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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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도 다이어트처럼 한다고?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해야 성공…매매 타이밍 전략은 거의 실패

  • 이상건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

    입력2014-03-24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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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도 다이어트처럼 한다고?
    지방, 설탕, 소금. 오늘날 이 세 가지는 각종 성인병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그런데도 이 세 가지가 들어간 음식의 매력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진화심리학자들의 의견을 빌리자면, 인류는 원시시대부터 이 세 가지를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지방을 섭취해야 칼로리를 비축해 식량 부족에 대비할 수 있었고, 소금은 수분을 몸에 보존해 탈수 증세를 막는 데 도움이 됐다. 설탕은 먹을 수 있는 달콤한 과일과 그렇지 않은 과일을 구분하는 데 필요한 기능을 제공했다.

    이 세 가지뿐 아니라 편리성과 다양성도 인류 식습관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인류 조상은 적은 노력을 들여 음식을 확보하는 게 생존에 더 유리한 환경에서 살았다.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면, 생존 가능성은 현격히 줄어들게 된다. 또한 다양한 음식을 한 번에 먹을 수 있다면 여러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셈이었다. 인류 조상 처지에선 짜고 달고 지방이 풍부한 음식을 다양하고 편리하며 빠르게 먹을 수 있다면 최선이었을 것이다(패스트푸드가 생각날 것이다).

    95%가량의 실패자 양산

    문제는 원시시대에 적합했던 생존 방식이 현대에 와서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포만시대가 낳은 과잉 섭취에 대한 문제다. 즉, 생존에 유리한 방식으로 행동할수록 거꾸로 생존 가능성이 떨어지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비만과 다이어트가 현대인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배경이 바로 여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의 95%는 실패한다는 통계가 있다. 설령 일시적으로 성공하더라도 금세 제자리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디어와 건강식품 회사만 소수의 성공 사례를 마케팅 도구로 삼을 뿐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다이어트 성공 확률이 높아질까. 의지력? 자제력?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의지력과 자제력에만 의존해 성공할 수 있다면 95%가량의 다이어트 실패자는 양산되지 않았으리란 사실이다.

    그래서 브라이언 완싱크 미국 코넬대 교수는 “자신이 다이어트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최고 다이어트 방법”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알아차리지 못하게 다이어트할 수 있을까. 바로 먹는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그릇 크기를 줄이며, 20% 적게 또는 많게 전략(먹기 전 20%를 덜어내거나 채소를 20% 늘리는 방법)을 쓰고, 대형마트에서 대용량 제품을 사지 않으며, 유혹당하기 쉬운 음식은 투명유리나 비닐이 아닌 보이지 않는 쿠킹호일로 싸두고, 1인분을 사전에 정해두는 등의 방법을 쓰는 것만으로도 칼로리 섭취를 상당량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음식 못지않게 인류의 생존 방식과 어긋나게 설계된 곳이 ‘투자 세계’다. 처음으로 주식과 채권을 거래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다. 500년 전까지만 해도 인류는 주식이나 채권 같은 유가증권과는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았다. 인류 역사 600만 년 중 유가증권을 거래하기 시작한 기간은 찰나에 불과하다. 인간의 진화는 투자에 적합하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인간은 투자에서 자신의 문제점을 자주 드러낸다.

    문제는 대표적으로 매수·매도 타이밍에서 드러난다. 매수 시점은 보이지 않는 주변 압력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주가나 부동산값이 오르면, 다른 사람이 매입하고 더 오를 것 같다는 이유로 투자에 나선다. 완싱크 교수의 실험에 의하면, 음식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혼자 밥을 먹을 때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먹을 때 35%가량 더 많이 먹었다. 그리고 같이 음식을 먹는 사람이 7명 이상이면 2배 이상 더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움직임에 따른 매수·매도 타이밍 전략은 거의 실패로 막을 내린다. 전형적 사례가 있다. 1977년부터 90년까지 13년간 운용하며 2700%라는 환상적인 수익률을 올렸던 피터 린치의 마젤란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는 모두 대박을 쳤어야 한다. 13년간 단 한 해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지 않았고, 80년대 초부터 90년까지는 미국 증시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던 시기다. 펀드 선택도, 시장 타이밍도 완벽했다. 그러나 린치가 은퇴한 후 자신의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의 수익률을 검토한 결과, 안타깝게도 투자자 절반 이상이 손실을 봤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바로 수익률이 좋을 때 가입하고, 나쁠 때 환매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사람은 과정보다 결과에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 몇 kg을 뺐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완싱크 교수는 뭔가를 먹거나 먹지 않는 방식의 ‘박탈 다이어트’는 대개 실패로 끝난다고 지적한다.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서서히 먹는 습관을 바꾸는 방법이 다이어트의 성공 확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대부분 얼마를 벌었는지, 즉 결과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승률을 높이려면 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게다가 지금은 저성장시대다. 주식이나 부동산시장이 전체적으로 몇 배씩 오르는 시대가 아니다. 과거보다 더 신중하고 체계적인 과정을 가질 필요가 있다.

    포트폴리오 관점서 수익률 계산

    투자도 다이어트처럼 한다고?

    부동산 투자는 리츠나 부동산 펀드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 롯데시티호텔.

    먼저 포트폴리오를 하나의 과정이자 전체로 바라봐야 한다.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국내 채권과 해외 채권, 그리고 부동산에 자산을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 부동산은 반드시 집이나 땅이 아니더라도 리츠나 부동산 펀드(연 5~6% 수익률이 가능한 것도 있다)를 활용할 수 있다. 이들 자산군에 투자할 비율을 정하고, 가격 변동으로 비율이 변하면 재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수익률도 개별 자산의 수익률이 아니라 전체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계산해야 한다.

    적립식 투자자라면 목표 수익률을 사전에 정해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20%가 되면 무조건 환매해 안전한 곳에 옮겨놓고 다시 재투자하는 식이다. 이런 규칙을 정해두는 것만으로도 시장 변동성을 충분히 감내하고,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투자 과정에 최악의 상황을 반영해두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투자에서 최악의 상황이란 무엇일까. 투자금 전액이 ‘제로(0)’가 되는 것이다. 이보다 더 위험하고 최악인 상황은 없다. 현금은 최악의 상황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비책이다.

    위대한 투자자였던 고(故) 존 템플턴 경은 생전 캐나다의 워런 버핏이라 불리던 피터 컨딜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우리가 분산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야. 60% 맞고 40% 틀리면 우리는 항상 영웅이 될 수 있어. 그런데 40% 맞고 60% 틀리면 우리는 노숙자가 될 거야.”

    투자는 실패를 줄여야 이기는 게임이다. 위대한 스포츠 선수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초점을 맞추듯, 투자에서 실패를 줄이려면 단순하고 좋은 과정을 만드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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