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 후배를 만나 투자 관련 이야기를 했다. 이 후배는 그동안 직장 생활을 하며 저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월급을 아무리 모아도 자기가 원하는 금액을 만들기 힘들어 보였고, 그래서 주식투자를 시작하려 한다는 얘기였다. 그로부터 일주일가량 지나 이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주 활기차고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알아보니 주식 전문가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어떤 종목이 좋은지 추천해주는 주식 리딩방들이 있더라고요. 거기서 언제 사고팔면 되는지 자문받아서 그대로만 하면 되겠네요.”
나는 평소 다른 사람에게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고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세상일에 자신이 없어 항상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모호하게 얘기한다. 하지만 이때 후배에게는 확정적으로 말했다.
“그건 아니다. 주식 리딩방에 들어가지 마라.”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들이다.
“그 사람들은 오랫동안 주식시장에 있었던 전문가잖아요.”
그 사람들은 주식 전문가다. 이 점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도 여러 유형이 있다. 축구 전문가의 경우 축구 역사 전문가, 축구 규칙 전문가, 팀 운영 전문가, 해설 전문가, 승부 예측 전문가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이런 축구 전문가들이 실제 경기를 뛰면서 골을 넣을 수 있느냐 하면 그건 완전히 다른 얘기다. 주식 리딩방에 있는 전문 투자자 가운데 많은 수가 주식 종목, 매매 패턴, 차트, 주식 수급 파악 전문가다. 다만, 이런 전문가와 정말 주식투자로 큰 수익을 내는 전문가는 다르다. 축구 전문가라고 해서 경기에서 골을 잘 넣는 게 아니듯, 주식 전문가라 해서 주식투자에서 원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렇기에 전문가라는 이유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
“주식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이 지식 나눔이나 봉사 차원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요.”
누군가 주식투자로 큰돈을 벌면 무엇보다 그 주변 사람들이 먼저 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찾아와 투자 정보를 얻으려 한다. “무엇을 사면 좋을지” “언제 사서 언제 팔면 좋을지” 등을 묻는다. 그런데 사실 주식투자에 성공한 사람도 그런 질문에 대답하기 힘들다. 본인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는 운이 많이 작용한다. 운의 비중이 큰데 꼬치꼬치 물으니 대답하기가 굉장히 곤란하다. 성공한 주식투자자는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대처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그리고 그런 정보를 제공한다면 주변 사람들이 먼저다. 누군지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을 모집해 정보 제공, 지식 나눔을 할 여유가 없다.
아직 은퇴할 때가 아닌 성공한 주식투자자는 더 큰돈을 벌려고 한다. 그건 인정한다. 그런데 성공한 주식투자자가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은 자기가 직접 주식투자를 계속하는 것이다. 투자금 10억 원으로 10% 수익을 얻으면 1억 원이다. 성공한 주식투자자는 이런 수익금을 원하지, 회원을 모집해 인당 몇백만 원 회비로 돈을 벌려 하지 않는다. 투자 자문으로 1억 원을 벌려면 회비가 인당 300만 원일 경우 30명 넘게 모집한 뒤 매일매일 관리해야 한다. 그런 힘든 짓을 왜 하나. 그냥 자기가 직접 투자해 10% 이익을 내면 되는데 말이다. 투자금 20억 원이 있으면 5%만 이익을 내도 1억 원이다. 성공한 주식투자자는 계속해서 주식투자로 돈을 벌려 하지, 자문으로 돈을 벌려 하지 않는다.
“어떤 주식이 오를지 맞히는 경우도 많던데요.”
