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5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 한 아파트에 불이 나 사상자 32명이 발생했다. [도봉소방서 제공]
같은 아파트에서 1월 9일 오후 1시쯤 화재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슬아 기자]
스프링클러·완강기 없었다
도봉구와 군포시 화재엔 ‘노후 아파트’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두 아파트는 각각 2001년, 1993년 건설돼 강화된 소방법의 적용을 받지 못했다. 소방법(소방기본법) 및 소방시설법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를 순차적으로 확대했다. 1992년 ‘16층 이상 공동주택(아파트)의 16층 이상 층’, 2005년 ‘11층 이상 공동주택의 전층’, 2018년 ‘6층 이상 모든 건물의 전층’으로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발화 시작점인 도봉구 아파트(전체 23층) 3층과 군포시 아파트(전체 15층) 9층, 그 인접 층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30대 아버지가 생후 7개월 딸을 안고 뛰어내렸다 변을 당한 도봉구 아파트 4층의 경우 완강기도 없었다. 2005년부터 공동주택 저층(3~10층)에 완강기 설치(바닥 면적 1000㎡당 1개, 통상 층별 1개)가 의무화됐고, 특히 계단실형 공동주택은 세대별로 1개를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으나 노후 아파트는 자율에 맡겨진 것이다.소방시설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두 아파트의 복도엔 화재 시 화염과 연기를 차단해 안전한 대피로(직통 계단 등)를 확보해주는 방화문이 설치돼 있었다. 건축법 및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방화문은 항상 닫힌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임의로 개방하거나 폐쇄할 경우 3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화재 당시 두 아파트의 방화문은 모두 열려 있었고 계단실엔 연기가 유입된 상태였다. 이에 도봉구 아파트 10층 주민은 대피 중 연기에 질식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도 방화문의 중요성은 여전히 간과되고 있다. 1월 10일 도봉구 아파트와 인접한 3개 아파트 단지를 돌아본 결과 방화문을 열어둔 곳이 적잖았다. 2주 전 이웃 단지에서 화재 사망사고가 났음에도 ‘불편’을 이유로 방화문을 닫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1월 10일 “아파트 방화문을 모두 닫고 603세대에 ‘방화문은 생명문’ 스티커까지 다 붙였지만 다시 (방화문을) 여는 주민이 많다”며 “빛이 안 들어와 답답하다는 이유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 밖에 방화문과 이어진 계단실에 물건을 적치해둔 가구도 수두룩했다.
2020~2022년 아파트 화재 8200건 발생
도봉구 아파트와 인접한 아파트 단지 중에는 여전히 방화문을 열어둔 곳이 많았다. [이슬아 기자]
방화문과 이어진 대피로(계단실)에 물건을 적치해둔 가구도 적잖았다. [이슬아 기자]
“개개인 노력 중요해”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1월 11일 전화 통화에서 “그동안 노후 아파트에 소방시설을 확충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라면서 “보조금을 50%까지 지원해준다 해도 주민들이 그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건 평소 개인이 화재 예방을 철저히 하고, 설령 불이 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방화문을 잘 닫고 대피로에 적치물을 쌓아두지 않는 것인데, 그마저도 잘 안 지켜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축소된 신고포상금 제도를 다시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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