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잠정 집계해 7월 5일 공시한 올해 2분기 실적은 매출 74조 원, 영업이익 10조4000억 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31%, 1452.24% 급증한 수치다. 아직 사업 부문별로 구체적인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산업 업황 회복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꿈틀대는 주가에 일부 투자자는 조심스레 ‘10만 전자’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그래프 참조). 이에 대해 반도체 전문가 우황제 작가는 “레거시 반도체 업황의 반등만으로 삼성전자 실적이 사이클 상승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현 시점에서 삼성전자 주식 매수 전략은 각자의 투자 성향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7월 12일 우 작가를 만나 최근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발표와 반도체 업황, 투자 포인트에 대해 들어봤다.
반도체 전문가 우황제 작가. [박해윤 기자]
“주가 더 오르려면 지속적인 실적 반등 필요”
삼성전자 2분기 잠정 실적을 어떻게 평가하나.
“당초 증권가는 약 8조 원 혹은 그것에 조금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전망했다. 이번 잠정 발표치는 상당한 ‘실적 서프라이즈’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HBM(고대역폭메모리) 비중을 확대하고 있지만 D램이나 낸드플래시 같은 기존 반도체 사업 비중이 여전히 크다. 이런 레거시 반도체 업황이 생각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도 바닥권에서 반등한 상태다. 제품 판매량이 본격적으로 반등했다는 지표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가격 반등 효과로 긍정적인 실적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실적 전망은 어떤가.
“사이클 산업, 특히 반도체 산업은 3사가 공급을 과점하는 특성상 가격 상승 사이클이 한번 시작되면 1년 반에서 2년 정도 유지된다. 과거 추이에 비춰보면 이번 잠정 실적 발표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확대된다는 첫 번째 신호다. 곧장 주가가 오르는 것은 아니어도 향후 2년 정도 실적이 개선되는 구간의 초입임을 알리는 시그널이다. 쉽게 말하자면 이번 분기 실적이 좋아서 주가가 오르는 게 아니라, 향후 실적 방향성을 보여주는 지표로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런 방향성이 앞으로 더 공고해지면 주가 추가 상승을 이끌 수 있다.”
반도체 업황과 삼성전자 실적이 2분기에 빠르게 턴할 것이라는 전망은 증권가뿐 아니라, 외국인과 기관, 상당수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도 지배적이었다. 이에 대해 우 작가는 “주가 측면에서 보자면 ‘실적이 잘 나왔으니 이제 들어가야겠다’고 하기보다, 이번 호실적이 이미 주가에 어느 정도 선반영됐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삼성전자 주가가 추가적으로 오르려면 향후 1년이나 1년 반 정도 지속적인 실적 반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같은 사이클 산업은 업황의 큰 흐름을 파악하는 게 투자에 중요하지 않나.
“그렇다. D램 사이클을 예로 들자면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하다 보통 고점 대비 절반 정도까지 빠지면 슬슬 저점이 형성된다. 이어서 곧 가격 상승 기대감이 다시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가격 하락은 과점 구조 때문에 그 폭은 다소 제한적이지만 속도가 가파르다. 그러다 보니 D램 가격이 낮아지기 시작하고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부정적 보도가 이어지면 상당수 개인투자자는 ‘물렸으니 조금이라도 만회하자’며 엄청난 매도 행렬을 보인다. 노련한 투자자는 그렇지 않다. D램 가격 하락세가 1년가량 지속되다가 슬슬 멈춘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타이트한 공급량으로 어느 순간 가격이 바닥을 형성하면 다시 상승 기대감이 여기저기서 생겨난다. 투자자 입장에서 최저점을 딱 맞춰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반도체 가격이 고점 대비 절반가량 빠졌을 때 분할 매수를 시작하면 비교적 낮은 평단가를 고수할 수 있다.”
“장기 보유 투자자는 추가 매수 부담”
현 시점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어떤가.
