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4

2023.04.07

‘난 특별해!’ 세상에 하나뿐인 굿즈 만드는 Z세대

[김상하의 이게 뭐Z?] 같은 아이돌 팬이어도 굿즈 겹치면 ‘No’… 커스텀으로 차별화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3-04-1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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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 는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딱잘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편의점 CU와 유튜버 ‘빠더너스’ 문상훈이 컬래버레이션해 만든 숙취 해소 젤리 ‘아이구 셔’. [편의점 ‘CU’ 제공]

    편의점 CU와 유튜버 ‘빠더너스’ 문상훈이 컬래버레이션해 만든 숙취 해소 젤리 ‘아이구 셔’. [편의점 ‘CU’ 제공]

    ‘띠부띠부씰’(뗐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이하 띠부씰)의 유행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Z세대는 유튜버 ‘빠더너스’ 문상훈이 편의점 CU와 손잡고 제작한 숙취 해소 젤리의 띠부씰을 모으기 위해 숙취가 없는데도 이 젤리를 구매하고 있다. 띠부씰계의 ‘최고 존엄’인 포켓몬스터(포켓몬) 스티커도 마찬가지다. 정말 스티커를 갖고 싶어서인지, 희귀 포켓몬을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집념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포켓몬 스티커의 인기는 2000년대 초에도, 2020년대 들어서도 가히 대단했다. 띠부씰은 요즘 새로운 굿즈 제작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얼마 전 유튜버 ‘쓰레기걸’이 친구 사진으로 띠부씰을 만들어 포켓몬 빵에 넣은 뒤 친구 반응을 지켜보는 영상을 공개했는데, 이후 띠부씰을 제작하는 업체에 굿즈 제작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특별해지길 원하는 Z세대가 띠부씰 등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굿즈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 ‘솜묭실’에서 각양각색 솜 인형을

    아이돌 덕질을 하는 Z세대라면 ‘솜 인형’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바로 떠오르는 인형이 하나 있을 테다. 직접 사본 적은 없어도 누군가 들고 다니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돌아다니는 사진으로 이 인형을 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트위터, 굿즈숍 등에서 판매되는 이 솜 인형은 아이돌을 캐릭터화해 만들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좋아하는 아이돌그룹의 멤버 수만큼 솜 인형을 구매해 벚꽃 구경 등 나들이에 동반하는 팬이 많다. 다만 이 솜 인형은 공장에서 제작되기 때문에 다른 팬이 가진 인형과 똑같이 생겼다는 단점이 있다. 옷을 사거나 만들어 입혀 차별화할 순 있지만 모든 팬이 ‘금손’은 아니기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인형 미용과 경락 등 서비스를 중개하는 트위터 계정 ‘솜묭실’. [트위터 ‘솜묭실’ 캡처]

    인형 미용과 경락 등 서비스를 중개하는 트위터 계정 ‘솜묭실’. [트위터 ‘솜묭실’ 캡처]

    트위터 ‘솜묭실’은 남다른 솜 인형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생겨났다. 이름처럼 인형 미용을 중개하는 계정으로, 진짜 미용실 중개 플랫폼처럼 운영된다. 인형 미용을 담당해줄 디자이너의 경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그렇다. 솜묭실은 매달 첫째, 셋째 주 월요일 오후 10시 네이버 폼으로 선착순 10명만 예약을 받는다. 인형 모양과 크기에 따라 비용이 다르게 책정되며 스타일도 각양각색이다. 인형을 위한 경락 마사지도 추가할 수 있다. ‘인형에 뭘 이렇게까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솜묭실에 올라온 인형의 미용 비포(before), 애프터(after) 사진을 보면 사람들이 왜 이곳에 인형을 맡기는지 단박에 납득된다.

    # 셀카 우표부터 YG 커스텀 굿즈까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서비스지만 우체국에선 자기 얼굴을 넣은 우표를 만들 수 있다. ‘나만의우표’라는 서비스인데, 셀카 등으로 우표를 만든 뒤 우체국 창구에서 사용 허가를 받으면 진짜 우표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Z세대를 중심으로 직접 만드는 나만의 굿즈에 대한 니즈가 늘어나는 데 따른 서비스 같다. 원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추억을 위해 이 우표를 많이 제작했다는데, 최근엔 20대 등 젊은 층에서 친구 사진을 넣어 우표를 만든 뒤 선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간단하지만 이거야말로 세상에 하나뿐인 굿즈이기 때문이다.

    연예기획사의 굿즈도 나만의 굿즈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아이돌 덕질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덕밍아웃’을 할 때가 있는데, 같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굿즈가 겹칠 때 특히 그렇다. 굿즈는 주로 스마트폰이나 에어팟 케이스처럼 팬심을 은근히 드러낼 수 있는 제품으로 제작된다. 하지만 아무리 같은 아이돌 팬이라도 굿즈가 겹치면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굿즈 때문에 자신이 누구의 팬인지 알려져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도 상당하다. 덕질 자체는 좋지만 일상에서 자신이 누구를 덕질하는지 공개되거나, 그것 때문에 주변의 관심을 받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직접 굿즈를 제작하자니 공식 굿즈가 아니라서 다들 망설인다.



    YG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아티스트의 팬들이 직접 스마트폰 케이스 굿즈를 커스텀할 수 있게 했다. [YG엔터테인먼트 공식 굿즈 사이트 캡처]

    YG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아티스트의 팬들이 직접 스마트폰 케이스 굿즈를 커스텀할 수 있게 했다. [YG엔터테인먼트 공식 굿즈 사이트 캡처]

    이번에 YG엔터테인먼트(YG)가 내놓은 스마트폰 케이스는 이 같은 팬들의 고민을 해결했다. 팬들이 직접 커스텀할 수 있는 스마트폰 케이스 굿즈를 선보인 것이다. 제작 방법도 간단하다. YG 공식 굿즈 사이트에 회원가입한 후 케이스 색깔을 고르고 사진 등으로 마음껏 꾸미면 된다. 이때 사진은 YG에서 제공하며, 소속 아티스트들이 쓴 문구 혹은 그림도 넣을 수 있다. 이렇게 케이스를 제작하면 소속사의 공식 굿즈이면서도 본인이 직접 커스텀한 것이라서 누구와도 겹치지 않는다. 이에 YG 소속 아티스트의 팬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현재는 위너, 트레저의 사진이 들어간 스마트폰 케이스 굿즈만 커스텀이 가능한데, 앞으론 더 많은 아티스트의 굿즈를 이렇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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