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서울음식의 맛 … 혀끝으로 살려냈죠”
김숙년씨(68)의 어린 시절은 온통 오현집(지금의 서울 도봉구 번동 드림랜드 자리)의 추억으로 채워진다. 앞산 뒷산 소나무가 울창한 언덕 위의 오현집은 솟을대문 안으로 안채와 사랑채, 아래채, 번방(산지기들이 사용하던 방)을 갖춘 …
200202072004년 11월 11일빙판의 별미 입 안에서 ‘파드득’
은장도 드는 칼로 이리 어석 저리 어석단단히 끊어내어 앞강물에 흔들어서뒷강물에 씻어다가 은장도 드는칼로이리 어석 저리 어석 은탄 같은 고추장에 말피 같은 전지장에 귀눈 같은 참기름에새큼새큼 초지장에 도리도리 재축판에은대지비 은절 걸…
200201312004년 11월 10일복날 입맛 돋우는 ‘최고 보양식’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는 철저하게 문화의 문제다. 인도인은 쇠고기를 음식의 범주에 넣지 않지만, 유럽인에겐 쇠고기가 주식이다. 재료뿐 아니라 어떻게 만드느냐 하는 조리과정도 철저히 문화의 문제다. 개고기 문화가 존재하는 동양 3국에서…
200201242004년 11월 09일추억 쓱~쓱 비벼 한 입 가득
약사암을 구릉에 두고 새인봉을 맞쳐다보는 고갯길에 700년 수령을 자랑하는 노거수 한 그루가 정정하다. 예부터 운림동 마루턱에서 마을 지킴이로 서 있으니 당산나무다. 접신(接神)을 해도 일곱 번은 더 했을 나이. 이 노거수가 없었다…
200201172004년 11월 08일보리밥에 비벼 열무김치와 함께 ‘꿀꺽’
강된장(사진)은 쌈을 싸먹을 때도 좋고 약간 자작하게 해서 찌개처럼 먹어도 좋다. 무엇보다도 강된장을 보리밥에 비벼 열무김치를 곁들인다면 꿀맛이다. 강된장을 만드는 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된장, 고추장, 참기름,…
200411112004년 11월 05일기차 소리 정겨운 ‘맛의 보고’
섬에 갔다 왔다. 강화도로 가는 서울 신촌 버스터미널에서 차 시간표를 보며 한참을 머뭇거렸다. 화창한 가을 날씨가 자꾸만 손길을 내미니 서울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 욕망을 다스리고 들어선 골목에는 점집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기찻길…
200411112004년 11월 05일짭조름한 ‘최고 밑반찬’
전라도 위도(蝟島) 시도리란 곳에는 아름드리 늙은 살구나무 하나가 있는데 그 고목에 자욱하게 꽃이 필 때면 해마다 참조기 떼의 노래가 들려온다. 알주머니마다 탱탱하게 노랑 꽃술이 들어찬 은빛 조기 떼로 온 바다가 들썩거린다.’이런 …
200201102004년 11월 04일매콤… 달콤… 우리 ‘찜닭’ 먹을래?
오늘 몸보신 좀 해볼까?” 예부터 입맛 없고 몸이 허약해질 때 보양식으로 즐겨 찾던 음식 중 하나가 닭요리였다. 흔히 닭으로 만드는 요리라면 삼계탕, 백숙, 닭도리탕, 닭튀김 등을 떠올리지만 요즘은 닭요리에도 퓨전 바람이 거세다. …
200201102004년 11월 04일눈바람이 만든 칼칼함 일품
눈바람 속에서 황태가 익어간다. 북어 한 쾌는 스무 마리다. 굴비 한 두름도 스무 마리, 큰 것은 열 마리다. 남쪽은 살구꽃이 피는데 앵월굴비 조기철이고, 북쪽은 아직도 눈 내리는데 황태철이다. 칠산 바다에 봄바람이 터지면 너는 오…
200201032004년 11월 02일노릇노릇 삼겹살 五感으로 먹는다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시장은 삼겹살 시장이다”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우리 국민의 삼겹살 편애는 심한 편이다. 가격폭락으로 돼지고기 재고량이 쌓여가도 삼겹살은 오히려 부족해 많은 양을 수입할 정도다. 경기가 나쁘다고 아우성들을 쳐도…
200201032004년 11월 02일찜은 술안주, 탕은 속풀이 일품!
