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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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희망, 위안, 그리고 삶에 대한 예찬

콜드플레이 ‘A Head Full Of Dr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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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아무리 암울한 현실일지라도 이맘때쯤은 희망을 꿈꾼다. 새해니까. 다른 이유는 필요 없다. 그런 노래를 한 곡 나누려 한다. 콜드플레이의 이번 앨범 ‘A Head Full Of Dreams’(사진)의 끝 곡 ‘Up & Up’이다. 솔직히 말해보자. ‘Viva La Vida’ 이후 ‘A Head Full Of Dreams’ 이전, 콜드플레이가 내놓은 두 장의 앨범은 영 만족스럽지 않았다. 뭔가 보여주다 말고, 하려다 말았으며, 들려주다 만 느낌이었달까. 그래도 기대가 있었다.  
내가 콜드플레이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2008년 일본 서머소닉 페스티벌이었다. ‘Viva La Vida’를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에 올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으로 날아온 것이다. 그들은 마지막 날 메인 스테이지에 섰다. 헤드라이너였다. 같은 시간 소닉 스테이지에서는 지저스 앤 메리 체인이 올랐다. 원래는 지저스 앤 메리 체인을 볼 생각이었지만 이번이 아니면 또 언제 지금 세계 정상에 있는 밴드의 공연을 보겠나 싶어 콜드플레이를 보기로 결정했다.
공연을 보면서 감탄했다. 라이브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통상적 의미에서의 연주와 퍼포먼스 얘기가 아니라는 거다. 태도였다. 크리스 마틴은 한 시간 반 공연 내내 이렇게 외치는 듯했다. ‘여러분을 즐겁게 해드릴게요. 우리를 사랑해주세요.’ 물론 말로 그런 게 아니다. 몸으로 그랬다. 눈으로 그랬다. 낯간지럽기 짝이 없는 문장이지만 그땐 정말 또렷하게 그렇게 느껴졌다.
그동안 몇 장의 앨범과 그 이상의 노래들을 통해 보여줬던 벅찬 고양감, 낙관적인 희망, 온기 넘치는 위안, 삶에 대한 예찬 같은 것들이 그날 밤의 퍼포먼스를 통해 또렷한 실체로서 각인됐다. 그러나, 어쩌면 그래서였을 것이다. 이후 두 장의 앨범에서 큰 감흥을 얻지 못했던 이유가. 또한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래도 콜드플레이에 대한 기대 비슷한 걸 놓지 않았던 이유가.
‘A Head Full Of Dreams’는 우리가 콜드플레이에게 가졌던 기대를 온전히 충족하는 앨범이다. 밝을 때 확실히 밝고, 고양될 때 확실히 고양되며, 서정적일 때도 우울의 늪에 빠지지 않는다. 앨범 전체에 걸쳐 ‘오케이, 다시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걸 보여주고 들려주고, 할게’라고 결연하게, 하지만 강박적이지 않게 콜드플레이다운 행보를 걷고 달린다. 때로는 웸블리 친화적인 영국적인 소리를, 때로는 빌보드 친화적인 미국적인 소리를 오간다. 그리하여 이 앨범에는 다시 벅찬 고양감, 낙관적인 희망, 온기 넘치는 위안, 삶에 대한 예찬 같은 콜드플레이의 미덕이 유사하되 선연하게 재현된다.
이 앨범의 꽃은 앞서 말했듯 마지막 곡 ‘Up & Up’이다. 10여 년간 콜드플레이가 쌓아온 세계관의 완결판 같은 곡이다. 간결한 테마를 확장하고 변주해 만년설 같은 장관을 만들어낸다. 종교가 아닌 신앙으로서의 가스펠 같은 경건함과 숭고함이 눈꽃처럼 피어난다. 이 아름다운 스펙터클의 화룡점정은 두 번 등장하는 기타 솔로다. 노엘 갤러거의 작품이다. 그는 오아시스 시절 ‘Champagne Supernova’에서 들려줬던 서정의 서사를 콜드플레이를 위해 아낌없이 선보인다. 다른 노래들이 이 노래를 중심으로 도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여기저기서 연말 결선을 할 때 이 앨범을 올해의 앨범 리스트에 넣지는 않았다. 올해의 노래 리스트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솔로를 나는 지난 연말 가장 가슴 벅차게 들었다. 지금도 그렇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이 노래를 반복해 들으며 밤의 홍대 앞 거리를 걸었다. 소돔과 고모라 같은 이 거리가, 적어도 그때만은 아름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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