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0세 연장법’이 4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6년부터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내용의 ‘고용상 연령차별 및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이 가결된 것이다. 이로써 정년 60세 규정은 2016년 1월 1일부터 공공기관, 지방공사, 지방공단, 300명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고, 2017년 1월 1일부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300명 미만 사업장에 적용된 뒤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당장 취업하기 어려운 청년들은 정년 연장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주간동아’는 법안에 대한 세대별 견해를 듣고자 양호경(31) 청년유니온 정책팀장과 고현종(47)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의 대담을 마련했다. 청년유니온과 노년유니온은 최근 전국단위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은 세대별 노조로, 각 세대의 일자리 및 복지 관련 일을 한다. 양 팀장은 통합진보당 권영길 의원실 정책보좌관을 지낸 뒤 2011년부터 청년유니온에서 상근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고 사무처장은 노동운동가 출신의 사회복지사. 비정규직 사회복지사로 조합 활동을 병행한다. 대담은 5월 7일 동아일보사 충정로사옥에서 진행했다.
사회 세대별 노조를 결성하게 된 경위와 결성 과정을 설명해달라. 두 단체 모두 노동조합(노조)으로 인정받기 어려웠다고 들었다.
양호경(이하 양) 청년 일자리라는 특화된 주제를 다루는 단체다. 즉 청년 구직자가 활동의 주축이 돼 구직자, 청년실업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구직자를 노동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청년유니온의 전국단위 노조 설립 신고를 5차례나 반려했다. 다행히 구직자를 노동자로 보는 판례가 속속 나왔고, 청년유니온은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 서울, 광주, 대전, 충북, 대구에서 지역단위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했다. 그 외 지역의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경기 지역 스포츠센터에서 일하는 헬스트레이너가 임금체불 문제를 상담해와도 구제할 수 없었다. 결국 4월 30일 전국단위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았다. 청년유니온은 노조원 700여 명과 함께 청년 구직자를 대변할 것이다.
경제민주화 이해하면 고용 파이 커져
고현종(이하 고)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노인 자살이 늘고 있다. 경제적 빈곤, 육체적 비관으로 자살을 택하는 것이다. 고충을 겪는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2011년 노년유니온을 구상했다. 기존 노인 단체와 달리 우리는 어르신의 노동권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대체로 노조란 이름에 거부감이 많아 노조원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노조가 갖는 이미지도 상쇄하고, 단순히 노인만의 이익이 아닌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노년운동을 하고자 유니온이란 이름을 쓰기로 했다. 이름만으로도 화두를 던질 수 있겠다 싶었다. 사실 청년유니온을 보면서 일자리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우리 세대를 위한 조직을 만들어야겠다는 영감을 얻었다.
노년유니온은 청년유니온의 이미테이션 격이다(웃음). 지난해 7월 복지시대시니어주니어노동연합(노동유니온 전신)을 만들고 10월 1일 노인의 날에 고용노동부에 노조 설립신고서를 냈다. 하지만 구직자를 구성원으로 하자 반려돼, 공공근로를 하면서 월 20만 원 급여를 받는 노인 13명을 노조원으로 내세워 노조로 인정받았다. 노조원들이 노조에 거부감이 있어 한국노총, 민주노총 같은 상급단체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앞으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감시·단속적 근로자(경비원) 같은 노인들을 대변할 생각이다.
양 우리도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았다. 청년 목소리를 독자적으로 내는 것이 의미 있다고 판단했다. 상급단체에 소속했다고 해서 실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사회 법안 통과로 정년이 60세로 연장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법안을 둘러싸고 세대 간 시각차가 있는 듯하다. 청년들은 내 일자리를 빼앗긴다고 여기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나.
양 정년 60세 연장법에 거부감을 갖는 청년은 거의 없다. 이러한 갈등 구도는 언론이 만들어낸 것 같다. 대기업에 취업한 친구들은 당장 자신이 정년 혜택을 받을 것이라 여기고, 취업 못한 친구들은 그 혜택을 부모님이 받아 자신들 부담감이 줄어든다고 본다. 그럼에도 언론에서 이 문제를 세대 갈등으로 풀어가는 건 청년과 노인 일자리가 그만큼 열악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 법안을 계기로 정년이 진짜 연장되면 좋겠다. 현실에서는 40대 중·후반에 승진하지 못해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흔치 않은가.
