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2일 국내 개인투자자가 순매수한 엔비디아 주식 규모다(한국예탁결제원). 이 기간 전체 미국 주식 투자금(5억4518만 달러·약 7488억6000만 원)의 70%에 달하는 비중으로, 가장 많이 매수한 단일 종목이기도 하다. 개인투자자가 엔비디아를 이처럼 대량 매수한 배경엔 6월 10일(현지 시간) 거래부터 적용된 엔비디아 주식 액면분할이 있다. 엔비디아는 최근 기존 주식 1주를 10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단행했다. 통상 액면분할은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기에 추가 상승 기대감이 서학개미 투심을 자극한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 [엔비디아 제공]
월가 목표주가 줄줄이 상향
엔비디아 주가 움직임은 아직까진 미미하다. 액면분할된 엔비디아 주가는 120.89달러로 첫날인 6월 10일 종가 121.79달러로 소폭 상승 마감했고, 11일엔 120.91달러, 12일엔 125.2달러를 기록했다. 액면분할이 주가에 긍정적인 이유는 소액주주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거래량이 늘어 주가를 부양하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앞서 5차례(2000, 2001, 2006, 2007, 2021) 액면분할을 진행한 바 있다. 4 대 1 비율로 진행한 2021년 7월 액면분할 땐 주가가 한 달간 12%, 연말까지 59% 올랐다.월가에선 엔비디아가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독점하고 있고, 최근 시장 상황이 엔비디아에 우호적이라는 점에서 상승 여력이 크다고 판단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월 9일(현지 시간) “아시아와 중동, 유럽 국가들이 자국 AI 컴퓨팅 시설 구축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며 “이는 엔비디아에 빠르게 성장하는 매출원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도 같은 이유로 “엔비디아 주가가 2년 내 또다시 10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브스는 엔비디아가 계속해서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는 점, 1년마다 차세대 칩을 공개한다는 점,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세계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 등을 추가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액면분할 후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120달러에서 135달러로, 바클레이스는 120달러에서 145달러로, 오펜하이머 자산운용은 110달러에서 15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장단기 전망 따로 봐야”
일각에선 엔비디아에 대한 어두운 전망도 제기된다. 1분기 실적 발표 후 주가가 폭등한 상황에서 액면분할로 매수세가 몰리면 상당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엔비디아엔 이 같은 단기 하락을 염두에 둔 공매도 잔고가 340억 달러(약 46조7000억 원)가량 쌓여 있다. 그 밖에 미국 경제학자이자 ‘인구절벽’ 저자인 해리 덴트는6월 10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디지털과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 거품이 14년간 지속됐다”며 “내년 초중반 주식·부동산시장이 대폭락하면서 엔비디아도 좋은 기업이지만 98% 하락할 것”이라는 비관론을 내놓기도 했다.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큰 시기인 만큼 엔비디아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과거 아마존, 애플, 테슬라 등의 액면분할을 돌이켜보면 단기 조정을 받은 사례가 많았다”면서 “액면분할은 장기적으론 기업가치를 따라 주가를 끌어올리지만 직후엔 차익실현 매물 등 요인으로 급락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염 이사는 “엔비디아는 워낙 실적이 좋은 기업이라 결국 주가가 오를 테지만, 마찬가지로 장단기 전망은 따로 봐야 한다”며 “너무 흥분하지 말고 한 차례 조정을 기다렸다가 매수하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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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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