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여름 별미로 손꼽히는 막국수. [GETTYIMAGES]
내륙보다 선선하고 바다가 있어 한여름 더위를 싹 가시게 해주는 강원도는 국내 대표 여름 휴가지로 손꼽힌다. 강원도 휴가를 계획한 사람이라면 이곳 맛집들을 검색해봤을 텐데, 강원도에서는 특히 막국수 맛집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지역보다 강원도에 막국수 가게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메밀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로, 예부터 강원도에서 메밀을 많이 재배했다. 메밀 수확철인 가을이면 메밀을 갈아서 국수를 만들어 먹었는데, 이게 막국수 시초다. 막국수의 ‘막’은 말 그대로 ‘함부로’ ‘거칠게’라는 뜻으로, 껍질을 벗기지 않은 메밀을 그대로 맷돌에 갈아 거칠게 막 만든 국수가 바로 막국수다. 또 막국수는 특별한 조리법이 없어 취향에 맞는 아무 양념에 비비거나 국물에 말아 먹기도 한다. 이렇게 막국수는 누구나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강원도 대표 음식이 됐다.
강원도 고성과 속초의 몇몇 막국수 맛집은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비로소 그 맛을 볼 수 있다. 가게마다 고유한 맛이 있는데, 속초 ‘실로암메밀국수’는 천연 발효시킨, 탄산이 톡 쏘는 동치미 육수가 일품이다. 고성 ‘백촌막국수’는 평양냉면처럼 심심한 동치미 육수가 약간의 새콤한 맛을 내면서 아주 개운하다. 최근에는 건강 트렌드와 맞물려 메밀 면에 들기름과 들깨 등을 첨가한, 변형된 형태의 들기름 막국수도 자주 눈에 띈다. 막국수에 들기름의 향과 고소함이 더해져 특별한 맛을 낸다.
이효석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는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메밀꽃이 만발한 강원도 봉평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이다.
해마다 메밀꽃이 만개하는 9월이면 강원 평창에서는 메밀꽃 축제가 열린다. 여름에는 강릉, 속초, 고성 등지 바닷가에서 여름휴가와 함께 한 번 막국수를 즐기고, 가을에는 메밀꽃 축제를 찾아 소금을 뿌려놓은 듯한 메밀꽃과 함께 또 한 번 막국수를 즐겨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