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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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봄바람에 줄줄이 신고가… HD현대일렉트릭·SK하이닉스·한미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 및 수출 다변화로 전력·반도체·화장품株 신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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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4-05-18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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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당 5000원이던 주식이 지금은 25만 원. 5000% 상승 축하합니다.”

    5월 15일 네이버 종목토론방에서 한 개인투자자가 주주들에게 축하 인사를 남겼다. 4년 만에 주가가 50배 뛴 이른바 ‘50베거’를 달성한 이 주식은 국내 전력기기 대장주 HD현대일렉트릭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3월 주가가 4840원까지 하락했으나 이내 반등했고, 올해 5월 16일 주가가 25만 원대에 머물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하면 HD현대일렉트릭은 국내 상장사 가운데 올해 목표주가 상향 폭이 가장 크다. 증권업계는 올해 이 기업의 목표주가를 29만5900원으로 설정하며 지난해 대비 184.8%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주가가 200% 이상 급등했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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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일렉트릭, 4년 사이 50배 뛰어

    1분기 실적 발표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호실적을 기록한 기업들이 연일 신고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개중에는 올해 주가가 2배 이상 뛴 종목도 있다(표1 참조). 인공지능(AI) 부문에 특화된 반도체주와 전력주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화장품주 등에서도 반전 모멘텀이 나타나고 있다. 화장품주의 경우 중국 경기가 회복되면서 산업 전반으로 온기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올해 한국 증시의 중심에는 전력주가 있었다. AI 산업이 성장하면서 데이터센터가 급증하자 전력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6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기량은 일본 전체 국민이 한 해 동안 쓰는 전기량(939TWh)과 같은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전력기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내 주요 3사인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은 지난해 11조4220억 원 수주 잔고를 기록했다.

    이들 기업은 올해도 호실적을 보이며 주가가 연이어 상승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 역시 이들 기업을 쓸어 담으면서 주가 상승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외국인투자자는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을 각각 2779억 원, 1457억 원 순매수했다. 국내 기업 전체 순매수 순위 2위, 5위다.



    AI 핵심 테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HBM 대장주 SK하이닉스는 5월 16일 52주 신고가는 물론, 사상 최고가도 경신했다. SK하이닉스는 5월 16일 기준 올해 주가가 36.4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3.68% 오른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주가가 88.67% 상승한 점을 고려할 때 1년 5개월 사이 시가총액이 2배 이상 뛴 셈이다.

    최고가 경신 비결은 역대급 실적이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2조4296억 원, 2조886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표2 참조).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 매출이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AI 대장주 엔비디아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사이클이 바닥을 지나 반등한 가운데 AI 열풍으로 고성능 메모리칩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SK하이닉스 실적도 크게 뛴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SK하이닉스가 HBM3E(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12단 제품을 3분기에 양산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시장 기대감은 여전하다.

    SK하이닉스와 협업하는 한미반도체 역시 같은 기간 주가가 133.55% 상승했다. 한미반도체는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773억 원, 287억 원으로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192%, 1283% 상승한 규모다. 한미반도체는 최근 인천 서구 주안국가산업단지에 7번째 공장 증설을 위한 부지를 확보하는 등 HBM 필수 공정 장비인 TC 본더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4월에 470억 규모 자사주를 소각하는 등 주주친화정책을 펼치는 점 역시 주가 상승 동인으로 꼽힌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과 자사의 TC 본더 ‘그리핀’. [한미반도체 제공]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과 자사의 TC 본더 ‘그리핀’. [한미반도체 제공]

    화장품주 분위기 반전 성공

    화장품주는 오랜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지난해 중국 경기가 부진한 탓에 화장품 대장주 LG생활건강은 주가가 50.83% 하락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지난해 주가가 5.45% 상승하는 데 그쳐 투자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K-뷰티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두 기업 입장에서는 체면을 구긴 셈이다. 중국은 한국 화장품 수출 1위 시장으로 지난해 전체 화장품 수출의 32.8%가 중국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 이들 기업의 수출 다변화 전략이 적중하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중국의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지고 있는 점 역시 호재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모두 올해 52주 신고가 달성에 성공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이 각각 9115억 원, 727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시장이 되살아나고 있고, 미주·유럽·중동 지역으로 해외 판로를 확대한 전략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대표는 3월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북미와 일본 사업 비중을 확대했고, 영국과 중동 등 신규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하며 해외시장 확대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 역시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7287억 원, 151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7%, 3.5% 증가했다. 이로써 LG생활건강은 10분기 만에 영업이익이 성장세로 전환됐다.

    “어차피 주도주 무너지면…”

    지난해 강세를 보였던 일부 화장품주는 올해도 신고가 랠리를 이어갔다. 다이소 품절템 ‘리들샷’을 판매하는 브이티는 최근 신고가를 경신했다. 브이티는 5월 15일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018억 원, 24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113%, 3776% 증가한 규모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해당 사실이 알려진 직후 브이티 주가는 2만8600원까지 상승했다.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브이티는 지난해 주가가 210.86% 상승했으며, 올해는 54.56% 올랐다.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대장주 코스맥스 역시 5월 16일 기준 올해 주가가 27.69% 상승하며 신고가를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실적이 뒷받침되는 기업들에 수급이 쏠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기가 강건한 모습을 보이자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연기됐고, 이에 따라 시장 참여자 사이에서 눈치싸움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는 “전력주 등 한국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의 경우 주가가 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수주가 뒷받침되면서 수급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주도주가 무너지면 시장 전체가 하락할 가능성이 큰 만큼 실적이 뒷받침되는 이들 기업에 투자하면서 경기 동향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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