 저녁은 로브스터(바닷가재)나 대게를 쪄서 상큼한 샐러드와 곁들여 식사를 대접하는 거다. 사실 이런 요리는 식재료만 좋아도 맛이 웬만큼 보장된다. 그 덕에 할 때마다 실패가 없던 요리이기도 하다. 각자 어떤 요리든 어머니를 위한 삼시세끼를 준비해보면 어떨까.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방식으로 일상을 호사스럽게 만드는 게 가족에게 줄 수 있는 최고 행복이자 진짜 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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