‘물텀벙이’는 아귀라고 하는 물고기로 유독 인천에서만 그렇게 부른다. 물고기가 흔했던 시절엔 먹지도 않고 잡히는 대로 물에다 ‘텀벙’ 버린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인천시 남구 용현동에는 물텀벙이 골목이 따로 있다. ‘성진물텀벙’(대…
200204252004년 11월 01일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그 맛
제주 말고기집의 말피나 마사시는 다시는 먹고 싶지 않은 필자의 금기식이지만 생고기, 우네(뱃살), 오배기(꼬리), 내장 등으로 이뤄진 장생포 고래고기 ‘부위별 모듬’은 자꾸 생각나 첫 취재한 지 일주일 뒤 다시 내려가지 않을 수 없…
200202282004년 11월 01일속 풀고 마음 달래던 ‘구수한 국물’
자전거 짐받이에서 술통들이 뛰고 있다풀 비린내가 바퀴살을 돌린다바퀴살이 술을 튀긴다자갈들이 한 궤씩 튀어 술통을 넘는다술통을 넘어 풀밭에 떨어진다시골길이 술을 마신다비틀거린다저 주막집까지 뛰는 술통들의 즐거움주모가 나와 섰다길이 치…
200204182004년 10월 29일천연 미네랄 워터, 봄을 마신다
‘신비의 물방울.’ 이는 1990년대에 홋카이도 삿브사가 개발한 상표다. 가혹하리만치 비정한 물전쟁을 치르는 공해시대에 듣기만 해도 목이 마르는 유혹적인 이니셜이다. 이 물방울은 어떻게 개발된 것일까.홋카이도의 4월은 아직 겨울이다…
200204112004년 10월 28일쌉쌀 구수한 그 시절의 ‘손맛’
‘올갱이’는 충청도 방언으로 ‘도슬비’ ‘베틀올갱이’라고도 한다. 전라도에선 ‘대사리’, 강원도에선 ‘꼴부리’, 경상도에선 ‘파리골뱅이’ ‘사고동’ ‘고댕이’ ‘고동’이라고도 하며 표준말로는 ‘민물 다슬기’라 부른다.올갱이는 청정수…
200204042004년 10월 26일4시간여 ‘정성 조리’의 맛
‘동국여지승람’ 청주목 산천편에 따르면 ‘청주에서 동쪽으로 39리에 매운맛이 나는 물이 있는데, 이 물로 목욕하면 피부병이 낫는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 이수광은 ‘지봉유설’(芝峰類說)에 ‘우리나라에 많은 초수(椒水)가 있지만 그중…
200203282004년 10월 22일녹고 얼고 5개월 산고 … 고단백, 독성 푸는 데 탁월
황태는 내장을 빼낸 명태를 얼음장처럼 차고 깨끗한 물에 씻어, 공기가 맑고 눈이 많이 내리며 적어도 두 달간 밤 기온이 영하 10℃ 이하인 추운 고산 지역에서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생산한다. 낮에는 녹고 밤에는 어는 과정을 되…
200410282004년 10월 22일깔끔 시원한 국물 감동이네
어릴 적 휴일 점심에는 어머니께서 자주 칼국수를 해주셨다. 아침을 먹은 뒤 밀가루 반죽을 해두었다가 점심 무렵 반죽을 밀어 칼로 숭덩숭덩 썰어 준비한 국수를 보통은 멸치국물에 끓였지만, 가끔은 닭 한 마리를 푹 고아낸 국물에 끓여주…
200410282004년 10월 22일속풀이 五感 만족 “어 시원하다”
해 뜨고 달이 지고/ 어허, 천년이 바람같이 갔네/ 구름 따라 사람은 갔어도/ 푸른 이끼마냥 이름 끼쳤네/ 해운대 지나는 이들/ 그 정한 자취 어루만지네 달빛 잠긴 바다, 해운대 동백섬에 새겨진 시다. 해운대란 명칭은 학문을 쓸 곳…
200203212004년 10월 21일감칠맛 으뜸, 영양가 만점
기장읍은 항구가 아니다. 그러나 영덕대게가 강구항을 대표하듯 대변(大邊)항에서 나는 멸치는 기장멸치라 불린다.겨울 멸치는 손가락 굵기만한데, 칼로 등을 갈라 뼈를 추린 다음 무, 미나리, 배 등을 채썬 것과 함께 섞어 갖은 양념으로…
200203142004년 10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