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구경거리가 아닐 수 없다. 어려울 때 큰 힘이 됐던 친구와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친구에게 양보해야 하나, 싸워 이겨야 하나.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은 요즘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과의 입씨름으로 화제가 됐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안 의원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고 시장에 당선한 박 시장은 이번엔 안 의원 측이 미는 후보와 접전을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
1월 20일 인터뷰를 하려고 서울시장 집무실을 찾았다. 이날 아침 박 시장은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 때문에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서울시장을 혹시 안철수 의원 쪽으로 양보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 시장은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제가 백번이라도 양보해야 되고…, 기존 정치적 시각과는 다른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20일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장과 대선(대통령선거)을 양보했다. 이번엔 양보받을 차례”라고 발언한 뒤 맥락이다.
취임 이후 네 가지 치적
양보를 어떻게 한다는 뜻일까. 기자가 묻자 박 시장은 “그 발언이 문제가 될 줄 몰랐다. 서울시장 자리는 개인이 마음대로 선택하거나 가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 시민 요구가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한 발언)”고 강조했다. 인터뷰에 동석한 한 측근도 “이 문제를 양보하느냐 마느냐의 중심에서 보면 안 되고, 시민이 가진 시민 중심성에 대해 수사적으로 크게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박 시장은 안 의원 측에 호락호락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뜻 같다.
박 시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언론 인터뷰를 잘하지 않았지만 새해 들어 1월 20일까지 18회나 언론 인터뷰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시정 알리기에 나섰다. 어떻게 보면 시장이 자기 활동을 알리는 일은 당연하지만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박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 안 의원 측뿐 아니라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같은 무게 있는 여권 잠재 후보와도 겨뤄야 한다. 지금으로선 결코 재선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욕심 없이 시민 뜻 따를 것
인터뷰에 앞서 박 시장은 환한 웃음과 함께 소박한 명함을 내밀었다. 그의 명함에는 넓적부리도요 세밀화가 그려져 있다. 작지만 멀리 나는 이 새가 멸종위기종이기 때문에 자연보호 차원에서 명함에 새기고 다닌다고 했다.
▼ 시장직을 수행한 지 2년이 넘었지만 많은 사람에게 아직도 시민운동가 박원순 이미지가 남아 있는 것 같다.
“시민운동가로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 공익변호사 공감 등에서 활동하면서 창조적 혁신을 통해 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일을 해왔다. 시장으로서도 다를 게 없다. 일반 관료적 시스템은 부시장이 중심을 잡아주고, 나는 변화와 혁신을 만드는 일을 해왔다. 나를 그저 시민운동가 중 한 명이라고 여겼던 강남 아주머니들이 ‘박원순이 생각보다 굉장히 잘한다’고 한다더라.”
▼ 취임 이후 가장 두드러진 치적을 꼽는다면.
“네 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겠다. 현안을 해결했고, 갈등을 줄였다. 삶의 질을 높였고, 미래를 준비하며 초석을 쌓았다. 현안이라면 친환경 무상급식,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해결했다. 새빛둥둥섬, 뉴타운,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 용산국제업무지구 등에서 생긴 많은 갈등을 해결했다. 시청 앞이 조용해진 걸 느낄 것이다. 시위대열이 많이 사라졌다. 삶의 질을 높인 것으로는 지하철 9호선 재구조화로 혈세 3조2000억 원을 아꼈다. 채무도 20조 원에서 3조2000억 원 줄였다. 임대주택 8만 호를 지었고, 복지 예산을 전체 예산의 32%로 높였다. 안심귀가 스카우트, 맑은 아파트 만들기 같은 결과물이 삶의 질을 높인 것이다. 관광 마이스(MICE) 산업 종합정책, 2030 서울플랜, 한양도성 문화유산 등재 추진 등으로 미래에 대비했다.”
▼ 시민은 더 눈에 띄는 뭔가가 있길 기대한다. 개발사업이나 제도적 변화 등 ‘박원순표’라고 이름 붙일 만한 것이 별로 없다.
“과거는 경쟁과 하드웨어 시대였고 지금은 협동과 소프트웨어 시대다. 그래서 거대 프로젝트보다 소소한 작은 변화로 시민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높여야 하는 때가 됐다. 서울시에 제조업 공장 같은 대규모 건설은 불가능한 시대다. 서울은 이미 만원이다. 한국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경제는 10위권인데 삶의 질은 꼴찌 수준이다. 자살률, 범죄율은 1위다. 이런 부정적인 것을 개선하고 여유와 성찰을 되찾으면서 그 바탕 위에 창조와 상상력이 약동하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OECD 회원국 중 노동시간은 최장인데 노동생산성은 최저다. 큰 패러다임 전환이 있어야 한다.”