주식은 오르느냐 내리느냐 2가지 경우밖에 없다. 그냥 아무거나 골라도 50%는 맞힌다는 얘기다. 아무거나 두 종목을 골랐을 때 그 두 종목이 다음 날 모두 오를 확률은 25%다. 100명에게 각각 무작위로 2개 종목을 추천한다면 25명은 두 종목이 모두 내리고, 50명은 한 종목이 내리고 한 종목은 오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25명은 추천한 두 종목이 모두 오른다. 처음 25명은 이 주식 리딩방이 실력이 없다고 생각해 떠나고, 50명은 한 종목은 맞혔으니 긴가민가하며 지켜볼 테고, 25명은 여기는 2개 종목을 모두 맞혔으니 용하다고 생각해 가입비를 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 코스닥 시장에는 자본 규모, 거래 규모가 작은 주식이 굉장히 많다. 몇억, 몇십억 자금만 있으면 주가를 의도적으로 올리거나 내리는 등 주가를 움직일 수 있다. 대규모 기업의 주식 움직임을 맞힌다면 실력 있는 주식 리딩방일 수 있다. 하지만 평소 이름도 제대로 들어보지 못한 주식들의 움직임을 귀신같이 맞힌다면 그건 실력이라기보다 작전이 아닐까 의심해야 한다.
주식 리딩방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후배를 한참 설득해야 했다. 또 거기서 하는 얘기가 참인지 거짓인지, 타당한지 아니면 뭔가 이상한지 구별할 능력을 갖출 때까지는 주식에 큰돈을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그 후배가 최종적으로 주식 리딩방에 들어갔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내가 뭐라고 말했든, 주식 초보자인 후배에게 주식 리딩방의 존재는 깜깜한 밤에 비추는 한 줄기 빛이었으니까. 어쨌든 내 입장은 분명하다. 주식 리딩방에 들어가지 마라.
며칠 전부터 아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내온다. 페이스북 등에서 내가 주식 리딩방을 운영한다며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봤다는 내용이었다. 아무래도 나를 사칭하는 것 같다면서 해당 광고를 보내왔다. 쇼킹했다. 무엇보다 나는 장기투자자다. 종목 선정을 1년에 한두 번만 하고, 매매도 그때뿐이다. 장기투자자는 단기 변화에 무관심하다. 매일매일 종목을 선정하고 추천하는 주식 리딩방을 운영할 리가 없다. 그리고 결정적인 건 나는 미국 주식만 한다. 국내 주식에서 손을 뗀 지 몇 년 됐다. 이는 내 책을 읽은 사람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사실들이다. 그런데 내 이름을 사칭하고 주식 리딩방 회원을 모집하려는 사람이 있다고?
결국 내가 바랄 수 있는 건 그 주식 리딩방에 가입자가 없어 광고가 의미 없게 되는 것뿐이다. 사람들이 인터넷상에서 광고하는 주식 리딩방에 눈길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사칭하는 주식 리딩방뿐 아니라, 어떤 주식 리딩방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식 리딩방을 운영하는 이들은 주식에 대해 많이 알 수는 있어도 투자에 성공해 큰 수익을 얻은 사람은 아니다. 성공한 주식투자자가 일부러 사람들을 모집해 주식 추천을 할 리가 없다. 주식 리딩방은 자신도 오르지 못한 산을 일반 사람들에게 안내하는 가이드와 같다. 길을 모르는 가이드를 따라 높은 산을 오르면 반드시 사고가 난다. 최소한 주식 리딩방에 돈을 가져다줘서는 안 되는 이유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알아보니 주식 전문가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어떤 종목이 좋은지 추천해주는 주식 리딩방들이 있더라고요. 거기서 언제 사고팔면 되는지 자문받아서 그대로만 하면 되겠네요.”
