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는 기초자산인 지수나 주가가 만기 때까지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원금과 미리 약속한 수익을 받을 수 있는 장외파생금융상품이다. ELS 수익구조는 발행기관이 정한 규정에 따라 다양한데, 기초자산 가격이 어느 수준만 유지돼도 수익을 받는 상품, 투자 기간 중 한 번이라도 정한 구간에 도달하면 원금이 손실되는 상품, 만기 시 가격 변동률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 등이 있다. ELS는 연계되는 기초자산에 따라 지수형(S&P500, 코스피, 유로스톡스50, 홍콩H지수), 종목형(삼성전자, 엔비디아, 테슬라), 혼합형(지수+종목) 등으로 나뉘며 투자자들에게 인기 있는 상품은 지수형이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GETTYIMAGES]
100%까지 원금 손실 우려도
지수형 ELS는 통상 3년 만기이며 특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6개월마다 수익을 받고 조기 상환하는 구조다(그래프1 참조). 예를 들어 투자한 ELS의 조기 상환 기준이 6개월 90%, 12개월 85%, 18개월 80%, 24개월 80%, 30개월 75%, 36개월 70%라면 가입 후 6개월이 되는 날짜에 관련 지수가 가입 기준일 종가 대비 90% 이상만 되면 계약 시 제시된 수익률과 원금을 함께 받고 조기 상환된다. 하지만 지수가 해당 날짜에 상환 기준을 넘지 못하면 수익금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상환도 6개월 이후로 연기된다. 이후 12개월이 되는 날짜에 지수가 가입 기준일 종가 대비 85%가 넘으면 원금과 수익금을 받고 조기 상환된다. 통상 조기 상환 조건은 계단처럼 내려가는 스텝다운(step-down)이 되고 수익률은 시간이 지날수록 올라가는 구조다. 이때 만기일까지 지수가 상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손실을 입는다. 손실액은 계약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지수 하락률만큼 발생한다.현재 홍콩H지수 연계 ELS가 문제가 되는 것은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계약이 대부분 녹인 구간을 터치해서다. 홍콩H지수는 2021년 1월 4일 종가 1만722.99로 한 해를 시작해 2월 17일 종가 1만2228.63으로 고점을 찍은 후 3년간 하락했다(그래프2 참조). 지난해 10월 31일에는 최저점 4938.56을 기록하면서 2021년 상반기 가입 ELS가 녹인 구간(50%)을 터치했다. 그뿐 아니라 현재 홍콩H지수는 11월 29일 종가 5818.87으로 2021년 2월 17일 고점 대비 52.42% 하락한 상태라서 당장 내년 1월 만기가 되는 ELS는 만기 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 1~2월 홍콩H지수 8000 상회해야
예를 들어 홍콩H지수가 종가 1만722.99이던 2021년 1월 4일 홍콩H지수 연계 ELS에 은퇴자금 3억 원을 투자했다고 해보자. 계약 조건이 36개월 만기 상환 70% 이상, 녹인 구간 50% 이하로 설정됐다면 내년 1월 3일 만기 시 홍콩H지수가 7506.093 이하면 원금 손실이 불가피한 것이다. 또한 만기일 홍콩H지수가 가입 기준일 대비 60%가량 하락한다면 투자 원금 3억 원 중 60%에 해당하는 1억8000만 원 손실이 발생한다. 즉 투자 원금 3억 원 가운데 1억2000만 원만 돌려받게 된다.ELS는 대부분 일주일간 공모를 통해 발행돼 상품별, 투자 시기별로 투자 손실이 확정되는 녹인 구간이 다르다. 하지만 내년 1~2월 홍콩H지수가 8000 선 이상으로 오르지 않으면 이 시기 만기가 도래하는 ELS에 투자한 이들은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장기 경기침체로 지수 반토막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1년 발행된 홍콩H지수 연계 ELS는 대부분 미상환돼 내년 1월부터 전액 만기 상환이 진행될 전망”이라며 “기준가의 70% 정도면 원금 손실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내년 1~2월에는 홍콩H지수가 8000을 상회해야 손실을 피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ELS는 국내에서는 2003년부터 상품화되기 시작해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저금리 시대에는 ELS의 원금 손실이 발생할 확률이 희박해 예금상품 대안으로 은행들이 주가연계신탁(Equity Linked Trust·ELT: ELS를 은행 신탁 계정에 편입한 상품)을 많이 판매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수형 ELS는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손실이 나는 경우가 적었고, 1년 만에 조기 상환해도 수익률이 4~6%나 돼 은행 예금을 대신하는 투자처로 고액 자산가나 은퇴자들에게 인기였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로도 불리는 홍콩H지수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국영기업 가운데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은행 등 40개 우량 기업의 주식 가격을 추종하는 지수로, 성장성과 안전성이 높다고 평가됐다. 홍콩H지수가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5000 선이 깨진 이후 약 14년간 그만큼 하락한 경우가 없었던 점도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의 고금리 기조로 글로벌 증시가 곤두박질하면서 ELS 투자자들의 악몽이 시작됐다. 특히 2021년 초 발행된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은 지난 3년간 중국 경기의 장기침체로 지수가 반토막 나면서 조기 상환에 실패하자 공포에 빠졌다.
한국예탁결제원과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10월 기준 2021년 1~2월 발행된 홍콩H지수 연계 ELS 가운데 미상환 잔액은 2조3472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상반기 미상환 잔액은 10조 1221억 원에 달한다(그래프3 참조). 내년 만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와 금리·주가 흐름을 감안할 때 원금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본다. 김정환 GB투자자문 대표는 “단기적으로 과매도권이라 기술적 반등이 가능한 영역에 접어들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고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 주가가 극적으로 반등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여전히 중국 증시는 중기적으로는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내년에도 홍콩H지수가 눈에 띄게 반등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홍콩H지수 연계 ELS 투자 늘어
반면 최근 홍콩H지수가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지만 추가 하락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에 홍콩H지수 연계 ELS를 찾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11월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증권가에서는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설계된 ELS가 1조3759억 원어치 판매됐다. 홍콩H지수가 추가 급락하지만 않으면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상품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 투자한 이들은 만기가 도래하는 3년 동안 홍콩H지수가 4200 선만 유지하면 약속한 수익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최근 손실 위험이 적은 채권에 투자해도 연 5% 이상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ELS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무엇보다 중국 증시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는 것도 홍콩H지수 연계 ELS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이런 이유로 홍콩H지수 연계 ELS 발행액 순위는 2019년 3위에서 올해는 5위로 밀려났다(그래프4 참조).한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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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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