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국립공원 기온이 53°C까지 치솟았다. [뉴시스]
13개월 연속 역대 최고 고온 경신
6월 기준 전 세계 기온을 나타낸 지표. 역대 평균기온에 비해 높을수록 붉은색이 진해진다. [미국 국립환경정보센터 제공]
문제는 극심한 더위와 함께 가뭄, 폭우 등 다양한 형태의 ‘기후 재해’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남부 주요 도시가 폭염 속에서 체감 온도가 40°C에 가까워졌고 서부 일대에서는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국립공원은 53.3°C 고온을 기록했으며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도 기온이 48.3°C까지 치솟았다. 캐나다에서는 폭염으로 화재 400건이 발생해 9000명 이상이 대피해야 했다. 또한 멕시코 기온은 46°C에 가까워졌고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는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졌다. 추위의 상징인 러시아 시베리아마저 30℃ 넘는 무더위가 덮쳤다. 러시아 극동부에서도 1만㎢ 이상의 숲이 강렬한 더위로 불에 탔다. 유럽 남부에는 폭염이 찾아와 루마니아, 크로아티아, 이탈리아, 그리스 기온이 30°C를 훨씬 넘어 40°C에 가까워졌다. 중부 유럽 및 남서부 유럽은 평균보다 더 습한 날씨를 나타냈으며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에서는 폭우가 내려 홍수가 발생했다.
아시아도 기상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하며 사람들이 사망하기도 했다. 태국은 4월 44.1°C를 기록했으며, 미얀마는 48.2°C를 넘어섰다. 인도에서는 3월부터 6월까지 열사병 증세로 110여 명이 사망했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최근 성지순례 기간 폭염으로 1100명 넘는 사람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북동부와 방글라데시에서는 강렬하고 불규칙한 폭우가 발생해 300만 명 이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 중북부의 차드는 일주일 내내 45.6℃ 넘는 불볕더위가 이어지는 등 아프리카 여러 국가도 잔혹한 더위에 직면해 있다.
지구 표면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바다는 수십 년 동안 기후변화를 방어하는 역할을 해왔다.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약 4분의 1을 흡수할 뿐 아니라, 과도한 열에너지의 약 90%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자연적 기상 현상인 엘니뇨 또한 이상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에 비해 0.5°C 이상 높은 상태를 수개월간 지속하는 현상으로, 전 세계 기온을 끌어올리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형성된 강력한 엘니뇨는 올해 6월에 끝났지만 바닷물을 따뜻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기후분석단체 버클리 어스의 지크 하우스파더 기후과학자는 CNN을 통해 “엘니뇨 현상은 약화되고 있지만 전 세계가 여전히 전례 없는 더위를 겪고 있다”며 “현재 더위는 바다 온도를 0.3~0.5°C 상승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스웨이츠 빙하와 함께 남극의 거대한 빙하 중 하나인 파인 아일랜드(Pine Island) 빙하가 1940년대부터 급격히 녹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지난해 8월 이후 남극 겨울이 끝날 무렵 빙하 면적은 이전보다 100만㎢가량이 줄었다. 이는 프랑스와 독일을 합친 크기가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바다 온도가 상승하고 빙하와 빙상이 급속히 녹으면서 지난해 해수면이 1993년 위성 기록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2014~2023년 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률은 위성 기록을 시작한 첫 10년 동안 상승률의 2배를 넘어섰다. 전 세계 주요 빙하는 1950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손실을 겪었는데, 특히 북미 서부와 유럽, 티베트 고원 등지에서 극심하게 빙하가 녹은 것으로 나타났다. WMO 본부가 위치한 스위스에서만 알프스 빙하가 지난 2년 동안 남아 있는 양의 10%를 잃었다. 영구 동토층으로 불리는 지역 또한 북극 고위도에서 기온이 상승하며 빠르게 녹고 있다. 영구 동토층은 2년 이상 0°C 이하로 지속해서 유지되는 토양으로, 고위도 및 고고도 환경에 위치한다. 러시아 연방 수문 기상 및 환경 모니터링 서비스에 따르면 영구 동토층이 가장 빠르게 해빙되는 지역은 유럽 북부, 극지 우랄, 서부 시베리아다.
탄소 배출 줄이지 않으면 심각한 혼란 야기
지구온난화에 따른 빙하 손실은 지구 자전이 느려지는 현상까지 초래하고 있다. 미국 스크립스 해양학 연구소는 기후위기로 빙하가 녹을수록 지구 회전이 느려진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극지방 얼음이 대량으로 녹으면서 지구 모양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의 하루 길이는 달의 중력 저항으로 미세하지만 꾸준히 증가해왔다. 그러나 최근 급격한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마지막 빙하기에 형성된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 빙하가 대거 녹으면서 고위도에 저장된 물이 재분배돼 적도 부근 해안에 물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지구 중심이 더 볼록해진 형태로 바뀌어 회전이 느려지고 하루가 더욱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빙하 손실이 하루 길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1900년과 2000년 사이에는 0.3~1.0ms/cy(세기당 1000분의 1초 속도)로 느려진 데 비해 2000년 이후로는 1.3ms/cy로 급격히 느려졌다.
베네딕트 소자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 토목, 환경 및 측지공학과 교수는 ‘가디언’에서 “이번 연구를 통해 지구온난화가 기온 상승뿐 아니라, 지구의 공간적 움직임과 회전 방식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했다”며 “자연적으로 발생할 경우 수십억 년 세월이 걸리는 변화가 100~200년 만에 나타났다는 건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하루의 정확한 시간(지구의 1회 회전)이 밀리초 단위로 바뀌어도 큰 혼란이 예상된다. 지구의 시간 측정은 매우 정확한 원자시계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인터넷, 통신·금융거래를 운영하는 모든 데이터센터, 항해, 위성, 우주개발 등이 그것에 맞춰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현재 자전 속도가 느려지는 패턴은 지난 수천 년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탄소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2100년까지 자전 속도가 2.6ms/cy로 느려져 심각한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