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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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사정(司正) 한파 몰아치는 은행·증권가

홍콩 ELS 불완전판매·LTV 담합·고객 돈 돌려막기·불법 공매도 제재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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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4-01-2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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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 51.78% 마이너스 확정됐습니다.”

    “국민 손실 확정 금액 입금됐습니다. -52.15%.”

    1월 15~16일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가입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네이버 카페에서 나온 말들이다. 2021년 집중적으로 판매된 홍콩H지수 연계 ELS의 만기일이 도래하면서 그간 우려했던 손실이 하나둘 현실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홍콩H지수 연계 ELS를 판매한 은행·증권사에서 불완전판매 등 위법 행위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검사를 벌이는 중이다. 2~3월 중 검사 결과가 나와 제재 윤곽이 드러날 예정인 가운데 금융권은 금감원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권은 또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채권(고객 돈) 돌려막기, 불법 공매도 등과 관련해서도 금융당국 제재를 앞두고 있어 업계에 전운이 감돈다(뒷면 그래픽 참조).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 [동아DB]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 [동아DB]

    홍콩 ELS 2~3월 결론 날듯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홍콩H지수 연계 ELS 주요 판매처인 은행·증권사를 향해 칼날을 겨눠왔다. 고위험 파생상품을 개인에 무리하게 판매하고 그 과정에서 위험 고지를 충분히 하지 않아 조 단위 손실 가능성을 초래한 데 따른 것이다. 11~12월 금감원이 시중은행 5곳(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증권사 7곳(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투자·키움·신한투자)을 대상으로 진행한 현장(및 서면)조사에선 리스크 관리 부실 정황이 다수 드러났다. 홍콩H지수 연계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KB국민은행의 경우 인사 평가 지표인 핵심성과지표(KPI) 1000점(만점) 중 410점을 ELS 판매 실적과 연계했다. 지수 변동성이 일정 수준 이상인 ELS는 판매 목표 금액의 50%만 판매한다는 내부 규정을 바꿔 이 비율을 80%로 올리기도 했다. 일부 은행에선 신탁계약서, 투자자정보확인서 등 ELS 계약 서류를 제대로 보관하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다.

    금감원은 이 같은 현장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월 8일부터 이들 은행·증권사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검사’는 제재 직전 단계로 여기서 불완전판매 등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이들 은행·증권사는 고객 손실을 일부 배상하는 등 실질적 책임을 지게 될 전망이다. 검사 결과는 “2~3월이 지나기 전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게 목표”라는 이복현 금감원장 뜻에 따라 이르면 2월 발표 예정이다.



    증권사, CEO 중징계 불가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 첫 번째)이 1월 9일 ‘2024년 신년 금융현안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 첫 번째)이 1월 9일 ‘2024년 신년 금융현안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금융권을 긴장케 하는 건 홍콩H지수 연계 ELS 관련 제재뿐만이 아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보대출 LTV를 짬짜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 은행이 물건별 LTV 등 대출에 필요한 중요 자료를 사전에 공유해 고객이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받지 못하도록 ‘정보 교환 담합’을 벌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 은행이 대출 시 적용한 LTV는 NH농협 등 다른 은행보다 낮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 은행에선 “무리한 제재”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이복현 금감원장은 1월 9일 “금융권의 LTV 내지 손실률, 낙찰률에 관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공감할 계기가 될 것 같다”며 “공정위 조사 과정을 중요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현행 공정거래법은 담합 행위의 최대 과징금을 관련 매출 20%로 규정하고 있어 만약 혐의가 인정되면 이들 은행엔 수천억 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전망이다.

    증권사도 이런 엄중한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투자·미래에셋·KB·NH투자·키움·하나·교보·유진투자·SK 등 9개 증권사는 현재 채권형 랩어카운트(랩) 신탁 운용상 위법 행위에 대한 금감원 징계를 기다리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채권형 랩·신탁 업무실태 집중점검에서 이들 증권사가 상품 손실을 고객 돈 수천억 원으로 돌려막기 한 정황을 포착했다.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등 영향으로 채권형 랩·신탁의 만기 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워지자 만기가 도래한 특정 고객 계좌의 CP(기업어음)를 만기 전인 다른 고객 계좌로 고가 매도해 손실을 메우는 등 위법 행위를 벌인 것이다(그림 참조). 금감원은 이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중 일부가 이 같은 돌려막기를 직접 지시했거나 사전에 알고 있던 것으로 보고,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 처분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증권사는 금감원 공매도특별조사단 활동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부터 팀원 20명(기존 6명)으로 확대 개편돼 운영되고 있는 공매도특별조사단은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공매도 여부를 전수조사 중이다. 지난해 BNP파리바와 HSBC의 560억 원 규모 불법공매도를 적발한 것을 계기로 거래규모 상위 글로벌 IB의 거래 내역을 전부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1월 14일에는 그중 2곳 IB가 2022~2023년 5개 종목에 대해 도합 540억 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낸 사실을 추가로 확인하기도 했다. 이때 금감원은 글로벌 IB로부터 주문을 수탁한 국내 증권사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고 있다. 주문 수탁 과정에서 불법 공매도를 인지했다면 수탁사도 처벌 대상이다. 지난해 BNP파리바의 국내 수탁사인 BNP파리바증권에 80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배경이기도 하다. 이에 전수조사를 비자보는 증권사도 편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메인 비즈니스 타격 입을 것”

    업계에선 금융당국 제재로 올해 금융권이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1월 18일 전화 통화에서 “올해 은행·증권사의 실적 전망은 지난해보다 어둡다”며 “이런 가운데 고객 손실 보전, 과징금 등 금전 제재 부담이 생기면 경영 상황이 크게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어 “게다가 현재 금감원이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모두 은행과 증권사의 주요 사업 분야”라며 “메인 비즈니스 신뢰도에 의문이 생기고 수익성이 떨어지면 올해 사업 다각화를 통한 추가 수익 창출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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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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