▼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창조경제가 바로 그것이다. 창조경제가 되려면 먼저 시민 삶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 먹고살기 바쁘고, 청소년이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에서, 비정규직이 59%나 되는 나라에서 상상력과 창조가 약동하겠나. 서울시의 경우 복지 기준선이 유엔공공행정 대상을 받았고, 시민참여예산제도 같은 거버넌스(협치)가 하나씩 확보되고 있다. 마을공동체운동, 사회적 경제 같은 것들 덕에 한 5년만 지나면 서울시는 세계적인 사회모델이 되리라 믿는다.”
▼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언급했는데, 민주당 소속 시장으로서 여권이나 중앙정부와의 관계는 어떠한가.
“조용한 편이다. 무상보육정책은 너무 큰 사안이라 정책 자체를 정부가 결정하고 그 대신 8대 2로 나눠 8을 정부에서 부담하라고 하니까 6대 4로 낮추자고 했다. 그래서 기획재정부 장관 만나 서울시 사정을 설명하려 했는데, 만나주지도 않아서 현수막 한 번 내걸었다. 그 외에는 잘 지내려 노력하고 있다. 서울시가 을인데 큰소리쳐선 안 된다.”
현직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 소통이 중요한 시대다. 얼마 전 경기 안양시청 강연에선 ‘가장 좋은 말은 말귀를 잘 알아듣는 말’이라며 소통을 강조하기도 했다. 스스로는 어떠한가.
“소통은 아무리 노력해도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올해 구호를 이통안민(以通安民·소통으로 시민을 편안하게 함)이라 내걸었다. 명예부시장 7명을 두고 각 분야 의견을 들어 해당 부서로 하여금 관철하게 한다든지, 소셜미디어센터를 통해 민원이나 제안을 하루에도 수백 건씩 받는다. 시민발언대나 다산콜센터도 소통을 위한 시스템이다.”
▼ 시민에게 도움이 된다면 안 의원 측에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하겠다고 해서 화제인데,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가.
“그 발언이 문제가 될 줄 몰랐다. 나는 시민 요구에 따라 시장에 출마했고, 또 시민이 나를 선택했다. 나는 개인의 정치적 욕심으로 시장이 되려고 발버둥친 사람이 아니다. 서울시장은 개인이 마음대로 선택하거나 가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시민 요구가 중요하다. 시민의 요구는 시대의 요구다. 그것에 따라 여러 요건과 절차가 있지 않겠나. 또 나보다 훌륭하고 시장 자격이 충분한 분이 있다면 내가 돼야 한다고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민들께서 박원순이라는 사람이 시장을 한 번 더 해 시정을 안정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며, 미래 세대를 위해 초석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 뜻을 따르겠다.”
▼ 좀 더 적극적으로 나를 뽑아달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지금 여러 정당이 서울시장 자리가 탐나니까 온갖 주장을 편다. 서울시장은 정당이나 정치, 특정한 누구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시민을 위한 자리다. 시민을 위해 비전과 철학을 얘기해야 하는데, 서울 탈환이니 뭐니 하는 말을 해서 되겠는가. (소유하고 있다 준다는 뜻의) 양보라는 말도 옳지 않다. 나는 별다른 선거 전략도 없다. 남은 5개월 동안 시민을 위해 열정을 다하는 것이 최고 선거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이순신 장군이 궤멸 직전 약세에도 왕에게 ‘신에겐 아직도 배 12척이 있습니다’(今臣戰船 尙有十二·금신전선 상유십이)라고 아뢰며 지혜와 열정을 다해 싸워 명랑대첩에서 승리하지 않았는가.”
▼ 서울시장은 대통령을 꿈꾸는 자리로 인식되기도 한다. 대통령이 되고 싶은가.
