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제주 스테핑스톤페스티벌에서 공연한 사우스카니발. 노랫말에 제주 방언을 넣었다.
하지만 한국 대중음악은 90%, 아니 그 이상의 노래가 표준어로만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표준어 정책 및 교육으로 지역방송에서조차 지역 방언을 사용하지 않는 탓일까. 지역 청년들이 고교 졸업과 동시에 대거 서울로 올라오는 탓일까. 평소 강한 지역 억양으로 말하는 뮤지션이 무대에만 올라가면 정갈한 표준어를 구사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표준어로 표현할 수 없는 감성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물게나마 지역 방언으로 노래 부르는 이들이 있다. 강산에는 2002년 ‘강영걸’ 앨범부터 자기 고향인 부산 말을 노래에 꾸준히 써왔다. 아예 랩까지 들어간 ‘명태’, 제목이 모든 걸 말해주는 ‘와그라노’ 같은 곡은 로커 강산에의 이미지에 구수함을 입혔고, 그의 감성을 확장했다. KBS 2TV ‘TOP 밴드 2’가 배출한 스타 장미여관은 노래 ‘봉숙이’ 가사에 부산 방언을 입혔다. 샹송 이미지와 방언 이미지가 결합해 묘한 유머를 던진다. 이런 사투리 노래의 계보에 방점을 찍은 노래는 MC메타와 DJ렉스의 ‘무까끼하이’가 아닐까. 대구 사투리로 ‘꽉 막힌 사람’을 의미하는 이 곡은 100% 강한 대구 사투리로 이뤄졌다.
중심에서 벗어나 섬으로 눈길을 돌리면 제주 출신의 사우스카니발이 보인다. 이들은 제주 방언을 음악에 적극 도입한 최초 밴드다. 7월 초 함덕해수욕장의 스테핑스톤페스티벌에서 만난 그들은 풍광에 꼭 들어맞는 스카와 레게 등 카리브해 연안의 음악을 연주했는데, 그들이 말하는 외국어가 낯설어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제주 방언이란다. 무릎을 쳤다. 제주의 정서를 오롯이 전달할 수 있는 제주 방언을 사용하다니. 과장하자면 민요 시대 이후 끊긴, 지역색이 담긴 음악을 비로소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데뷔 앨범이 발매됐다. 엉덩이를 씰룩거리게 하는 스카 리듬이 내내 물결친다. 제주 방언의 노래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몬딱 도르라’ ‘노꼬메오름’ ‘수눌음 요’ ‘와리지말앙’… 그나마 ‘혼저 옵서예’가 익숙하다. 가사 또한 대부분 제주 방언으로 이뤄져 기묘한 이질감을 준다. 2011년 1월 유네스코는 제주 사투리를 소멸 위기 언어 4단계인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단어’로 등록했다. 사우스카니발의 데뷔 앨범은 그래서 더 각별하다. 기록하지 않으면 변하고 사라지는 음성 언어를 노래로 묶은 기록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