고 여기서 청년들이 대단하다는 것이 증명된다. 통 큰 생각이다. 어르신들은 정년 60세 연장법이 통과되자 미안함을 느낀다. 어떤 분은 자신이 청년 일자리를 뺏고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죄책감에 일을 포기해 빈곤해지면 급기야 자살을 택할 수도 있다. 불필요하게 감정을 소모하지 말고, 청년 일자리와 노인 일자리의 영역을 구분하면 어떨까. 가령 청년들이 대형마트 주차요원으로 일하는데 그런 업무는 노인이 맡고 청년들은 더 생산적인 파트에서 일하면 어떨까. 세대별 임무를 재배치하면 상생할 수 있다고 본다.
임금피크제 실시하면 살기 힘들어
사회 경제단체는 정년 연장으로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양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같은 경제단체는 대다수 기업이 아닌 몇몇 기업을 대변할 뿐이다. 전경련 인사들과 사석에서 만났는데 “정년 연장이 되면 청년 일자리가 없어지므로 청년들이 나서서 싸워야 한다”고 설득하더라. 그런 말을 들으니까 화가 났다. 정작 안정적인 일자리는 줄이면서 어떻게 그런 주장을 펼 수 있나.
고 순전히 엄살이다. 전경련 같은 단체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전경련이 미덥지 않다. 전경련이 제공하는 재계 은퇴자 컨설팅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유용하지 않았다. 그분들은 체계적인 조직에서 능력을 발휘해 그런지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는 사람들을 컨설팅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노인들이 일자리를 가져가면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건 정부가 만들어낸 프레임 같다. 먼저 경제민주화부터 이행해달라. 중소기업이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졌어도 대기업이 독식하는 사회에서는 살아나기 어렵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고용창출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덮고 갈 수 없다. 고용이라는 파이 자체를 키워야 한다. 파이가 작으면 싸울 수밖에 없다. 또한 여기서 더 나아가 정년이란 개념 자체가 없어지면 좋겠다.
사회 아예 정년을 없애자는 말인가.
고 본래 60세 정년 의무제는 독일 비스마르크가 국민 평균수명이 45세일 때 만든 것이다. 지금은 수명이 더 길어졌으니 정년을 더 늘려야 하지 않나. 국민 평균수명을 감안하면 정년이 85세는 돼야 한다. 이를 법제화하는 건 무리일 수 있지만 적어도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노동시장에 머물게 해야 한다. 노동자 스스로 업무 강도와 성격 등에 비춰 노동 여부를 판단하게끔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서구권에는 정년이 없는 나라가 많다. 일본만 해도 정년이 65세로, 우리보다 상황이 낫다.
양 정년을 없애는 것에 찬성한다. 일하고 싶은 사람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법안을 계기로 정년 폐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 좋겠다.
사회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양 임금피크제에 반대한다. 당사자들 역시 정년이 연장되더라도 월급이 깎이는 것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호봉제가 엄격하게 적용돼 직급 간 임금 격차가 크다는 문제점이 있다. 내 주변에도 “일은 내가 다 하는데 월급은 상사가 훨씬 더 많이 받는다”면서 불평하는 청년이 많다. 특히 억대 연봉을 받는 상사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하지만 노하우가 있는 상사는 그만한 대우를 받을 만하다. 영화 ‘전설의 주먹’을 보니 젊은 PD가 끙끙대고 있을 때 노하우가 많은 국장이 팁을 주는 장면이 나오더라.
다만 지금 같은 호봉제를 유지하는 건 곤란하다. 직급 상승에 따라 임금이 껑충 뛰는 호봉제는 손봐야 한다. 노동계에서 우리가 이런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욕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부분은 논의돼야 한다. 생산성을 산출할 기준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연차에 따라 임금을 올려주는 것인데, 단지 나이를 역량 평가의 기준으로 보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역량과 경력 등을 감안해 대우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일본도 연봉제가 완화되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나라는 1명이 100명, 1000명을 먹여살린다는 논리가 있기 때문에 임금 격차가 큰 것 같다. 시급 4860원을 받고 일하는 사람은 능력보다 더 많은 대우를 받는 것으로 여기고, 최고경영자가 10억, 20억 받는 건 당연하다는 논리가 통용돼 안타깝다.