“나는 젊어서부터 시민운동을 했다. 시민운동은 기본적으로 자기희생과 헌신이 필요하다. 변호사 직업을 버리고 사회를 바꾸는 소셜디자이너(social designer)로 살아왔다. 앞으로 삶도 박원순표는 없고, 시민표만 있을 뿐이다. 그런 비전과 철학을 갖고 서울시장직에 임했다. 시민 삶을 돌보는 이 자리를 어떻게 가볍게 보겠나. 현직 시장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은 요즘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과의 입씨름으로 화제가 됐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안 의원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고 시장에 당선한 박 시장은 이번엔 안 의원 측이 미는 후보와 접전을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
1월 20일 인터뷰를 하려고 서울시장 집무실을 찾았다. 이날 아침 박 시장은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 때문에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서울시장을 혹시 안철수 의원 쪽으로 양보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 시장은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제가 백번이라도 양보해야 되고…, 기존 정치적 시각과는 다른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20일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장과 대선(대통령선거)을 양보했다. 이번엔 양보받을 차례”라고 발언한 뒤 맥락이다.
취임 이후 네 가지 치적
양보를 어떻게 한다는 뜻일까. 기자가 묻자 박 시장은 “그 발언이 문제가 될 줄 몰랐다. 서울시장 자리는 개인이 마음대로 선택하거나 가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 시민 요구가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한 발언)”고 강조했다. 인터뷰에 동석한 한 측근도 “이 문제를 양보하느냐 마느냐의 중심에서 보면 안 되고, 시민이 가진 시민 중심성에 대해 수사적으로 크게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박 시장은 안 의원 측에 호락호락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뜻 같다.
박 시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언론 인터뷰를 잘하지 않았지만 새해 들어 1월 20일까지 18회나 언론 인터뷰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시정 알리기에 나섰다. 어떻게 보면 시장이 자기 활동을 알리는 일은 당연하지만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박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 안 의원 측뿐 아니라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같은 무게 있는 여권 잠재 후보와도 겨뤄야 한다. 지금으로선 결코 재선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욕심 없이 시민 뜻 따를 것
인터뷰에 앞서 박 시장은 환한 웃음과 함께 소박한 명함을 내밀었다. 그의 명함에는 넓적부리도요 세밀화가 그려져 있다. 작지만 멀리 나는 이 새가 멸종위기종이기 때문에 자연보호 차원에서 명함에 새기고 다닌다고 했다.
▼ 시장직을 수행한 지 2년이 넘었지만 많은 사람에게 아직도 시민운동가 박원순 이미지가 남아 있는 것 같다.
“시민운동가로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 공익변호사 공감 등에서 활동하면서 창조적 혁신을 통해 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일을 해왔다. 시장으로서도 다를 게 없다. 일반 관료적 시스템은 부시장이 중심을 잡아주고, 나는 변화와 혁신을 만드는 일을 해왔다. 나를 그저 시민운동가 중 한 명이라고 여겼던 강남 아주머니들이 ‘박원순이 생각보다 굉장히 잘한다’고 한다더라.”
▼ 취임 이후 가장 두드러진 치적을 꼽는다면.
“네 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겠다. 현안을 해결했고, 갈등을 줄였다. 삶의 질을 높였고, 미래를 준비하며 초석을 쌓았다. 현안이라면 친환경 무상급식,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해결했다. 새빛둥둥섬, 뉴타운,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 용산국제업무지구 등에서 생긴 많은 갈등을 해결했다. 시청 앞이 조용해진 걸 느낄 것이다. 시위대열이 많이 사라졌다. 삶의 질을 높인 것으로는 지하철 9호선 재구조화로 혈세 3조2000억 원을 아꼈다. 채무도 20조 원에서 3조2000억 원 줄였다. 임대주택 8만 호를 지었고, 복지 예산을 전체 예산의 32%로 높였다. 안심귀가 스카우트, 맑은 아파트 만들기 같은 결과물이 삶의 질을 높인 것이다. 관광 마이스(MICE) 산업 종합정책, 2030 서울플랜, 한양도성 문화유산 등재 추진 등으로 미래에 대비했다.”
▼ 시민은 더 눈에 띄는 뭔가가 있길 기대한다. 개발사업이나 제도적 변화 등 ‘박원순표’라고 이름 붙일 만한 것이 별로 없다.
“과거는 경쟁과 하드웨어 시대였고 지금은 협동과 소프트웨어 시대다. 그래서 거대 프로젝트보다 소소한 작은 변화로 시민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높여야 하는 때가 됐다. 서울시에 제조업 공장 같은 대규모 건설은 불가능한 시대다. 서울은 이미 만원이다. 한국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경제는 10위권인데 삶의 질은 꼴찌 수준이다. 자살률, 범죄율은 1위다. 이런 부정적인 것을 개선하고 여유와 성찰을 되찾으면서 그 바탕 위에 창조와 상상력이 약동하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OECD 회원국 중 노동시간은 최장인데 노동생산성은 최저다. 큰 패러다임 전환이 있어야 한다.”
