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투자는 경제 공부에 큰 도움이 되지만, 어릴 때부터 주식투자를 하면 돈에 대한 일상적인 감각을 잃을 수도 있다. GETTYIMAGES
강남 지역 중학생들이 주식투자를 한다는 얘기는 전에도 들어본 적 있다. 부모가 계좌를 만들어주고, 어떤 종목을 사라고 추천까지 한다. 미국 주식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아이가 어려서부터 투자에 익숙해지라고 하는 금융 교육의 일환일 테고, 또 투자는 일찍 시작하는 게 분명 유리하기에 그 기회를 만들어주려는 부모의 의지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잘 모르겠다. 학생 때 주식투자를 시작하는 게 좋은 일일까, 안 좋은 일일까. 이걸 하라고 해야 하나, 하지 말라고 해야 하나.
투자는 경제 공부 지름길이지만
일찍부터 주식투자를 할 경우 좋은 점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첫째, 투자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투자 수익은 복리 효과를 통해 증가한다. 10-20-30-40으로 늘어나는 게 아니라, 10-20-40-80으로 커진다.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건 뭐든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 중고교생 때부터 주식투자를 하면 훨씬 빨리 투자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둘째, 주식투자를 하면 경제에 대해 굉장히 많은 것을 알게 된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경제 말고, 현실 경제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배운다. 일단 주식을 발행한 기업에 관해 알게 되고, 주가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경제 요소에 관심을 갖게 된다. 자기 돈이 들어가면 신경을 쓰게 돼 있다. 경제를 공부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투자다.
문제는 주식투자의 부작용이다. 학생 시기에 이런 부작용을 겪도록 하는 게 괜찮을까. 이게 인생에 어떻게 작용할지 나는 잘 모르겠다. 최근 주식시장 활황으로 돈을 번 후배가 있다. 몇 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돈을 벌었다. 그렇게 수익을 얻고 나서 이렇게 느꼈다고 한다.
“돈을 이렇게 쉽게 벌 수 있다니, 그동안 회사에 다니며 돈 벌려고 일한 게 뭐였나 싶다. 이렇게 쉽게 돈을 벌어도 되나라는 생각도 든다. 큰 부자가 되는 것도 가능하겠다 싶다.”
후배의 말을 듣고 뭐라고 답해야 하나 망설였다. 내가 처음 주식시장에 들어가 큰 수익을 봤을 때 했던 생각과 똑같기 때문이다. “돈을 이렇게 쉽게 벌 수 있다니” “그동안 돈을 벌려고 일했던 건 뭐였나” “주식으로 큰 부자가 될 수 있겠구나”…. 이건 주식시장에서 돈을 처음 벌어본 사람이 공통적으로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 생각은 투자자가 됐을 때 발생하는 대표적인 부작용과 연결된다.

어른도 주식투자액이 늘면 업무에 몰입하기 힘들어진다. GETTYIMAGES
투자금 적어도 출렁이는 마음
학생은 대부분 공부가 좋아서 하는 게 아니다. 집에서, 학교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니까 한다. 그리고 사회에서 학생들에게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로 제시하는 게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높은 소득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투자로 돈을 번다고 해보자. 그게 용돈 수준을 넘는 큰돈이라면 그런 수익을 얻고도 열심히 공부해야 할 동인을 찾을 수 있을까.주식투자로 돈을 벌면 직장인도 업무 몰입이 줄어든다. 큰돈을 벌면 일을 그만두려는 사람이 생긴다. 직장 생활도 그러한데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을까. 이렇게 학생 시기에 투자로 돈을 벌면 공부하려는 의욕, 나중에 일하려는 의욕이 낮아진다. 이런 부작용이 있는데 학생들에게 주식투자를 하라고 해야 할까. 나는 잘 모르겠다.
주식투자의 또 다른 문제는 돈 감각이 보통 사람과 달라진다는 점이다. 몇백만 원은 한 달을 꼬박 일해야 손에 쥘 수 있는 큰돈이다. 하지만 투자자에게 몇백만 원은 그냥 하루에 왔다 갔다 하는 돈이다. 투자금이 크면 하루에 몇천만 원, 몇억 원도 움직인다.
중고생은 투자금이 크지 않으니 별 상관없지 않을까. 많아야 100만~200만 원 정도 투자하면 괜찮지 않을까. 어른 입장에서 그 정도는 큰 금액이 아니다. 하지만 200만 원을 투자한다고 해도 하루에 1만~2만 원은 움직인다. 일주일에 10만 원 넘게 변동하는 것도 다반사다. 아직 한 번도 돈을 벌어보지 않고 부모에게 용돈을 받아 쓰는 학생 입장에서는 큰돈이다. 이렇게 투자를 시작하면 돈에 대한 감각이 달라진다. 100만 원을 투자하면 못해도 하루 1만~2만 원이 움직이니, 은행에 1년간 돈을 맡겨두고 받는 몇만 원 이자는 눈에 차지도 않는다. 저축에 의욕을 잃게 되고, 금융상품에도 관심이 없어진다. 오랜만에 친지를 만났을 때 받는 용돈도 별게 아니고, 시간당 1만 원 정도 주는 아르바이트도 관심 대상이 아니다. 이게 학생들에게 긍정적일지 잘 모르겠다.

올해 코스피가 랠리를 거듭하면서 주식투자에 관심을 갖는 청소년도 늘고 있다. 6월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어른들도 장기투자는 힘들다
물론 부모는 자녀에게 하루 주가에 신경 쓰지 말고 장기투자를 하라고 얘기할 것이다. 하지만 본인도 제대로 못 하는 장기투자를 학생에게 요구하는 건 무리다. 설령 장기투자를 한다고 해도 주식을 단기간에 사고팔지 않는다는 것뿐이지 주가 움직임에 따라 마음이 요동치는 건 어쩔 수 없다.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투자는 필요하다고 본다. 돈을 벌어도, 돈을 잃어도 마음은 요동친다. 성인이라면 그래도 투자를 하기는 해야 하니 모두 받아들이고 이겨내야 한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 시기에 이걸 경험하는 게 좋은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수익률 관점에서는 빨리 시작하는 편이 낫다. 하지만 공부 등 다른 측면에서 보면 투자는 분명 본업을 방해한다. 중학생인 친척 아이가 주식투자를 시작해도 좋을지 나는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