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 증시엔 금리 외에 아무런 악재가 없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않을 거라는 우려 때문에 장이 빠졌다기보다 장이 쉬어갈 타이밍이 되니까 유일한 악재인 금리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증시가) 다시 상승 가도를 달릴 것으로 보인다.”
장우석 유에스스탁 부사장은 4월 9일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미국 증시를 이같이 전망했다. 최근 미국 증시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랠리를 멈추고 조정 구간에 진입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올해 기준금리를 한 차례도 내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이다. 그러나 이날 장 부사장은 “금리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며 “엔비디아는 900달러(약 121만6800원) 선을 반납한 지금이 절호의 매수 찬스”라고 강조했다.
장우석 유에스스탁 부사장. [지호영 기자]
“연준, 금리 다시 올리진 못해”
미국 증시가 주춤하고 있는데.“애초에 장이 빠질 자리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5개월 연속 올랐기 때문에 한 번 숨을 고를 때가 됐다. 지수가 3%씩 하락하는 횟수가 1년에 7번쯤 되는데, 올해는 아직 한 차례도 안 나왔다. 이번에 안 빠지면 나중에 더 큰 폭으로 하락할 위험이 있다.”
금리인하 미실시 가능성과 관련 없다는 뜻인가.
“지난주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미셸 보먼 연준 이사가 연달아 금리에 관한 매파적 발언을 내놨다. 약간의 조정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그래 봤자 고점 대비 약 1% 하락이었다. 별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번 주 발표 예정인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등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보나.
“예상치(3.4%)를 웃돌면 충격이 있긴 하겠지만 결국 잘 넘어갈 것이다. 최근 미국 경기나 기업 실적이 워낙 좋다. CPI나 개인소비지출(PCE) 같은 인플레이션 지표를 제외하면 걱정할 만한 부분이 거의 안 보인다. 그러다 보니 CPI에 대해서도 ‘이번에 안 빠지면 다음에 빠지겠지’ 하는 낙관적 분위기가 좀 깔려 있다. 언젠가 내려가 금리인하로 이어지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앞선 CPI 발표 때도 장세는 큰 변화 없이 비슷하게 움직였다.”
연준이 금리를 다시 올릴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던데.
“인상은 못 할 것이다. 물가가 잘 버티니까 조심하자는 차원이지 재인상까지 가기엔 위험 부담이 크다. 상업용 부동산 부실 대출 문제, 개인의 높은 신용카드 연체율, 연중 최고 수준인 장기국채(10년물) 금리 등 뇌관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금리를 올렸다간 경기침체라는 정반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게다가 올해는 대선이 있는 해다. 겁을 주는 것뿐, 실제 인상까진 하지 않을 것 같다.”
엔비디아 목표가 1000→1200달러
연초 금리인하 시점이 3월에서 6월로 밀렸음에도 인공지능(AI) 기업들이 호실적을 쓰면서 증시가 상승세를 탔다. 1분기 실적 시즌에도 비슷한 그림이 나올까.“그럴 거라고 본다. 미국 전체 상장기업의 1분기 이익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이 3.2%로 추정된다. S&P500 기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5%다. 실적이 계속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내용이 반영되면 장이 다시 한 번 뛸 것이다. 근래 들어선 AI 열풍이 저변까지 확대되고 있다. 6분기 연속 적자를 낸 마이크론이 AI 칩(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뛰어들어 깜짝 실적을 낸 게 대표적이다. AI 서버, 스토리지 쪽에서 이런 기업이 더 나올 것이다.”
엔비디아 주가 흐름은 어떻게 보나. 최근 900달러 선이 무너졌다(그래프 참조).
엔비디아 1분기 실적은 어떻게 나올까.
“올해 연간 매출 전망치가 1100억 달러(약 148조7200억 원)다. 지난해(600억 달러·약 81조1200억 원) 대비 80% 성장한 수치다. 1분기에도 그 성장세가 나타나 있을 것이다.”
주가는 이미 목표주가(1000달러)에 근접한 상태다. 그래도 매수 가치가 있나.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계속해서 올려 잡고 있다. 얼마 전엔 1200달러(약 162만2400원)까지 나왔다. 1분기 실적이 발표되고 주가가 1000달러까지 가면 그 위에 쌓여 있는 물량이 없기 때문에 아마 더 오를 것이다. 아직도 엔비디아 주식이 없는 사람에겐 이번이 굉장히 좋은 매수 기회다. 5월이 되면 엔비디아를 보유하고 있느냐 아니냐로 투자자 희비가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
대만 지진으로 TSMC가 피해를 입으면서 엔비디아 AI 칩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2분기 실적에 영향이 없는 게 맞나.
“굳이 따지자면 그게 딱 하나 걱정거리다. (TSMC 생산 라인이) 80%는 복구됐다고 하는데, 100% 가동되는 건 아니라서 물량 수급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다만 TSMC나 엔비디아 측 모두 ‘전혀 이상 없다’는 입장이니까 미리부터 예상하지 말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엔비디아 차익 실현 시기는 언제로 잡아야 하나.
“이미 많이들 판 것 같지만 일단 올해는 아니다(웃음). 빨라도 내년, 길게는 2~3년 동안 팔 이유가 없는 주식이다. 그만큼 상승세가 오래 지속될 거라는 의미다. 현재 엔비디아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31배다. 평균이 30인데, 성장 여력을 감안하면 너무 저평가돼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경기 활황에 에너지 관련주 강세
테슬라는 ‘로보택시’ 발표로 주가가 살짝 반등했다. 완전한 주가 회복은 언제쯤 가능할까.“공매도 커버가 이뤄지면서 주가가 약간 방어된 건 맞지만 추세 자체가 상승 전환할지는 모르겠다. (로보택시를) 8월에 내놓겠다는 것뿐 어떤 모델로 할지, 가격은 어느 정도인지 밝혀진 내용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누군가가 나한테 테슬라 투자 가치를 묻는다면 ‘연말까지 매수할 필요 없는 기업’이라고 답할 것이다. 혁신은 없고 전기차는 안 팔리다 보니 주당순이익(EPS)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PER은 기존 40배에서 45배까지 올랐다. 올해 중국 내 판매 부진이 계속되면 주가가 여기서 더 빠질 수도 있다. 얼마 전엔 파산 얘기까지 거론되지 않았나.”
그렇다면 AI 외에 지금 매수해봄 직한 섹터나 종목엔 무엇이 있나.
“최근 에너지 쪽 분위기가 아주 좋다. 미국 경기가 활황이라 기름을 많이 필요로 하고, 친환경 정책을 폐기할 가능성이 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컴백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특히 송유업체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타가리소시즈(TRGP)’가 그중 하나인데, 기름이 지나가기만 하면 수익을 얻는 구조라 원유 가격의 영향을 안 받는다. 개별 종목 투자가 어렵다면 S&P500 기업 중 에너지 기업만 모아놓은 XLE 에너지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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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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