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음악 성찰, 그리고 묵직한 열정
남자 주연배우란 대개 자신의 여자친구와 한방에 놔두고 싶지 않은 존재다.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아저씨’의 원빈이나 ‘연애의 목적’의 박해일, 혹은 ‘올드 보이’의 최민식과 밀폐된 공간에 방치할 남자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간혹 그래…
201112192011년 12월 19일디지털엔 없는 추억과 감성의 냄새
처음으로 레코드판을 샀을 때를 기억한다. 포항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던 무렵이었고, 레코드 가게는 집에서 10km쯤 떨어진 시내에만 있었다. 매장 진열대를 헤집으며 몇 시간을 고민한 끝에 마침내 한 장의 음반을 골랐다. 레코드판을 품에…
201112052011년 12월 05일‘창법 저속’ 꼬투리와 창작의 자유 사이
러시아 문학계에서는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가 활약했던 19세기를 ‘금의 시대’, 체호프가 고군분투했던 20세기 초입까지를 ‘은의 시대’라 부르곤 한다. 마찬가지로 대학가요제가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던 1970년대, 그리고 공중파 오디…
201111282011년 11월 28일원곡 느낌은 살리고 창작 감정 키우고
‘바야흐로 리메이크 전성시대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문장으로 시작하는 음악 칼럼이라면 나부터도 하품하며 넘겼을 것이다. ‘올해는 정말 경제가 어렵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로 뻔한 말이기 때문이다. 대중음악사에 리메이크가 뜸했던 시…
201111142011년 11월 14일‘얼터너티브’ 아이러니에 지갑 연 이유
“황금시간대에 한 시간만 대담하자.” 얼마 전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요즘 화제인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에 출연 의사를 밝히며 했다는 말이다. ‘나꼼수’ 애청자라면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스마트폰 사용…
201110312011년 10월 31일칼리지록의 아이콘 전설로 남다
1981년 데뷔 이래 미국 모던록을 대표하던 R.E.M.이 9월 21일 공식 해체를 선언했다. 31년 5개월 16일 만이란다. 내가 만으로 32세니 이들은 거의 내 나이만큼 밴드를 꾸려온 셈이다. 올해 열다섯 번째 앨범 ‘Colla…
201110042011년 10월 04일“지금이 내 인생의 절정 고독도 두렵지 않다 꿈꾸고 노래할 수 있기에”
나이를 잊게 하는 흰색 튜브톱 드레스 차림의 조수미(49)가 먼저 다가와 씩씩하게 인사를 건넸다. 기분 좋게 울리는 맑은 목소리는 세계적인 소프라노와 마주하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상대의 눈을 응시했다. 목소리처럼…
201110042011년 10월 04일밴드는 드라마다, 멤버가 만드는
인터넷에서 인터뷰 동영상을 하나 봤다. 얼마 전 2집 앨범을 낸 ‘장기하와 얼굴들’을 인터뷰한 내용이었다. 프런트맨인 장기하는 지난 앨범과의 차이점에 대해 “1집은 편곡까지 내가 도맡아서 했지만, 2집은 멤버가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
201109192011년 09월 19일중력을 잊는 마법시간으로 초대
트램펄린(trampoline). 어린 시절 동네에 따라 봉봉, 방방, 팡팡, 퐁퐁 등으로 다르게 부르던 놀이기구의 영어 명칭이다. 쇠틀을 따라 팽팽하게 연결한 그물망을 박차고 하늘로 솟구쳐 오르다 보면 자기 키만큼이나 높게 뛸 수 …
201108292011년 08월 29일“자연의 산뜻함·동물의 감정 소프라노 리코더를 사용했죠”
청둥오리 떼 가운데 가장 비행을 잘하는 파수꾼을 선발하는 대회가 열린다. 마당을 나온 암탉 잎싹이 정성 들여 키운 청둥오리 초록이도 대회에 참가한다. 초록이는 유력한 우승 후보 빨간머리와 결승선까지 숨 막히는 레이스를 펼친다. 넓은…
201108222011년 08월 22일감미로운 팝 감동이여, 영원하라