세대가 함께하는 일자리 창출기관 필요
고 임금피크제는 사람을 사지로 내모는 제도다. 정년이 임박할 때쯤이면 자녀 대학등록금, 결혼자금으로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월급을 줄이면 어떻게 사나. 다만 협동조합처럼 직급별 임금 격차를 줄이면 좋겠다. 협동조합은 1대 3 원칙이 있다. 최고경영자와 말단 직원의 임금 격차가 3배를 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기업, 중소기업은 임금 격차가 심하다. 구성원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정도다. 점차적으로 그 격차를 줄이고, 이익을 재투자로 선순환하면 어떨까. 이렇게 되면 청년층도 더 열심히 일할 수 있고, 장년층이 많아진다 해도 회사에 부담이 되진 않을 것이다. 정년을 연장하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회 그렇다면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 어떤 생각을 해야 하나.
고 지금 있는 일자리를 어떻게 나누느냐가 아니라, 일자리 자체를 늘려야 한다. 현 상태에서 논의하면 임금피크제 등으로 논의가 좁혀질 수밖에 없다.
양 일자리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일자리가 그렇게 없을까. 대기업 중심의 구조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불안정한 일자리만 양산하고 있는 건 아닌가. 우리나라는 일자리는 부족하지만 일 자체는 엄청나게 많은 나라다. 일하는 사람은 너무 많이 일하는 것이다.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이 그만큼 고용을 창출하는지 의문이다.
고 노인들이 일자리를 찾는 이유를 점검해야 한다. 평생 일하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그런데 일해야 하는 노인이 너무 많다. 경비, 지하철택배, 거리 청소, 폐지 수거 노인들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다닐 정도로 자기 일을 부끄러워한다. 일하면서도 인생 막장이라고 느껴 자식에게도 숨긴다. 노인의 노동문제는 여러 면에서 조명해야 한다.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말 일하고 싶어서 일하는 노인은 소수다. 할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려고 일하는 것이다. 손자를 명문대에 보내려면 할아버지 재력이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나. 쉬고 싶지만 자식들은 결혼 못하고, 손자 손녀가 취업 못하면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야겠다는 생각에서 일한다.
양 스웨덴은 퇴직하면 오히려 임금을 더 많이 받는 효과를 얻는다고 한다. 연금을 받는 데다 세금이 줄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은 평생 일하지 않으면 살기 힘들다.
사회 정년 60세 연장법 통과로 노조가 강력한 대기업 생산직은 혜택을 받고, 사무직은 별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고 그럴 개연성도 있다.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다. 현재 생산직 임금은 사무직의 70% 수준이다. 그러므로 그 자체만으로 판단해 편 가르기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단 정년 연장으로 인한 혜택을 골고루 받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선거에서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렇다면 그 대안을 차근차근 만들어가야 한다. 각 세대가 일자리를 함께 창출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어달라.
양 특정 직군이 그 혜택을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법을 계기로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 다양한 영역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30대부터 50대까지 일하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그 이후 연령대도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까.
‘주간동아’는 법안에 대한 세대별 견해를 듣고자 양호경(31) 청년유니온 정책팀장과 고현종(47)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의 대담을 마련했다. 청년유니온과 노년유니온은 최근 전국단위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은 세대별 노조로, 각 세대의 일자리 및 복지 관련 일을 한다. 양 팀장은 통합진보당 권영길 의원실 정책보좌관을 지낸 뒤 2011년부터 청년유니온에서 상근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고 사무처장은 노동운동가 출신의 사회복지사. 비정규직 사회복지사로 조합 활동을 병행한다. 대담은 5월 7일 동아일보사 충정로사옥에서 진행했다.
사회 세대별 노조를 결성하게 된 경위와 결성 과정을 설명해달라. 두 단체 모두 노동조합(노조)으로 인정받기 어려웠다고 들었다.
