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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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M 제조업지수와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 기막히게 비슷했다”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 “가파른 금리인상 결과물, 내년 경기둔화로 나타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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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3-06-1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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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보십니까’라고 질문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이코노미스트이기 때문에 그런 듯합니다.”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가 6월 12일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강세장 분위기가 만연한 가운데 “하반기 증시가 좋지 않을 수 있다”며 소수 의견을 내고 있다. 여러 경제지표가 장기간의 경기둔화를 예고한다는 이유에서다. 인터뷰 내내 강세장을 주장하는 전문가들 의견에 대한 생각을 물었지만 그의 답은 일관됐다.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ISM 제조업지수와 증시의 괴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간극이 좁혀지는 시기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역사가 반복된다면 결국 증시가 꺾이거나 ISM 제조업지수가 올라야 한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된 만큼 증시가 꺾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 [지호영 기자]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 [지호영 기자]

    ‘시장은 다 알고 있다’

    인터뷰 사흘 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5.00~5.25%로 동결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올해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을 5.6%로 상향하면서 일순간 시장에 파장이 일기도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히 높다”며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위원은 없다”고도 밝혔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이 ‘매파적 동결’로 불리는 이유다. 그럼에도 각국 증시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미국 S&P500 지수는 이날 상승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는 낙관이 만연하다.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고립공포감) 심리가 커지면서 주식시장에 합류하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이들에게 “가파른 금리인상 결과물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다만 “금융자산의 60%는 조정이 나타난 성장주를 중심으로 담아라”고 권했다. 다음은 김 이코노미스트와 나눈 일문일답.



    최근 증권가에서 연달아 하반기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데.

    “주식시장에 강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다 알고 있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의 예측과 다르게 시장이 흘러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시장이 어리석은 투자자들에게 뭔가를 얘기해주고 있다는 의미다. 요즘 시장은 하반기 경기가 그렇게 나쁘지 않고, 물가도 예상보다 더 잡힐 것이며, 금융위기 등도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듯하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도 전망을 수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시장에서 과열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조금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최근 세계은행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했는데.

    “맞다. 최근 발표된 지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이다. 4월에 국제통화기금(IMF)이 관련 전망을 내놨다. 세계은행도 이달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5%에서 1.1%로 높였다. 미국이 하반기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더라도 침체 폭이 깊지 않으리라는 의견을 나타낸 셈이다. 다만 내년에는 미국 경제성장률이 0.8%에 그칠 것이라며 전망치를 낮췄다. 올해는 당초보다 선방하지만 내년에는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IMF도 비슷한 기조다. 경기가 V자형 회복이 아닌 L자형 회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경제 전망이 썩 낙관적이지는 않은데, 왜 시장에서는 강세가 나타나나.

    “두 가지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통화정책에서 긴축 기조가 1년 이상 진행됐다. 연준이 숨 가쁘게 금리인상을 했고, 다른 중앙은행들도 비슷하게 과속 긴축을 한 측면이 있다. 어쨌든 이제는 ‘막바지 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시장의 투자심리를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인 듯하다. 미국 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에 집중적으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지수를 올린 측면도 있다. 이들 기업은 경기둔화기에도 위험성이 낮다. 빅테크 종목들이 중소형주였다면 지수는 제자리였을 것이다.”

    ‘상고하고 펼쳐지려면…’

    과거에도 지금과 같이 시장이 흘러갔던 적이 있었나.

    “닷컴버블 당시 쏠림이 굉장히 컸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심으로 쏠림이 나타났고, 정보기술(IT) 섹터에 매수세가 집중됐다. IT와 Non-IT로 양분됐다. 경기순환주, 금융주, 필수소비재주 둥은 찬밥인 반면, ‘닷컴’만 붙으면 무조건 오르는 시장이었다. 한정된 종목에만 (수급이) 집중되는 양상이 이어지면 시장이 건강하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 건강한 조정을 거치며 여러 종목으로 (수급이) 순환하면서 골고루 가야 상승 추세가 오래 이어진다. 올해 S&P500에 속한 500개 기업 중 490개 기업은 10% 정도밖에 못 올랐다. 나머지 10개 종목이 35% 가까이 오르는 등 쏠림이 크다.”

    닷컴버블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 않나.

    “그렇다. 밸류에이션이 닷컴버블 때에 비해 낮다. 거품보다 과열에 가까워 보인다. S&P5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8.5배 정도다. IT산업은 28배 정도로 전체 시장 평균의 2배가 안 된다. IT의 높은 성장성을 고려할 때 거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성장성이 다소 공격적으로 반영된 쏠림이 있다고 봐야 한다. 50~60배 정도라야 거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반기에 경기둔화로 넘어가고, 은행 관련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동시에, 소비재와 은행 등 여러 업종으로 (수급이) 순환하면 큰 폭의 지수 조정 없이 흘러갈 수 있다.”