1월 무렵 한 매체에 ‘2011년 가장 기대되는 음반 5선’이라는 주제로 원고를 쓴 적이 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이상 정규 앨범을 만날 수 없었던 우리나라 아티스트 다섯 팀을 꼽은 글이었다. 흥미롭게도 7월과 8월 두 달…
201108162011년 08월 16일‘끝내주는’라이브 평생 남는 감동
얼마 전 일주일간의 일본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오사카를 중심으로 교토, 나라, 고베까지 간사이 일대의 주요 도시를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일본은 이것저것 따지면 이번이 다섯 번째 방문인데, 이번 여행의 주목적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201108012011년 08월 01일마음을 치유하는 그의 목소리
돌아보면 2002년의 노라 존스(Norah Jones)는 대단했다. ‘9·11테러로 상처받은 미국인의 가슴을 달래주었다’는 평가를 받은 데뷔 앨범 ‘Come Away With Me’가 대중적 성공을 거둔 것은 물론, 이듬해 그래미 …
201107182011년 07월 18일“비굴한 속물 소리 듣고 맨땅에서 예술 열정 키웠다”
6월 3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막을 내린 제14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19명이 입상했다. 그중 한국 음악가 5명이 부문별로 1위에서 3위를 휩쓸었다. 영광의 주인공은 성악 남녀 부문에서 1위를 한 서신영(27) 씨와 박종민(25…
201107112011년 07월 11일‘스페인의 아이유’ 도대체 말이 되니?
1980~90년대부터 팝음악을 즐겨 들은 사람이라면 스티비 원더나 이글스 같은 매머드급 아티스트가 줄지어 내한공연을 하는 것을 볼 때마다 격세지감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내한공연시장의 활성화는 상대적으로 팝 음반시장의 침체를 더욱 …
201107042011년 07월 04일박제가 된 천재 음악가 정추 “통일 조국 노래를 부르고 싶다”
북한은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했다. 지난해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으로 남북관계를 긴장 국면으로 몰아넣었다. 남북 간 대립, 충돌은 광복 이후 66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도록 이어진다. 이산의 아픔을 겪은 이가 적지 않다.…
201106202011년 06월 20일아름다운 균형미로 ‘음악 튜닝’
마케팅을 공부한 사람에게는 익숙한 이론일 텐데, 신제품이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사람들 사이에 퍼져가는 데는 특정 패턴이 있다고 한다. 가운데가 볼록한 전형적인 표준편차 그래프에서 가운데 정점을 중심으로 맨 왼쪽부터 소위 ‘이노베이터’…
201106202011년 06월 20일오직 음악만이 위안, 새삼스러운 행복
얼마 전 친구가 기르는 고양이가 내 왼쪽 눈을 가격하는 일이 있었다.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그 순간엔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어릴 적 앓은 병으로 한쪽 눈을 실명해 의안을 하고 있다는 셰인 요르크가 떠올랐다. 내 목소리는 그만큼 감…
201106072011년 06월 07일디지털 음질에 아날로그적 울림
나는 등산을 싫어한다. 심지어는 뜻이 맞는 친구들과 인터넷에 ‘등산증오클럽’을 만든 적이 있을 정도다. ‘정상에 오르는 순간 짜증은 극에 달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달았던 그 클럽은 이렇다 할 활동 없이 흐지부지되고 말았지만, 등산에…
201105232011년 05월 23일칠순의 천재 자유를 노래하다
일전에 ‘인디 뮤지션의 영혼은 과연 자유로운가’라는 주제로 이 지면을 빌려 개인적인 생각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나 자신이 십여 년간 이른바 ‘독립적인’ 음악을 해왔지만, ‘자본이나 산업, 더 나아가 인생의 무게로부터 과연 자유로웠…
201105092011년 05월 0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