비싼 회비 내고 들어가는 주식 리딩방
후배는 생전 처음 주식을 시작하면서 막막해했다. 그런데 전문가들의 지도를 받아 투자할 수 있으니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 이제는 주식투자로 돈을 버는 일만 남았다. 환호하는 후배의 말을 들으며 나는 정말 놀랐다. 이 후배는 세상물정 모르는 젊은 학생이 아니었다. 사회에서 말하는 소위 명문대를 나와 직장 생활도 몇 년 이상 했고, 나이도 30세가 훨씬 넘었다. 경제·경영학 전공은 아니었기에 경제 이론을 잘 모른다고는 해도 실제 경제생활에 대해서는 충분히 잘 아는 생활인이었다. 그런데도 주식 리딩방에 돈을 주고 들어가 거기서 주식 매매 정보를 받으려 한다니, 나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주식시장 생리를 모른단 말인가. 학교에서 배우는 한국 금융교육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이때 처음 깨달았다.나는 평소 다른 사람에게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고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세상일에 자신이 없어 항상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모호하게 얘기한다. 하지만 이때 후배에게는 확정적으로 말했다.
“그건 아니다. 주식 리딩방에 들어가지 마라.”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들이다.
“그 사람들은 오랫동안 주식시장에 있었던 전문가잖아요.”
그 사람들은 주식 전문가다. 이 점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도 여러 유형이 있다. 축구 전문가의 경우 축구 역사 전문가, 축구 규칙 전문가, 팀 운영 전문가, 해설 전문가, 승부 예측 전문가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이런 축구 전문가들이 실제 경기를 뛰면서 골을 넣을 수 있느냐 하면 그건 완전히 다른 얘기다. 주식 리딩방에 있는 전문 투자자 가운데 많은 수가 주식 종목, 매매 패턴, 차트, 주식 수급 파악 전문가다. 다만, 이런 전문가와 정말 주식투자로 큰 수익을 내는 전문가는 다르다. 축구 전문가라고 해서 경기에서 골을 잘 넣는 게 아니듯, 주식 전문가라 해서 주식투자에서 원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렇기에 전문가라는 이유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
“주식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이 지식 나눔이나 봉사 차원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요.”
누군가 주식투자로 큰돈을 벌면 무엇보다 그 주변 사람들이 먼저 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찾아와 투자 정보를 얻으려 한다. “무엇을 사면 좋을지” “언제 사서 언제 팔면 좋을지” 등을 묻는다. 그런데 사실 주식투자에 성공한 사람도 그런 질문에 대답하기 힘들다. 본인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는 운이 많이 작용한다. 운의 비중이 큰데 꼬치꼬치 물으니 대답하기가 굉장히 곤란하다. 성공한 주식투자자는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대처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그리고 그런 정보를 제공한다면 주변 사람들이 먼저다. 누군지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을 모집해 정보 제공, 지식 나눔을 할 여유가 없다.
성공한 투자자는 자문하지 않아
“주식투자에 성공했지만 더 큰돈을 벌려고 회원을 모집하는 건 아닐까요. 회비가 굉장히 비싸던데.”아직 은퇴할 때가 아닌 성공한 주식투자자는 더 큰돈을 벌려고 한다. 그건 인정한다. 그런데 성공한 주식투자자가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은 자기가 직접 주식투자를 계속하는 것이다. 투자금 10억 원으로 10% 수익을 얻으면 1억 원이다. 성공한 주식투자자는 이런 수익금을 원하지, 회원을 모집해 인당 몇백만 원 회비로 돈을 벌려 하지 않는다. 투자 자문으로 1억 원을 벌려면 회비가 인당 300만 원일 경우 30명 넘게 모집한 뒤 매일매일 관리해야 한다. 그런 힘든 짓을 왜 하나. 그냥 자기가 직접 투자해 10% 이익을 내면 되는데 말이다. 투자금 20억 원이 있으면 5%만 이익을 내도 1억 원이다. 성공한 주식투자자는 계속해서 주식투자로 돈을 벌려 하지, 자문으로 돈을 벌려 하지 않는다.
“어떤 주식이 오를지 맞히는 경우도 많던데요.”
