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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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코드에 맞춘 책 시장의 변신

[김상하의 이게 뭐Z?] 기존 종이책 대신할 키링북, 북카세트 등장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4-07-2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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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종이책을 읽는 사람이 갈수록 줄고 있다. 이북(ebook) 같은 편리한 형태의 책이 등장한 것은 물론, Z세대 중에는 책 대신 유튜브, 숏폼 콘텐츠 등으로 책 요약본 영상을 보는 사람도 많다. 도서업계는 이처럼 변화하는 사람들의 독서 습관에 발맞춰 다양한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시도하고 있다. 원래부터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재미 요소를 하나 더해주고, 책에 관심 없던 사람에게는 한 번쯤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의 다양한 굿즈 마케팅이 대표적인데, 그 밖에도 최근 도서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눈에 띄는 마케팅 방법이 많다.

    파본이 굿즈가 된다고?

    독립서점 ‘유어마인드’가 제작해 판매하는 키링북 굿즈 예시. [인스타그램 ‘your_mind_com’ 계정 캡처]

    독립서점 ‘유어마인드’가 제작해 판매하는 키링북 굿즈 예시. [인스타그램 ‘your_mind_com’ 계정 캡처]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독립서점 ‘유어마인드’는 책과 관련된 특색 있는 굿즈를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곳 인스타그램 계정(@your_mind_com)을 보면 책 주제에 맞춰 각기 다른 모양으로 제작한 책갈피, 인쇄·제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파본 등이 굿즈로 팔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상품 가치가 떨어진 파본을 굿즈화한 점이 인상적인데, “파본은 새로운 책이 돼 읽힐 자격을 얻으며 독자의 공간에 소장될 가치를 부여받는다”는 게 유어마인드의 참신한 시각이다.

    유어마인드를 처음 알게 된 건 ‘키링북’ 때문이다. 말 그대로 책을 작은 열쇠고리 형태로 만든 굿즈인데, 352개의 우리말 색 이름을 알려주는 ‘색이름 352’, 지각으로부터 정신과 육체를 지키는 노하우를 담은 ‘지각책’ 등 종류도 다양하다. 꾸미기 열풍을 타고 키링이 대세로 떠오른 요즘, 이 키링북은 가방이나 주머니에 걸고 다니기에 좋고 심심하면 정말 책처럼 읽을 수도 있어서 최근 몇 번이나 재입고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유어마인드에는 이런 아이디어 굿즈뿐 아니라, 일반 서점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립출판물도 많다.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휴지통, 길거리 쓰레기를 사진으로 찍은 사진집 등이 그것이다. 책과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곳에 방문했을 때 “여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민음사가 유료 멤버십 ‘북클럽’ 회원들에게 제공한 ‘NFC 키링’ 중 하나(주제 사랑). [민음북클럽 제공]

    민음사가 유료 멤버십 ‘북클럽’ 회원들에게 제공한 ‘NFC 키링’ 중 하나(주제 사랑). [민음북클럽 제공]

    국내 대형 출판사 중 한 곳인 민음사는 최근 유료 멤버십 ‘북클럽’ 회원을 성황리에 모집해 화제를 모았다. 가입 기념으로 나눠주는 스페셜 굿즈, 그중에서도 ‘NFC 키링’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이돌 덕질 좀 해본 사람이라면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형태의 굿즈에 익숙할 텐데, 이 굿즈는 스마트폰에 연결하면 NFT에 저장된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민음사는 사랑, 환상, 우정, 고전 등 4가지 주제로 나뉜 작은 책 모양 키링(NFC)을 스마트폰과 연결하면 각 주제와 관련된 여러 책의 발췌본을 읽을 수 있게 만들어놓았다. 주제를 따로 고를 수는 없고 랜덤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가입한 뒤 바꿔 보는 재미가 있다는 평이 나온다.

    민음사 NFC 굿즈가 유난히 각광받은 이유는 환경과 편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기 때문이다. 100%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제작해 자원 순환에 도움이 되도록 했으며, 키링 형태라서 일반 종이책처럼 들고 다니기에 무겁지도 않다. 사실 종이책을 안 보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가방에 넣고 다니기에 책이 너무 무겁기 때문인데, 민음사 이외에 다른 출판사들도 NFC 굿즈를 적극 활용하면 버스, 지하철 이동수단에서 틈틈이 책 읽는 사람이 늘어날 것 같다.

    연필 끼워 굴리는 책도

    해외 한 아티스트가 읽은 책 내용과 이미지 일부를 기록해 만든 ‘북카세트’. [인스타그램 ‘bookcassette’ 계정 캡처]

    해외 한 아티스트가 읽은 책 내용과 이미지 일부를 기록해 만든 ‘북카세트’. [인스타그램 ‘bookcassette’ 계정 캡처]

    해외에선 한 아티스트가 책을 아날로그 카세트테이프인 ‘북카세트’로 제작해 주목받고 있다. 이 아티스트는 자신이 다 읽은 책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북카세트를 택했는데, 카세트테이프를 리디자인해 책 내용, 이미지 일부를 기록한 종이를 끼우고 테이프 구멍에 연필 등을 넣어 굴리면 이북처럼 이미지가 움직이면서 계속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겉모습을 보고 착각하기 쉽지만 소리가 나오는 진짜 카세트테이프로 작동하진 않는다. 이 아티스트는 인스타그램 계정(@bookcassette)에 자신이 만든 북카세트를 선보이고 있으며, 게시물을 하나씩 넘기다 보면 유명 고전들도 찾을 수 있다. 신박한 아이디어라고 많은 사람이 호평하고 있어 아마 한국에서도 조만간 서점, 출판사 등에서 이 아티스트에게 컬래버레이션을 제안해 하나의 굿즈로 등장할 듯하다.

    책은 어릴 때는 가깝다가도 나이가 들면서 점점 멀어지는 물건 중 하나다. 다만 Z세대는 자기 발전에 관심이 많고, 매해 “1년에 몇 권 이상 책을 읽자”는 목표를 세우기 때문에 효율적이고 다양한 독서 방법이 생긴다면 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귀엽고 신기한 굿즈도 Z세대를 독서에 눈뜨게 할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기존 종이책을 결코 지루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으나 더 빠르게, 더 많은 것을 한꺼번에 얻기를 바라는 Z세대 코드에 맞게 책 시장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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