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모건스탠리 “반도체 사이클 후반부 진입”
삼성전자 주가를 일차적으로 흔드는 것은 거시 경제 상황이다. 미국 경기침체 위기가 확산하며 전 세계 증시가 얼어붙는 가운데 ‘경기민감주’로 분류되는 반도체주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경기침체에 빠지면 PC, 스마트폰 등 제품 소비가 줄면서 반도체 기업에 재고가 쌓이고, 그에 따라 실적이 악화한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 인공지능(AI) 거품론 등으로 촉발된 8월 5일 ‘검은 월요일’ 당시 반도체주의 주가 낙폭이 유독 컸던 배경이다.
반도체 업황이 둔화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반도체주를 둘러싼 시장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고점에 대비하라(Preparing for Peak)’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반도체 사이클이 후반부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사이클은 ‘비관-의심-긍정-환희’를 오가는데, 이 주기가 2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는 긍정에서 환희 단계로 넘어갔다는 설명이다. 모건스탠리는 앞선 2021년 7월에도 반도체 업황 둔화를 정확히 예측한 바 있어, 이번 보고서에 대해서도 시장의 주목도가 크다.
마지막 쐐기를 박은 것은 삼성전자 올해 3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 것이라는 예상이다. 중국 중신증권(CITIC) 산하 CLSA는 9월 6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망치(12조9000억 원)를 25% 하회하는 10조3000억 원”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 내용이 현실화할 경우 전 분기(10조4400억 원) 대비 역성장을 기록하는 것이다. CLSA는 “PC 및 스마트폰 수요 둔화로 삼성전자가 3분기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2분기에는 재고자산 충당금 환입이 약 1조3000억 원 있었으나 3분기에는 구형 재고가 소진돼 재고 환입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CLSA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11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내렸다.
삼성전자 임원진, 10억 원 자사주 매입
국내 증권사들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하고 있다. 그간 대부분 증권사가 삼성전자 목표주가로 10만 원 이상을 제시해왔으나 다시 10만 원 밑으로 눈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KB증권은 지난달 초 ‘왕의 귀환’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3만 원으로 올렸다가 한 달 만에 9만5000원으로 수정했다. 한국투자증권도 기존 12만 원에서 9만6000원으로 눈높이를 내렸다. 다만 이들 증권사는 삼성전자 주가 조정 폭이 과도하고 향후 추가 하락 위험이 제한적이라며 투자 의견은 그대로 ‘매수’로 유지했다.
이와 관련해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 평가가 너무 박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염 이사는 “메모리 반도체(D램) 회복세가 생각보다 더딘 것은 사실이나 그로 인해 남은 호재까지 주가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최근 대만에서 일반 서버 교체 수요가 수치로 나타나고 있고, 내년부터는 윈도우11 출시에 따른 PC 교체가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건스탠리도 고점을 ‘대비’하자는 것이지 지금이 고점이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 차례 추가 상승이 예상되고 (삼성전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1배라는 것은 도망갈 때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매수해야 할 때라는 신호”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 임원들은 이달 들어 10억 원 넘는 자사주를 매입했다.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과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이 각각 7억3900만 원어치, 3억4750만 원어치 자사주를 사들였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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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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