주식은 오르느냐 내리느냐 2가지 경우밖에 없다. 그냥 아무거나 골라도 50%는 맞힌다는 얘기다. 아무거나 두 종목을 골랐을 때 그 두 종목이 다음 날 모두 오를 확률은 25%다. 100명에게 각각 무작위로 2개 종목을 추천한다면 25명은 두 종목이 모두 내리고, 50명은 한 종목이 내리고 한 종목은 오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25명은 추천한 두 종목이 모두 오른다. 처음 25명은 이 주식 리딩방이 실력이 없다고 생각해 떠나고, 50명은 한 종목은 맞혔으니 긴가민가하며 지켜볼 테고, 25명은 여기는 2개 종목을 모두 맞혔으니 용하다고 생각해 가입비를 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 코스닥 시장에는 자본 규모, 거래 규모가 작은 주식이 굉장히 많다. 몇억, 몇십억 자금만 있으면 주가를 의도적으로 올리거나 내리는 등 주가를 움직일 수 있다. 대규모 기업의 주식 움직임을 맞힌다면 실력 있는 주식 리딩방일 수 있다. 하지만 평소 이름도 제대로 들어보지 못한 주식들의 움직임을 귀신같이 맞힌다면 그건 실력이라기보다 작전이 아닐까 의심해야 한다.
주식 리딩방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후배를 한참 설득해야 했다. 또 거기서 하는 얘기가 참인지 거짓인지, 타당한지 아니면 뭔가 이상한지 구별할 능력을 갖출 때까지는 주식에 큰돈을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그 후배가 최종적으로 주식 리딩방에 들어갔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내가 뭐라고 말했든, 주식 초보자인 후배에게 주식 리딩방의 존재는 깜깜한 밤에 비추는 한 줄기 빛이었으니까. 어쨌든 내 입장은 분명하다. 주식 리딩방에 들어가지 마라.
며칠 전부터 아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내온다. 페이스북 등에서 내가 주식 리딩방을 운영한다며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봤다는 내용이었다. 아무래도 나를 사칭하는 것 같다면서 해당 광고를 보내왔다. 쇼킹했다. 무엇보다 나는 장기투자자다. 종목 선정을 1년에 한두 번만 하고, 매매도 그때뿐이다. 장기투자자는 단기 변화에 무관심하다. 매일매일 종목을 선정하고 추천하는 주식 리딩방을 운영할 리가 없다. 그리고 결정적인 건 나는 미국 주식만 한다. 국내 주식에서 손을 뗀 지 몇 년 됐다. 이는 내 책을 읽은 사람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사실들이다. 그런데 내 이름을 사칭하고 주식 리딩방 회원을 모집하려는 사람이 있다고?
최근 유명인을 사칭한 주식 리딩방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GETTYIMAGES]
사칭 리딩방 처벌 방법 없어
어쨌든 내 이름이 사칭되는 건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어떤 대응을 할 수 있나 알아보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다른 사람을 사칭한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단다. 그 일로 누군가가 실질적인 피해를 받아야 법적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등에 신고는 할 수 있지만, 기간도 오래 걸리고 또 설령 조치가 내려진다 해도 상대방이 다른 계정을 만들어 또다시 사칭할 수 있기에 별 효과가 없다고 한다. 결국 내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얘기다.결국 내가 바랄 수 있는 건 그 주식 리딩방에 가입자가 없어 광고가 의미 없게 되는 것뿐이다. 사람들이 인터넷상에서 광고하는 주식 리딩방에 눈길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사칭하는 주식 리딩방뿐 아니라, 어떤 주식 리딩방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식 리딩방을 운영하는 이들은 주식에 대해 많이 알 수는 있어도 투자에 성공해 큰 수익을 얻은 사람은 아니다. 성공한 주식투자자가 일부러 사람들을 모집해 주식 추천을 할 리가 없다. 주식 리딩방은 자신도 오르지 못한 산을 일반 사람들에게 안내하는 가이드와 같다. 길을 모르는 가이드를 따라 높은 산을 오르면 반드시 사고가 난다. 최소한 주식 리딩방에 돈을 가져다줘서는 안 되는 이유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