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순스케는 알뜰살뜰 살림에 전념하는 아내 사쿠라와 산다. “당근차가 몸에 좋다”며 맛없는 차를 1년 365일 남편에게 끓여다 바치고, 신문의 건강란은 빠짐없이 스크랩한다. 하지만 순스케는 아내의 정성이 죄다 귀찮고 부질없는 간섭이라고 생각한다. 몸에 좋은 토마토를 먹으라고 하자, 척 하니 아내 볼에 붙이며 “너나 먹으라”는 이 남자. 사진 촬영을 위해 젊은 여자 모델이 집을 방문하자, 아내는 이미 1년 전에 죽었다며 총각 행세까지 하는 이 남자. 이 철부지 남편에게도 순정은 있는 걸까.
영화 ‘그 남자가 아내에게’는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한 남자가 친애하는 적, 아내에게 바치는 애절한 연가다. 원작은 나타카니 마유미의 소설 ‘지금부터 애처가’로 일본에서 연극으로 올려져 40만 관객을 동원했다. 연극을 원재료로 한 만큼 영화는 70% 이상이 순스케의 집에서 이뤄지는 실내극 형식을 빌렸다. 등장인물도 주인공 부부와 사진 조수, 그의 애인, 살림 봐주는 게이 노인 등 단출하다.
첫 번째 영화 관람 때는 연극적인 연출이 도드라져서 하품을 하고, 지루한 라스트 신에 투덜댔다. 한마디로 밋밋한 감성과 싱거운 간으로 허전해 보이는 감성멜로 자체. 그런데 두 번째 보자 놀랍게도 전혀 다른 시각이 생겼다.순스케와 사쿠라의 옥신각신 밀고 당기는 대사와 앉고 서는 동작의 행간에 부부간의 비밀과 반전이 순간순간 스며들고 있었다.
그리하여 비로소 깨닫게 됐다. 정갈하게 정리됐던 사진작가의 집에 왜 라면 상자와 피자 상자가 나뒹굴게 됐는지를. 게이 노인이 울컥하면서 일어나 “그래, 넌 꼭 나보다 오래 살아야 한다”며 모델 아가씨에게 화내는 이유를. 아내가 하던 신문 스크랩을 순스케가 따라 하게 된 이유를. 결국 1년 동안 사진도 안 찍고 백수 생활을 하는 그가 실은 눈물겨운 이별의식을 치르고 있음이 밝혀진다.
‘그 남자가 아내에게’는 반드시 반복 관람을 해야 그 진면목을 알 수 있는 영화다. 코미디에서 멜로로 바뀌는 톤을 따라가다 보면, 감독의 정밀한 연출에 감탄하게 된다. 특히 감독은 순스케의 집에 2개의 기둥을 세워둬 화면을 분할하는 미장센을 짜면서 끊임없이 등장인물들을 다른 공간 속으로 분리시킨다. 그것은 이승과 저승으로 격리된 순스케와 사쿠라의 현실을 은유하는 공간이자,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인물들의 내면이 된다. 즉 순스케의 집 1층은 모든 사람이 유쾌한 가면을 쓰고 상처의 기억을 묻고 현재의 삶을 상연하는 광대의 공간이지만, 주인공들이 2층에 다다르면 숨겨둔 진심이 드러나는 공간이 펼쳐진다.
그제야 감독이 영화의 후반부, 크리스마스 장면을 왜 그렇게 길게 늘였는지 이해가 됐다. 감독은 너무 늦게 찾아온 사랑 이야기뿐 아니라, 갑작스러운 이별에 목을 베인 인간들이 어떻게 상처를 감추고, 서로 들쑤시고, 보듬고, 치고받는지 그 면목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온갖 신산스러운 오해와 이별 후에도 일상적 삶은 이어진다는 진리, 그 ‘상실의 드라마’가 담담히 펼쳐진다.
그리하여 영화는 순스케와 사쿠라 이야기 외에도 남자친구에게 버림받은 여자 모델이나 젊은 시절 딸과 아내를 떠나보내고 게이의 길을 선택한 노인, 여자친구가 자신에게 관심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그녀를 사랑하는 청년 등의 오해와 이해, 화해와 반목이 묘한 울림을 갖는다.