▼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창조경제가 바로 그것이다. 창조경제가 되려면 먼저 시민 삶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 먹고살기 바쁘고, 청소년이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에서, 비정규직이 59%나 되는 나라에서 상상력과 창조가 약동하겠나. 서울시의 경우 복지 기준선이 유엔공공행정 대상을 받았고, 시민참여예산제도 같은 거버넌스(협치)가 하나씩 확보되고 있다. 마을공동체운동, 사회적 경제 같은 것들 덕에 한 5년만 지나면 서울시는 세계적인 사회모델이 되리라 믿는다.”
▼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언급했는데, 민주당 소속 시장으로서 여권이나 중앙정부와의 관계는 어떠한가.
“조용한 편이다. 무상보육정책은 너무 큰 사안이라 정책 자체를 정부가 결정하고 그 대신 8대 2로 나눠 8을 정부에서 부담하라고 하니까 6대 4로 낮추자고 했다. 그래서 기획재정부 장관 만나 서울시 사정을 설명하려 했는데, 만나주지도 않아서 현수막 한 번 내걸었다. 그 외에는 잘 지내려 노력하고 있다. 서울시가 을인데 큰소리쳐선 안 된다.”
현직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2012년 10월 28일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안철수 당시 무소속 대선후보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소통은 아무리 노력해도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올해 구호를 이통안민(以通安民·소통으로 시민을 편안하게 함)이라 내걸었다. 명예부시장 7명을 두고 각 분야 의견을 들어 해당 부서로 하여금 관철하게 한다든지, 소셜미디어센터를 통해 민원이나 제안을 하루에도 수백 건씩 받는다. 시민발언대나 다산콜센터도 소통을 위한 시스템이다.”
▼ 시민에게 도움이 된다면 안 의원 측에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하겠다고 해서 화제인데,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가.
“그 발언이 문제가 될 줄 몰랐다. 나는 시민 요구에 따라 시장에 출마했고, 또 시민이 나를 선택했다. 나는 개인의 정치적 욕심으로 시장이 되려고 발버둥친 사람이 아니다. 서울시장은 개인이 마음대로 선택하거나 가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시민 요구가 중요하다. 시민의 요구는 시대의 요구다. 그것에 따라 여러 요건과 절차가 있지 않겠나. 또 나보다 훌륭하고 시장 자격이 충분한 분이 있다면 내가 돼야 한다고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민들께서 박원순이라는 사람이 시장을 한 번 더 해 시정을 안정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며, 미래 세대를 위해 초석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 뜻을 따르겠다.”
▼ 좀 더 적극적으로 나를 뽑아달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지금 여러 정당이 서울시장 자리가 탐나니까 온갖 주장을 편다. 서울시장은 정당이나 정치, 특정한 누구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시민을 위한 자리다. 시민을 위해 비전과 철학을 얘기해야 하는데, 서울 탈환이니 뭐니 하는 말을 해서 되겠는가. (소유하고 있다 준다는 뜻의) 양보라는 말도 옳지 않다. 나는 별다른 선거 전략도 없다. 남은 5개월 동안 시민을 위해 열정을 다하는 것이 최고 선거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이순신 장군이 궤멸 직전 약세에도 왕에게 ‘신에겐 아직도 배 12척이 있습니다’(今臣戰船 尙有十二·금신전선 상유십이)라고 아뢰며 지혜와 열정을 다해 싸워 명랑대첩에서 승리하지 않았는가.”
▼ 서울시장은 대통령을 꿈꾸는 자리로 인식되기도 한다. 대통령이 되고 싶은가.
“나는 젊어서부터 시민운동을 했다. 시민운동은 기본적으로 자기희생과 헌신이 필요하다. 변호사 직업을 버리고 사회를 바꾸는 소셜디자이너(social designer)로 살아왔다. 앞으로 삶도 박원순표는 없고, 시민표만 있을 뿐이다. 그런 비전과 철학을 갖고 서울시장직에 임했다. 시민 삶을 돌보는 이 자리를 어떻게 가볍게 보겠나. 현직 시장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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