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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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요란한 안개 구도 안철수 측 후보가 최대 변수

서울특별시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4-01-27 10: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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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 전국동시지방선거가 2월 4일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막이 오른다. 이번 선거는 ‘대선 불법’ 논란을 심판하자는 박근혜 정부 심판론과 지방정부 심판론이 격돌하고, ‘안철수 새 정치’가 현실 정치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확인해볼 수 있는 한판 승부처기도 하다. 이에 ‘주간동아’는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서울과 문재인, 안철수 의원의 고향이자 야풍(野風)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부산, 그리고 안철수 신당과 한판 대회전을 치를 민주당 텃밭 광주 민심을 긴급 점검했다.

    말만 요란한 안개 구도 안철수 측 후보가 최대 변수
    “내가 먼저 뭐 하나 물어봅시다. 대체 누가 나오는데요.”

    1월 21일 서울 중구 한 기사식당에서 만난 택시기사가 기자에게 한 질문이다. 서울시장 선거에 대해 묻자 그는 대뜸 “기자 양반은 뭐 좀 아는 게 있소”라고 반문했다.

    “지금 박원순 말고 확정된 사람이 없잖아요. 아니지. 박원순도 ‘시민이 원하면 양보하겠다’고 했으니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죠. 이런 마당에 누굴 놓고 선거 얘기를 합니까.”

    이 택시기사 목소리는 현재 서울시민 상당수의 정서를 대변한다. 1월 21일과 22일, 서울 곳곳에서 만난 시민은 하나같이 “아직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썼다 지웠다 ‘간 보기’ 계속

    말만 요란한 안개 구도 안철수 측 후보가 최대 변수

    서울시장 선거전에서 가장 앞서 달리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동국대 캠퍼스에서 만난 ‘안철수 지지자’ 대학생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안철수 의원을 좋아하지만, 이번 서울시장선거에서 누구를 뽑을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은 안 의원이 보여준 ‘새 정치’의 첫 결과물 아니냐. ‘안철수 신당’ 후보와 박 시장이 맞붙으면 안 의원이 스스로 자신의 ‘새 정치’를 부인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선거는 아직 ‘플레이어’조차 확정되지 않은 안개 구도다. 민주당 소속 박원순 시장이 사실상 출마를 확정한 반면, 자천타천 이름이 오르내리는 다른 후보들은 ‘간 보기’를 계속하는 형국이다. 새누리당에서 이혜훈 최고위원이 서울시장직 도전 의사를 밝혔지만, 대중의 관심은 높지 않다.

    오히려 출마와 불출마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출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택시기사 정모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몽준 의원이 안 나온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계속 뉴스에서 출마할지 모른다고 하니 좀 헷갈린다. 나오기만 하면 선거가 재밌어질 거 같다”고 했다. 그가 정 의원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큰 그림을 그릴 것 같아서”다. 정씨 말이다.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 된 뒤 뭘 했는지 통 모르겠다. 지금도 시장 임기 마치면 재야로 돌아가겠다고 하지 않나. 서울이 잘되려면 큰 꿈을 가진 사람이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 뭐라도 시도하고, 변화가 생긴다.”

    반면 박원순 시장의 ‘조용한 시정’에 공감하는 시민도 있다. 박 시장이 취임 후 줄곧 관심을 기울인 은평뉴타운에서 만난 한 주민은 “큰소리 안 내고 꼼꼼히 일을 챙기는 게 좋은 거 아니냐”고 했다. 은평구 진관동에 산다는 그는 “엊그제(1월 18일)도 시장이 여기 찾아와서 주민들이랑 지역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갔다. 은평뉴타운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동안은 아예 이쪽으로 출근까지 했다. 결국 문제를 풀어내는 걸 보고 우리 주민은 다 박 시장을 믿을 만하다고 여겼다”고 했다.

