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70편이나 되는 ‘풍장’ 중에서 첫번째인 ‘내 세상 뜨면’ 등 15편을 골라 곡을 붙였어요. 나중에 황시인에게 여쭈어보았더니, 그분이 곡을 붙였으면 하는 시와 제가 고른 시가 거의 일치하더군요. 또 이번 발표회에서는 무용가 김연의씨가 제 음악에 맞춰 안무를 한 무용 작품도 선보이게 돼요.”
풍장은 시신을 관에 담아 그대로 놔두는 원시적 장례 형식이다. 황동규의 ‘풍장’에는 죽음에 대한 서러움과 사무치는 그리움, 그리고 깊은 감정의 흔들림이 담겨 있다. 이 같은 시들이 음악으로는 어떻게 표현될까. “바람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관악기를 많이 사용했어요. 또 어두운 분위기를 위해 바이올린 대신 낮은 음을 내는 현악기인 비올라와 첼로만을 썼죠.”
독일 유학 시절부터 칸딘스키의 그림을 주제로 한 음악을 작곡하는 등 여타 예술 장르에 관심이 많았던 강은수는 근래 화가 임옥상과의 공동작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에 열렸던 임옥상의 개인전 ‘철기시대’ 개막식에는 임옥상의 그림 ‘정안수’를 주제로 한 강은수의 창작곡이 연주되었다. ‘임화백에게 강인한 작가정신을 배웠다’고 말하는 강은수는 앞으로 박노해, 김지하의 시에도 곡을 붙일 계획이다.
“11월 한 달 동안 ‘풍장’ 연가곡 외에도 저의 첼로협주곡과 현악 4중주곡 ‘바람과 물, 그리고…’가 초연돼요. 전업 작곡가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도록 앞으로도 많은 작품으로 세상에 다가갈 겁니다.”
주간동아 360호 (p97~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