양호경(이하 양) 청년 일자리라는 특화된 주제를 다루는 단체다. 즉 청년 구직자가 활동의 주축이 돼 구직자, 청년실업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구직자를 노동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청년유니온의 전국단위 노조 설립 신고를 5차례나 반려했다. 다행히 구직자를 노동자로 보는 판례가 속속 나왔고, 청년유니온은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 서울, 광주, 대전, 충북, 대구에서 지역단위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했다. 그 외 지역의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경기 지역 스포츠센터에서 일하는 헬스트레이너가 임금체불 문제를 상담해와도 구제할 수 없었다. 결국 4월 30일 전국단위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았다. 청년유니온은 노조원 700여 명과 함께 청년 구직자를 대변할 것이다.
양호경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왼쪽)과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은 경제민주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현종(이하 고)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노인 자살이 늘고 있다. 경제적 빈곤, 육체적 비관으로 자살을 택하는 것이다. 고충을 겪는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2011년 노년유니온을 구상했다. 기존 노인 단체와 달리 우리는 어르신의 노동권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대체로 노조란 이름에 거부감이 많아 노조원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노조가 갖는 이미지도 상쇄하고, 단순히 노인만의 이익이 아닌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노년운동을 하고자 유니온이란 이름을 쓰기로 했다. 이름만으로도 화두를 던질 수 있겠다 싶었다. 사실 청년유니온을 보면서 일자리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우리 세대를 위한 조직을 만들어야겠다는 영감을 얻었다.
노년유니온은 청년유니온의 이미테이션 격이다(웃음). 지난해 7월 복지시대시니어주니어노동연합(노동유니온 전신)을 만들고 10월 1일 노인의 날에 고용노동부에 노조 설립신고서를 냈다. 하지만 구직자를 구성원으로 하자 반려돼, 공공근로를 하면서 월 20만 원 급여를 받는 노인 13명을 노조원으로 내세워 노조로 인정받았다. 노조원들이 노조에 거부감이 있어 한국노총, 민주노총 같은 상급단체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앞으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감시·단속적 근로자(경비원) 같은 노인들을 대변할 생각이다.
양 우리도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았다. 청년 목소리를 독자적으로 내는 것이 의미 있다고 판단했다. 상급단체에 소속했다고 해서 실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사회 법안 통과로 정년이 60세로 연장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법안을 둘러싸고 세대 간 시각차가 있는 듯하다. 청년들은 내 일자리를 빼앗긴다고 여기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나.
양 정년 60세 연장법에 거부감을 갖는 청년은 거의 없다. 이러한 갈등 구도는 언론이 만들어낸 것 같다. 대기업에 취업한 친구들은 당장 자신이 정년 혜택을 받을 것이라 여기고, 취업 못한 친구들은 그 혜택을 부모님이 받아 자신들 부담감이 줄어든다고 본다. 그럼에도 언론에서 이 문제를 세대 갈등으로 풀어가는 건 청년과 노인 일자리가 그만큼 열악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 법안을 계기로 정년이 진짜 연장되면 좋겠다. 현실에서는 40대 중·후반에 승진하지 못해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흔치 않은가.
고 여기서 청년들이 대단하다는 것이 증명된다. 통 큰 생각이다. 어르신들은 정년 60세 연장법이 통과되자 미안함을 느낀다. 어떤 분은 자신이 청년 일자리를 뺏고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죄책감에 일을 포기해 빈곤해지면 급기야 자살을 택할 수도 있다. 불필요하게 감정을 소모하지 말고, 청년 일자리와 노인 일자리의 영역을 구분하면 어떨까. 가령 청년들이 대형마트 주차요원으로 일하는데 그런 업무는 노인이 맡고 청년들은 더 생산적인 파트에서 일하면 어떨까. 세대별 임무를 재배치하면 상생할 수 있다고 본다.
임금피크제 실시하면 살기 힘들어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
양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같은 경제단체는 대다수 기업이 아닌 몇몇 기업을 대변할 뿐이다. 전경련 인사들과 사석에서 만났는데 “정년 연장이 되면 청년 일자리가 없어지므로 청년들이 나서서 싸워야 한다”고 설득하더라. 그런 말을 들으니까 화가 났다. 정작 안정적인 일자리는 줄이면서 어떻게 그런 주장을 펼 수 있나.