“삼성전자 주가가 정확히 어디까지, 얼마나 오를지는 예측할 수 없다. 지난 사이클에 비춰 어디쯤에서 상승세가 멈출지 전망하고, 현 주가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살피는 정도다. 삼성전자의 과거 밸류에이션 트렌드를 보면 대체로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과 2 사이에서 움직였다. 현재 삼성전자 PBR은 1.5와 1.6 사이에 있다. 지난 메모리 사이클을 고려하면 주가가 중간 정도까지 올랐다고 볼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 상승 사이클이 본격화되면 삼성전자가 큰 영업이익을 올리게 되고, 이에 따른 잉여이익으로 자본이 늘어난다. 자본이 증가하면 PBR이 추가적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현 주가는 중간 지점보다 소폭 아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 삼성전자 주식은 각자 투자 성향에 따라 매수 시기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우선 삼성전자와 반도체 종목에서 남은 기대 이익을 좀 더 누리고 싶거나, 향후 6개월~1년 안에 투자를 마무리하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현재 중간 수준인 PBR이 1.8 정도로 오를 때까지 매수를 지향하거나 계속 보유하는 전략이 가능하다. 반면 주식을 한 번 매수하면 2~3년가량 계속 보유하는 투자자는 현 주가 위치가 이미 중간 이상 오른 구간이라서 추가 매수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글로벌 반도체업계와 투자자의 관심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언제 HBM을 본격 납품할지에 쏠려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성장으로 HBM이 반도체 시장의 총아로 급부상했고,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로선 하루빨리 엔비디아의 퀄테스트(품질 검증)를 통과하고 HBM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를 추격해야 한다. 우 작가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을 언제, 얼마나 많이 공급할지 사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처럼 막연한 예측에 기대어 투자하기보다 HBM 시장의 전체 흐름을 읽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할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아직 삼성전자의 HBM 기술은 SK하이닉스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성능만 따지면 엔비디아가 당장 삼성전자 HBM을 쓸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HBM이 엔비디아에 납품될 가능성이 큰 이유는 현재 HBM 공급량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증설 규모를 다 따져도 향후 1~2년 수요를 간신히 따라갈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엔비디아는 기존 GPU(그래픽처리장치)인 H100에 머물지 않고 B100 같은 차세대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런 신제품에는 HBM이 더 많이 탑재된다. SK하이닉스 제품만으로 차세대 제품을 생산하기에는 공급량이 달린다. 따라서 부족한 공급을 충족하기 위해 엔비디아가 성능은 다소 낮아도 삼성전자 HBM을 납품받을 가능성이 크다.”
납품이 가시화될 경우 삼성전자와 HBM 관련 장비주(株) 전망은.
“삼성전자 HBM이 엔비디아에 본격 공급되면 밸류에이션이 강하게 일어나면서 주가 상승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럴 경우 삼성전자에 후공정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들도 수혜주로 꼽힐 것이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이미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SK하이닉스가 공격적으로 HBM 설비 증설에 들어간 터라 HBM 관련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의 주가 레벨이 이미 높아졌다는 것이다. 내년에는 HBM 공급량이 수요를 어느 정도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 HBM 분야에서 급격한 증설이 계속 이뤄지긴 어렵다. 따라서 HBM 장비주 주가가 증설을 계기로 또다시 큰 폭으로 오를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레거시 반도체 공급 부족 우려”
향후 반도체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투자 포인트는 무엇인가.
“최근 메모리 반도체 3사가 HBM 중심으로 설비를 증설하다 보니 기존 DDR5 같은 D램의 경우 증설에 신경을 많이 못 썼다. 이 때문에 레거시 반도체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공급 부족이 가시화되면 당연히 반도체 3사가 레거시 반도체 생산을 위한 증설도 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 공급을 본격화한다는 것은 캐파(생산능력) 상당 부분이 HBM에 할당됐다는 의미다. 달리 말하면 레거시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이 확대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많은 투자자가 HBM 밸류체인에만 관심을 갖지만, 그에 못지않게 레거시 반도체에도 주목하는 게 합리적이다. HBM 공급이 달려 불티나게 팔리는 현상을 마주한다면, 그 여파가 HBM뿐 아니라 다른 D램으로도 파급된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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