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선언한 영장주의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하는 데 동의해도 여전히 효력은 없다. 수사기관이 흔히 빠지기 쉬운 절차 위반의 유혹에 따른 인권 침해 가능성을 우려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는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억제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대응책을 마련한 것이다. 즉 불법적으로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해 획득한 2차 증거도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렇다면 수사기관이 아닌 일반인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효력은 어떨까. 아내와 다른 남자의 간통 현장을 덮친 남편이 간통남 집에 들어가 체액이 묻은 휴지와 침대 시트 등을 수거해 수사기관에 제출해 간통죄의 증거가 확보된 경우, 간통남의 주거 자유나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되는 결과가 수반되기 때문에 과연 이를 증거로 쓸 수 있을지가 문제된 사례가 있었다.
다른 사례에서는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승진을 노린 공무원이 현직 시장의 선거운동을 하기로 마음먹고 통장이나 지역 유지들에게 시장을 지지해달라는 부탁을 해 공무원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하고, 시청 전산업무시스템을 이용해 시장에게 자신이 통장이나 지역유지들에게 지지를 부탁했다는 내용을 e메일로 보냈다가 다른 공무원이 e메일에 대한 비밀 보호조치를 해제하고 이를 수집해 수사기관에 제출한 경우도 있다.
대법원은 위의 간통사건에서 남편이 모은 자료가 피고인들에 대한 형사소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증거이므로 공익 실현을 위해 증거로 제출하는 것이 허용돼야 하고, 이로 말미암아 간통남의 권리가 일정 정도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하더라도 이는 그가 감당해야 할 기본권의 제한에 해당한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선거법위반 사건에서는 제3자(증거를 수집한 다른 공무원)가 피고인의 e메일 내용을 수집한 행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타인의 비밀을 침해 또는 누설하는 행위로 범죄행위에 해당할 수 있고, 피고인의 사생활 비밀 내지 통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지만, 이 사건의 e메일은 시청 시스템에 속한 것으로 그 공공적 성격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피고인의 범행도 관권선거를 조장할 우려가 있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하며, 피고인이 이 사건의 e메일을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로 한다는 데 동의한 점 등을 종합하면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수사기관이 아닌 사인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도 그 증거가 형사소추에 필요한 증거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이를 유죄 증거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 여부와 그 정도, 증거 수집 과정에서 사생활과 기타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게 된 경위와 그 침해 내용 및 정도, 형사소추 대상이 되는 범죄의 경중과 성격, 피고인의 증거 동의 여부 등을 전체적,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증거능력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범죄자의 처벌에 필요한 증거라는 점을 들어 곧바로 형사소송에서의 ‘진실 발견’이라는 공익이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의 보호이익보다 우월한 것으로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검찰과 경찰이 압수수색영장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범죄 행위가 있을 것이라는 추정으로 개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보여줄 것을 업체 측에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연 이 경우 SNS 계정이 범죄 행위를 입증하는 증거로서 효력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