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관능적 춤을 추는 연예인, 노출이 심한 여성의 몸을 강조한 광고, 호스티스 산업…. ‘여성의 상품화’를 이야기할 때 대표적으로 꼽혀온 사례들이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더 이상 ‘여성의 몸’만을 상품화하지 않는다. 이제는 ‘남자의 몸’, 혹은 ‘사내다움’도 시장이 눈독을 들이는 짭짤한 ‘상품’이 된 것이다.
‘몸’을 자기 PR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선두주자들은 연예인. 가수 박진영은 일찌감치부터 속살이 고스란히 비치는 투명 옷이나 딱 들러붙는 의상을 입고 뇌쇄적인 춤을 춰왔으며, ‘클론’의 구준엽 역시 신곡을 발표할 때 공들여 가꾼 자신의 몸을 언제 공개하는 게 전략상 유리할지 신중히 고민했다고 한다. 연약하고 꺼벙한 이미지로 대변되던 가수 겸 탤런트 구본승 또한 작심하고 근육을 만들어 ‘남성적 분위기’로 180도 변신하는 데 성공, 이후로 ‘벗은 몸’을 자주 화면상에 드러냈다.
뭐니뭐니 해도 ‘남자의 몸’을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분야는 광고업계. 드라마 ‘용의 눈물’을 통해 강인한 ‘마초‘(사내다운 남자)로 떠오른 탤런트 유동근이 모델로 등장한 트라이 광고가 대표적 예다. 여성들만 근무하는 고층 사무실의 대형 유리 창밖으로 벗은 상반신에 바지 지퍼를 살짝 내린 유동근의 대형 사진이 서서히 올라온다. 이를 본 여성들, 탄성을 내지르며 즐거워한다.
해외에서 제작돼 국내 방송중인 코카콜라 광고 역시 마찬가지 컨셉트다. 여직원들 몇이 근무하는 사무실에 ‘털이 덥수룩하고 몸도 좋은’ 남자 배달원이 찾아온다. 한 여성은 아예 책상 위의 가족사진을 숨기고 ‘미스’인 체한다. 콜라를 마시는 남자를 ‘침을 삼키며’ 지켜보던 여자는 남자가 돌아가자 그가 먹다 남긴 콜라 주둥이를 손으로 핥아 먹는다. 남성을 노골적으로 ‘욕망의 대상’으로 설정한 내용이다.
이 외에도 남성들의 벗은 몸을 소재로 한 광고는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가슴을 드러낸 정우성이나 송승헌의 휴대폰 광고, 야구선수 조성민과 가수 구본승의 청바지 광고 …. 심지어 ‘육체미는 별 볼 일 없는’ 평범한 남자들의 알몸도 소주광고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여름 자사 직원들을 모델로 기용, 남자들의 나신을 단체로 선보인 이 광고는, 개그맨 전유성의 벗은 몸까지 합세한 후속타를 현재 제작중이다.
직장 잃은 가장들 ‘아빠방’으로 간다?
만일 이런 광고가 여자와 역할을 바꿔서 제작되었다고 치자. 여성의 대형 나신(裸身)을 보고 남자들이 침을 흘리는 광고라든가, 여직원들을 나체모델로 기용했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여성들이 분노를 느끼고 항의했을 것이다. 그러나 남성의 몸을 상품화한 광고에 관한 남성들 자신의 평가는 아직까지 너그러운 듯.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나도 한번 몸매를 다듬어 보자”며 웨이트 트레이닝 업체를 찾는 남성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남성의 상품화는 환락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남자 ‘마담’들이 여성 고객들에게 술접대를 하는 ‘호스트바’는 이미 낯선 존재가 아니다. 호스트바도 일정한 ‘수요’와 ‘공급’이 형성된, 어엿한 ‘시장’으로 자리잡았다는 뜻이다. 지난해 IMF로 실직자들이 양산되었을 당시는 직장을 잃은 가장들이 유흥업소에 접대부(接待夫)로 출근하는 ‘아빠방’까지 등장해 사회에 충격을 준 바 있다. 외화 ‘풀 몬티’에서 실직 노동자들이 생계를 위해 스트립쇼를 벌이던 상황이 한국에서도 재연되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