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현대 골프의 중심인 미국에서 골퍼들이 새 시즌을 느끼기 시작하는 건 새해 들어 하와이에서 열리는 2개 대회부터다. 첫 대회인 현대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현대챔피언스)에는 지난 시즌 우승 선수 30여 명이 참가했고, 그다음 주 열린 소니오픈에는 시드를 가진 선수 모두가 참가했다. 용품 계약과 후원사 변동을 마친 선수들은 새해 들어 첫 대회에서 새 클럽과 새 패션, 그리고 스타일까지 적응해본다. 용품 브랜드들은 첨단 기술을 넣은 신제품 출시 이전 프로토타입(prototype) 모델을 선수들에게 맡겨 반응을 파악한 뒤,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1월 말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열리는 PGA용품쇼에 정식으로 내놓는다.
마침 현대챔피언스가 열린 마우이 섬 플랜테이션 코스는 페어웨이가 넓고 전장이 길어 장타를 시험하기 좋은 반면, 소니오픈이 열린 호놀룰루 와이알레이는 페어웨이가 좁아 정교한 아이언샷을 시험하기에 적당하다. 따라서 이 두 대회는 올해 선수들의 용품은 물론, 스타일 변화까지 짐작해볼 수 있는 테스트 마켓이 되고 있다. 용품 브랜드 중에는 나이키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절대적인 광고 모델이던 타이거 우즈가 은퇴를 시사하면서 이에 대한 마케팅 대비책 때문인지 14명의 선수와 후원계약을 맺었다. 비거리 랭킹 4위인 브룩스 켑카와 토니 피노 같은 장타자는 나이키 제품으로 도배를 하다시피한 채 필드를 누볐다.

그런가 하면 PGA투어의 대표적인 패션 아이콘 리키 파울러는 농구화를 연상케 하는 하이톱 골프화와 밑단이 홀쭉한 조거 스타일 바지로 큰 관심을 끌었다. 이전에 키건 브래들리가 농구화 스타일의 신발을 시도한 적 있지만 바로 묻혔다. 파울러가 과감하게 시도한 푸마의 스트리트 패션은 복장을 매너처럼 여기는 기존 골퍼에게는 고정관념의 파괴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소니오픈에선 부 위클리의 더부룩한 수염도 주목을 받았다. 미국 메이저리그에는 수염을 길게 기른 선수가 흔하지만, 골프대회에서 얼굴을 뒤덮은 수염은 아직 낯설다. 반응을 좀 더 지켜본 뒤 깔끔하게 면도를 할지도 모른다. 이 모두가 신년 하와이에서 열리는 두 경기가 테스트 마켓이기에 가능한 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