    지난 인터뷰에서 말한 ‘전저점 테스트’가 펼쳐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인가.

    “결론적으로 하반기에 S&P500 기준 3700~3800, 코스피 기준 2300~2400까지는 내려갈 수 있다고 본다. 그 확률이 60~70%는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렇다면 큰 조정 없이 ‘상고하고’ 국면이 펼쳐지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시장이 쭉 과열을 보이면 코스피는 3000, S&P500은 4600~4700까지 갈 것 같다. 물론 이후 조정을 보일 수 있다. 시장이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는 이유는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만큼 심리게임과 유사하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강세장이 이어진다면 시장 성격이 바뀌었다고 볼 수도 있지 않나.

    “결과적으로 조삼모사다. 이른바 ‘서머랠리’가 이어지면서 주가가 많이 오르면 하반기에 많이 하락할 것이다. 미리 어느 정도 조정을 보인다면 하반기에 랠리가 나타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미스터 마켓’(Mr. Market: 시장에 대한 은유)만이 알겠지만 말이다.”

    금리인상 결과물 아직 도착 안 했다

    긴축 국면이라도 고용시장이 튼튼하면 증시가 크게 꺾이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는데.

    “태평성대 시절이면 통하는 말이다. 이런 주장의 핵심은 고용시장이 버티면 소비가 버티고, 결국 경기도 안정된다는 것이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금리가 500bp(1bp=0.01%p) 넘게 올렸다.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결과물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내년 경기는 생각보다 짓눌릴 가능성이 있다. 경기가 연착륙할 수 있다지만 이 경우 임금상승률도 서서히 잡힐 것이다. 연준이 금리인하 시점을 늦출 수밖에 없다. 트레이드오프(trade off) 관계다.”

    중요하게 보는 지표가 있나.

    “ISM 제조업지수를 제일 좋아한다. 제조업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지표인데, ISM 제조업지수 추이와 삼성전자 주가 흐름을 겹쳐보면 기가 막히게 비슷하다. 현재 ISM 제조업지수와 각국 주가지수에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그래프 참조). 괴리가 크면 주가 조정이 곧 나올 수 있고, 반대로 괴리가 작으면 시장에 버티는 힘이 생긴다. 요즘 분위기를 볼 때 ISM 제조업지수는 좀 더 떨어질 것 같다. 43~44쯤을 바닥으로 본다. 하반기에 ISM 제조업지수와 지수의 괴리가 좁혀지는 과정을 겪을 것이라고 본다.”

    경기선행지수가 바닥을 찍었거나, 바닥에 가까운 만큼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시각도 있는데.

    “틀린 예측은 아니다. 다만 사상 초유의 가파른 금리인상 결과물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경기둔화로 나타날 것이다. 경기선행지수가 사상 초유로 길게 (바닥으로) 늘어질 수도 있다.”

    중소형주 상대적 저평가

    한동안 순환매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나.

    “성장주 분야에서 순환매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AI는 물론, 이와 관련 있는 반도체주,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주, 2차전지주, 엔터테인먼트주, 방산주, 신재생에너지주, 로봇주, 일부 바이오주 등이다. 역설적이게도 지금 달리는 AI와 반도체 섹터가 어느 정도 숨고르기를 하느냐에 따라 하반기가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 이 분야들이 주춤하면서 다른 섹터 종목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면 시장은 에너지를 재충전하며 좀 더 갈 수 있다. 순환매가 절묘하게 벌어지면서 저점을 높여가는 경우다. 다만 몇몇 종목의 독주가 이어진다면 조정이 심하게 이뤄지는 ‘부러지는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

    AI 관련주를 포트폴리오에 담지 못한 투자자는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투자하는 것이 맞을까.

    “상반기에 주가 상승률이 높았던 만큼 하반기에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정이 온다면 좀 더 싸게 살 기회는 있을 것이다. 하반기에 하방 압력이 나타날 수 있으니 금융자산의 60% 정도를 순환매에 동참할 만한 종목군 중심으로 채우는 것이 좋아 보인다. 나머지 40%는 현금성 자산이나 단기채권 위주로 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주식을 너무 일찌감치 줄인 이들은 너무 조급해하면 스텝이 또 꼬일 수 있다. 자신 있는 종목들 중심으로 트레이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성장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자. 쫓아가는 매매가 아닌 기다리는 매매를 하자. 전 재산을 주식에 넣고 하반기를 맞이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대세 성장주의 경우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인데.

    “주가가 많이 떠 있긴 하다. 대세 상승장 초입이라면 주가 상태 등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꾹꾹 눌러 담아야 하는데, 그러지 말자는 얘기다. 성장주 가운데 주봉에서 조정이 나타난 종목들을 찾아 담아보자. PER이 높지 않고 수주가 계속 늘어나는 똘똘한 소부장 관련주들도 있다. 상대적으로 중소형주가 저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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