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1일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제공]
檢,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수사 착수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2월 14일 조 회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국타이어 임직원들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조 회장의 횡령 및 배임을 도운 혐의다. 검찰은 조 회장이 고급 외제차를 구매하거나 집을 수리하는 등 사적인 용도로 회삿돈을 사용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조 회장은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사 리한의 박지훈 대표에게 한국타이어그룹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옛 MKT)의 자금 100억 원을 부당하게 빌려준 혐의도 받고 있다. 리한의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금을 대여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의혹이다. 조 회장과 박 대표는 미국에서 고교와 대학을 함께 다니는 등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조 회장에 대한 수사는 공정위가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한국타이어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촉발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8일 한국타이어가 2014년 2월부터 2017년까지 한국프리시전웍스로부터 타이어에 패턴·디자인·로고 등을 구현하는 틀인 타이어 몰드를 고가에 매입하며 부당 지원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80억300만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조 회장은 한국프리시전웍스 지분을 29.9% 가지고 있어 4년간 64억 원 상당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이 조 회장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수사를 두고 검찰의 강한 수사 의지가 엿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조 회장의 구체적인 관여가 입증되지 않아 한국타이어 법인만 고발했다. 그런데 검찰이 조 회장에 대한 고발을 공정위에 요청하면서 회장 개인으로도 수사가 확대된 것이다. 전속고발제도에 따라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에 대한 검찰 수사는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가능하다. 다만 검찰총장이 고발을 요청한 경우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 입장에서는 다른 기관에 고발 요청을 할 때 부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타이어 정도 되는 규모의 기업이라면 특히 내부적으로 많은 검토를 거친 후 수사를 결정하는 만큼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8조3942억 원 매출을 올렸고. 공정자산 규모가 10조 원을 돌파해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검찰은 조 회장이 경영 승계를 위해 계열사 부당 지원에 관여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조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사위로, 2020년 부친인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으로부터 한국타이어 지분 23.5%를 전량 증여받으며 경영권 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수사팀은 조 회장이 한국프리시전웍스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한국타이어 지분 매입에 사용했을 개연성을 열어두고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관련 사안에 대해 당국에 소명을 했으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조사부 기지개에 재계 긴장
조 회장은 검찰 수사가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9년 하청업체로부터 납품 대가로 6억1500만 원을 받고, 계열사 자금 2억60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결국 그는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조 회장은 1심 이후 한국타이어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고, 항소심을 마친 후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번 수사로 다시 경영 활동에 적신호가 켜졌다.재계 역시 대기업 및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지난해 3월 21일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소속 검사를 9명에서 15명으로 늘리는 등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서울중앙지검 내 최대 부서인 경제범죄형사부와 같은 규모로 개편한 것이었다. 정권교체기에 이뤄진 해당 조치를 두고 “차기 정부가 기업 비리에 대한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예고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았다. 공정거래조사부는 공정거래법 위반 수사를 전담해 재계 저승사자로 불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특수부 검사 출신이라는 점도 재계의 우려를 더했다.
같은 해 7월 공정거래조사부 소속 검사가 7명으로 대폭 줄어들면서 일각에서는 검찰의 관심이 ‘기업 비리’가 아닌, ‘전임 정권 비리’에 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윤 대통령이 임기 초 재계와 허니문 기간을 가질 것이라는 예측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글로벌 경기 한파로 정부가 친기업 행보를 밟을 것이라는 시각도 이런 전망에 힘을 더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SPC그룹 계열의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소스를 섞는 교반기에 몸이 끼어 사망하자 여론이 악화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침 공정거래조사부가 지난해 12월 16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 밖에도 검찰은 2020년 공정위가 허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발한 건에 대해서도 수사의 고삐를 쥐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조사부는 올해도 수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조현범 회장 수사 외에도 2월 1일 입찰담합 의혹이 있는 한샘 등 9개 가구업체를 압수수색했다. 이 사건은 공정위 고발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검찰이 비리 혐의를 인지해 수사에 나선 사안이라 재계의 긴장감이 더 큰 상황이다. 검찰은 향후 해당 이슈와 관련해 공정위에 고발 요청을 할 예정이다. 지난해 검찰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한 건수는 10건이다. 2013년 의무고발요청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많았다.
“투자·공채 계획 수립에 부담”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지난해 10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 바이오 사업 ‘조 단위 매각’ 추진
‘트럼프 2기’ 핵심 실세는 장남 트럼프 주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