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반려동물이 ‘이 음식’을 먹어도 될까, ‘이런 행동’을 좋아할까. 궁금증에 대한 검색 결과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황윤태 수의사가 진료실에서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반려동물에 관한 사소하지만 실용적인 팁들을 소개한다.

반려동물을 기르다 보면 수의사와 논의할 것이 많기 때문에 보호자는 자신과 결이 맞는 수의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GETTYIMAGES
보호자도, 수의사도 성향 다양해
보호자 성향은 각양각색이다. 반려동물 질병과 관련해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빨리 잡히는 게 중요한 사람이 있고,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 또 이해하기 어렵거나 기억하지 못할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으며, 반대로 원인은 물론 해결을 위한 접근 방법, 처치 내용, 추후 예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주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표 참조).마찬가지로 수의사 성향도 다양하다. 반려견이 귓병 증상으로 진료를 보러 왔을 때 별다른 검사 없이 항생제와 진균제를 바로 처방하는 수의사가 있다. 반면 귀지를 현미경으로 검사해 곰팡이가 관찰되면 진균제를, 세균이 보이면 항생제를, 귀 진드기가 있으면 구충제를 선택적으로 처방하는 수의사도 있다. 전자의 경우 짧은 시간에 적은 비용으로 치료가 될 것이고, 후자는 좀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요구될 것이다.
두 수의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보호자 성향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전자를 양심적이고 능력 있는 수의사로 판단하고, 후자를 과잉 진료하는 수의사로 볼 테다. 반대로 전자를 산탄(散彈) 처방하는 수의사로 생각하고, 후자를 제대로 된 수의학을 실천하는 수의사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보호자와 수의사의 결이 맞다는 것은 이런 성향이 잘 들어맞는다는 뜻이다.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한 명의 주치의와 오랜 시간 함께하는 것은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반려동물의 지병, 수술 이력, 약물 반응성, 치료 협조도 등을 이미 파악하고 있는 주치의에게는 믿고 치료를 맡길 수 있다. 주치의는 반려동물에 관한 정보뿐 아니라, 어느 정도 선까지 검사와 치료를 진행할지 등 보호자 성향도 사전에 이해하고 있기에 효율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다만 주치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면 과감하게 다른 수의사를 만나볼 것을 권한다. 반려동물에게 세균성 피부염이 발병해 평소 다니던 동물병원에 내원했다고 가정해보자. 비교적 가벼운 질병인 만큼 보호자는 단기 치료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항생제 내성, 호르몬 질환 등이 겹쳐 피부염이 난치성 질환으로 이어졌다. 이런 특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수의사에게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추가 검사나 치료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보호자를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다면 보호자 입장에서는 치료에 대한 불만이 생기고 다른 동물병원에서 ‘세컨드 오피니언’을 들어보고 싶을 수 있다.

중증 질환일수록 세컨드 오피니언 중요
이런 경우 보호자로서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는 데 주저하지 말고, 새로운 수의사와 상담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내 경우 처음 내원한 반려동물을 진료할 때 가끔 이전 병원에서 검사한 기록을 요청할 때가 있다. 현 상태가 더 중요하지만 과거와 비교해 진행 속도, 예후 등을 추정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보호자는 난색을 표한다. 지금까지 반려동물을 정성껏 돌봐준 주치의를 배신하는 것으로 보일까 봐 이전 병원에 전화하기를 꺼린다.하지만 더는 결이 맞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수의사와 진료를 이어가는 건 모두에게 스트레스를 줄 뿐이다. 보호자와 반려동물에게 더 잘 맞는 수의사를 찾을 수 있고, 세컨드 오피니언을 통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이는 잠시 느끼는 불편함을 뛰어넘는 훨씬 큰 이득으로 돌아올 것이다. 특히 복잡한 질병이나 중대한 결정에서 여러 전문가의 입장은 서로 다를 수 있는 만큼 세컨드 오피니언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보호자가 불편함 없이 문제를 얘기할 수 있고, 이를 귀 기울여 들으며, 반려동물의 안위를 함께 고민해주는 수의사를 만나는 것. 그것이 ‘반려 생활’을 더욱 편안하게, 그리고 빛나게 하는 첫걸음이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자. 지금 주치의가 보호자와 결이 얼마나 잘 맞는지 찬찬히 생각해보자. 필요하다면 용기를 내 질문하고, 때로는 방향을 바꾸는 결단도 해보자. 그 선택이 반려동물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길이 될 테니.
황윤태 수의사는… 2013년부터 임상 수의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경기 성남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한국동물병원협회 위원을 맡고 있다. 책 ‘반려동물, 사랑하니까 오해할 수 있어요’를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