    일단 현재 앞서 나가는 건 박원순 시장 쪽이다. CBS노컷뉴스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포커스컴퍼니가 1월 22일 서울 25개 구 만 19세 이상 유권자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조사(표준오차 95% 신뢰수준에 ±3.70%p) 결과 응답자의 35.9%는 가장 적합한 차기 서울시장 감으로 박원순 시장을 꼽았다. 이어 안철수 의원 측 후보가 16.4%로 새누리당 예상 후보인 정몽준 의원(10.4%), 김황식 전 총리(8.0%), 이혜훈 최고위원(2.9%)을 앞섰다. 26.4%는 모른다고 답하거나 응답하지 않았다. 이 조사 결과로만 보면 박원순 시장은 새누리당 후보 3인이 연대하고 ‘안철수 신당’에서 제3 후보가 출마한다 해도 승리할 개연성이 높다.

    박원순 시장은 가상 대결에서도 다른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정몽준 의원과의 양자대결에서는 박원순 51.9%, 정몽준 31.3%로 20%p 이상 차이가 났고, 김황식 전 총리와는 56.0%대 24.6%, 이혜훈 최고위원과는 58.6% 대 16.7%로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안철수 의원 측 후보를 포함한 3자 대결에서도 모두 박 시장 승리가 예상됐다. 박 시장의 시정활동에 대한 평가도 ‘잘한다’가 66.1%로 ‘못한다’(19.6%)의 3배를 넘었다.

    변수는 정당 지지도다. 새누리당이 32.6%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인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18.7%로 16.6%인 ‘안철수 신당’에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박원순 시장은 현직에 있어 민주당과의 연관성이 낮게 느껴지는 만큼 정당 지지율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시민운동 경력이 긴 점도 야권 성향 유권자의 폭넓은 지지를 얻는 데 유리하다. 다만 지지기반이 안철수 의원 측과 겹치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15% 안팎 지지를 받는 ‘안철수 신당’이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놓을 경우 박 시장 표를 상당 부분 잠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시장과 새누리당 후보 가운데 ‘안철수 신당’ 쪽 표 5%를 더 가져오는 쪽이 승기를 잡을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말만 요란한 안개 구도 안철수 측 후보가 최대 변수

    새누리당 서울시장 선거 후보군으로 꼽히는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혜훈 최고위원(왼쪽부터).

    후보 확정돼야 확실한 윤곽

    이숙현 시사평론가도 “현재는 박원순 시장이 압도적으로 앞서는 것으로 보이나 안철수 의원 측이 ‘양보’ 발언까지 하면서 후보를 낸다고 공언한 만큼, 야권 표 분산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2006년 서울시장선거 때도 선거전이 본격화화기 전까지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한나라당이 오세훈이라는 대항마를 내세워 판세를 뒤집은 적이 있다. 지금 새누리당 후보군이 그만큼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는 회의적이지만, 지방선거 연령별 투표율 등을 감안할 때 아직 결과를 예측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이 부인하고 있지만, 1월 21일 한 신문이 보도한 ‘안철수 출마설’도 서울시장선거 판세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안철수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경우 다른 ‘제3 후보’와는 차원이 다른 파괴력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성동구 성수동에서 만난 한 시민은 “지금 안철수 의원이 여러모로 힘든 상황 아니냐”며 “민주당은 두 번이나 양보를 받았으면 한 번쯤은 도와줘야 한다. 은혜를 입었으면 갚아야 하는 게 도리”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원순 시장 지지도가 견고하지 않은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서울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6~28일 실시한 조사에서 박 시장의 시정 수행 지지도는 긍정 평가가 49.4%로 부정 평가(42.0%)보다 높았다. 하지만 재신임도에서는 비(非)지지 의견이 53.8%로 지지 의견(34.2%)보다 19.6%p 높게 나타났다. 박 시장이 업무 수행을 잘하는 편이라고 한 응답자 가운데서도 21.8%는 그가 출마할 경우 지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서울시장선거가 아직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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