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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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인터넷전문은행 시대가 왔다

은산분리 완화로 증자해야 ‘훨훨’

자금력 강화, 부실 우려 불식…지속가능성 높여야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7-08-04 17: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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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한국 금융계의 키워드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될 것 같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은 생각보다 빨리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자본력이 시중은행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지금의 흥행 열풍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신용등급 중간 이하의 대출에 따른 부실화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시중은행 대비 자금력 약해, 자본 확충이 관건

    카카오뱅크는 7월 27일 출범 후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긴급 공지사항을 띄웠다. 체크카드 신청량 증가로 배송 지연 문제가 발생해 카드 수령까지 평균 4주가 걸린다는 것과 대출 신청자 폭주로 대출금 지급이 지연된다는 내용이었다. 기존 대출 신청자의 증명서류 확인 작업도 속도가 나지 않는 모양새다. 관련 서류를 팩스로 발송할 경우 확인이 늦어지니 모바일이나 인터넷 홈페이지의 서류제출 기능을 이용하라는 내용도 공지사항에 포함됐다.

    실제로 대출 신청을 해보려고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어 비상금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 신용대출 등 3가지 대출상품에 접속해 각각 ‘신청하기’(비상금대출), ‘나의 한도 조회하기’(마이너스통장대출·신용대출) 버튼을 눌러봤다. 그러나 3가지 상품 모두 ‘대출 신청자가 너무 많습니다. 잠시 후 다시 시도해주세요’라는 메시지만 떴다.

    이는 카카오뱅크가 소액대출을 원활하게 제공하고, 중신용자에게도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알리면서 한꺼번에 이용자가 몰린 탓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자금 부족으로 대출이 지연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이용후기를 살펴보면 사람들이 자신은 얼마만큼 돈을 빌릴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재미 삼아 ‘나의 한도 조회하기’를 눌러보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 가운데 실질적으로 돈을 빌리지 않는 가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어렵지만, 정말 대출이 급한 분은 이런 문제로 대출이 더뎌지자 고객센터에 전화해 항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면 카카오뱅크보다 넉 달 앞서 문을 연 케이뱅크 역시 대출자가 몰린 탓에 7월 1일부터 일부 대출 서비스를 제한했다. 케이뱅크 대출상품은 저금리 신용대출인 직장인K, 중금리 신용대출인 슬림K, 소액대출인 미니K 등 3가지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직장인K신용대출은 판매되지 않고 있다. 이 상품은 한때 케이뱅크 여신의 70%를 차지했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그러나 케이뱅크가 하반기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할 경우 현 자본으로는 모든 대출상품을 감당할 수 없으리란 판단 하에 선제 대응 격으로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당시부터 제기된 자금력 약화 문제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연내 증자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판매 재개 시기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자금력을 늘리려면 증자를 하는 것이 급선무다. 현행 은행법상 유상증자를 하려면 모든 주주가 동일 비율로 출자해야 한다. 그런데 케이뱅크의 경우 설립을 주도한 KT가 산업자본이라는 이유로 은산분리 규정에 따라 증자에 참여할 수 없다.

    은산분리란 산업자본이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회사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막아놓은 것을 말한다. 또한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10%까지 보유할 수 있다. 현재 케이뱅크 지분은 우리은행, NH투자증권, 한화생명, 다날 등 주요 주주사가 10%씩 갖고 있고 KT가 8%를 보유 중이다. KT는 추가 증자를 해도 법적 한도인 10%까지만 지분을 늘릴 수 있고, 그 가운데 4%분의 의결권만 가질 수 있어 증자한다 해도 주도적으로 운영에 참여할 수 없다.



    은산분리보다 은행 부실화가 더 문제

    이 때문에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각 기업의 자금 사정이 다른데 동일 비율로 증자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기존 주주 가운데 우리은행 등 금융권에서 증자를 추진하든지, 새로운 주주가 나타나든지 해야 하는데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은산분리가 완화되면 케이뱅크 설립을 추진한 KT가 적극적으로 증자에 참여할 수 있어 자금력 확보가 수월해질 것”이라고 희망했다.

    카카오뱅크는 최대주주가 58% 지분을 가진 한국투자금융지주이고, 카카오와 KB국민은행이 각 10%로 2대 주주다. 카카오는 산업자본으로 분류돼 증자에 참여할 수 없지만 한국투자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등 금융주주의 자금력이 높아 증자에 어려움이 없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시기와 규모 문제일 뿐”이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일부 전문가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해서라도 은산분리를 완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케이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을 때 제출한 사업계획안에 은산분리 완화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며 “당초 계획대로 채권 발행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확보해야지 KT가 추가 증자할 수 있도록 은산분리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와도 맞지 않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중신용자 대출에 따른 인터넷전문은행의 부실 위험도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다. 현재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전체 9등급 가운데 4~7등급의 중신용자에게도 대출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세분화된 신용평가로 우량한 중신용자를 골라낸다는 계획이다. 돈줄이 막힌 이들에게는 단비 같은 일이지만 연체율이 높아지면 이는 은행 부실 문제와 직결된다. 고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도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여신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숙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터넷전문은행 측은 문제가 없으리라는 의견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우리도 지점이 없을 뿐 엄연한 은행이다. 대출 한도 조회가 쉽다고 대출이 쉬운 것은 아니다. 각자의 신용도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고 금리 한도를 조절해 대출하는 것이지, 1억5000만 원을 아무에게나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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