영화를 보고 나니, 일본 멜로의 거장 나루세 미키오가 생각났다. 그가 봤다면 좋아했을 영화다. 서정적이고 섬세하며 세부까지 정밀하게 가다듬어 좁은 공간에 너른 우주를 담은 일본식 분재를 연상시킨다.
영화 ‘그 남자가 아내에게’는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한 남자가 친애하는 적, 아내에게 바치는 애절한 연가다. 원작은 나타카니 마유미의 소설 ‘지금부터 애처가’로 일본에서 연극으로 올려져 40만 관객을 동원했다. 연극을 원재료로 한 만큼 영화는 70% 이상이 순스케의 집에서 이뤄지는 실내극 형식을 빌렸다. 등장인물도 주인공 부부와 사진 조수, 그의 애인, 살림 봐주는 게이 노인 등 단출하다.
첫 번째 영화 관람 때는 연극적인 연출이 도드라져서 하품을 하고, 지루한 라스트 신에 투덜댔다. 한마디로 밋밋한 감성과 싱거운 간으로 허전해 보이는 감성멜로 자체. 그런데 두 번째 보자 놀랍게도 전혀 다른 시각이 생겼다.순스케와 사쿠라의 옥신각신 밀고 당기는 대사와 앉고 서는 동작의 행간에 부부간의 비밀과 반전이 순간순간 스며들고 있었다.
그리하여 비로소 깨닫게 됐다. 정갈하게 정리됐던 사진작가의 집에 왜 라면 상자와 피자 상자가 나뒹굴게 됐는지를. 게이 노인이 울컥하면서 일어나 “그래, 넌 꼭 나보다 오래 살아야 한다”며 모델 아가씨에게 화내는 이유를. 아내가 하던 신문 스크랩을 순스케가 따라 하게 된 이유를. 결국 1년 동안 사진도 안 찍고 백수 생활을 하는 그가 실은 눈물겨운 이별의식을 치르고 있음이 밝혀진다.
‘그 남자가 아내에게’는 반드시 반복 관람을 해야 그 진면목을 알 수 있는 영화다. 코미디에서 멜로로 바뀌는 톤을 따라가다 보면, 감독의 정밀한 연출에 감탄하게 된다. 특히 감독은 순스케의 집에 2개의 기둥을 세워둬 화면을 분할하는 미장센을 짜면서 끊임없이 등장인물들을 다른 공간 속으로 분리시킨다. 그것은 이승과 저승으로 격리된 순스케와 사쿠라의 현실을 은유하는 공간이자,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인물들의 내면이 된다. 즉 순스케의 집 1층은 모든 사람이 유쾌한 가면을 쓰고 상처의 기억을 묻고 현재의 삶을 상연하는 광대의 공간이지만, 주인공들이 2층에 다다르면 숨겨둔 진심이 드러나는 공간이 펼쳐진다.
그제야 감독이 영화의 후반부, 크리스마스 장면을 왜 그렇게 길게 늘였는지 이해가 됐다. 감독은 너무 늦게 찾아온 사랑 이야기뿐 아니라, 갑작스러운 이별에 목을 베인 인간들이 어떻게 상처를 감추고, 서로 들쑤시고, 보듬고, 치고받는지 그 면목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온갖 신산스러운 오해와 이별 후에도 일상적 삶은 이어진다는 진리, 그 ‘상실의 드라마’가 담담히 펼쳐진다.
그리하여 영화는 순스케와 사쿠라 이야기 외에도 남자친구에게 버림받은 여자 모델이나 젊은 시절 딸과 아내를 떠나보내고 게이의 길을 선택한 노인, 여자친구가 자신에게 관심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그녀를 사랑하는 청년 등의 오해와 이해, 화해와 반목이 묘한 울림을 갖는다.
영화를 보고 나니, 일본 멜로의 거장 나루세 미키오가 생각났다. 그가 봤다면 좋아했을 영화다. 서정적이고 섬세하며 세부까지 정밀하게 가다듬어 좁은 공간에 너른 우주를 담은 일본식 분재를 연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