고 순전히 엄살이다. 전경련 같은 단체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전경련이 미덥지 않다. 전경련이 제공하는 재계 은퇴자 컨설팅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유용하지 않았다. 그분들은 체계적인 조직에서 능력을 발휘해 그런지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는 사람들을 컨설팅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노인들이 일자리를 가져가면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건 정부가 만들어낸 프레임 같다. 먼저 경제민주화부터 이행해달라. 중소기업이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졌어도 대기업이 독식하는 사회에서는 살아나기 어렵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고용창출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덮고 갈 수 없다. 고용이라는 파이 자체를 키워야 한다. 파이가 작으면 싸울 수밖에 없다. 또한 여기서 더 나아가 정년이란 개념 자체가 없어지면 좋겠다.
사회 아예 정년을 없애자는 말인가.
고 본래 60세 정년 의무제는 독일 비스마르크가 국민 평균수명이 45세일 때 만든 것이다. 지금은 수명이 더 길어졌으니 정년을 더 늘려야 하지 않나. 국민 평균수명을 감안하면 정년이 85세는 돼야 한다. 이를 법제화하는 건 무리일 수 있지만 적어도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노동시장에 머물게 해야 한다. 노동자 스스로 업무 강도와 성격 등에 비춰 노동 여부를 판단하게끔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서구권에는 정년이 없는 나라가 많다. 일본만 해도 정년이 65세로, 우리보다 상황이 낫다.
양 정년을 없애는 것에 찬성한다. 일하고 싶은 사람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법안을 계기로 정년 폐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 좋겠다.
사회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양 임금피크제에 반대한다. 당사자들 역시 정년이 연장되더라도 월급이 깎이는 것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호봉제가 엄격하게 적용돼 직급 간 임금 격차가 크다는 문제점이 있다. 내 주변에도 “일은 내가 다 하는데 월급은 상사가 훨씬 더 많이 받는다”면서 불평하는 청년이 많다. 특히 억대 연봉을 받는 상사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하지만 노하우가 있는 상사는 그만한 대우를 받을 만하다. 영화 ‘전설의 주먹’을 보니 젊은 PD가 끙끙대고 있을 때 노하우가 많은 국장이 팁을 주는 장면이 나오더라.
다만 지금 같은 호봉제를 유지하는 건 곤란하다. 직급 상승에 따라 임금이 껑충 뛰는 호봉제는 손봐야 한다. 노동계에서 우리가 이런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욕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부분은 논의돼야 한다. 생산성을 산출할 기준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연차에 따라 임금을 올려주는 것인데, 단지 나이를 역량 평가의 기준으로 보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역량과 경력 등을 감안해 대우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일본도 연봉제가 완화되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나라는 1명이 100명, 1000명을 먹여살린다는 논리가 있기 때문에 임금 격차가 큰 것 같다. 시급 4860원을 받고 일하는 사람은 능력보다 더 많은 대우를 받는 것으로 여기고, 최고경영자가 10억, 20억 받는 건 당연하다는 논리가 통용돼 안타깝다.
세대가 함께하는 일자리 창출기관 필요
양호경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사회 그렇다면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 어떤 생각을 해야 하나.
고 지금 있는 일자리를 어떻게 나누느냐가 아니라, 일자리 자체를 늘려야 한다. 현 상태에서 논의하면 임금피크제 등으로 논의가 좁혀질 수밖에 없다.
양 일자리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일자리가 그렇게 없을까. 대기업 중심의 구조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불안정한 일자리만 양산하고 있는 건 아닌가. 우리나라는 일자리는 부족하지만 일 자체는 엄청나게 많은 나라다. 일하는 사람은 너무 많이 일하는 것이다.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이 그만큼 고용을 창출하는지 의문이다.
고 노인들이 일자리를 찾는 이유를 점검해야 한다. 평생 일하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그런데 일해야 하는 노인이 너무 많다. 경비, 지하철택배, 거리 청소, 폐지 수거 노인들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다닐 정도로 자기 일을 부끄러워한다. 일하면서도 인생 막장이라고 느껴 자식에게도 숨긴다. 노인의 노동문제는 여러 면에서 조명해야 한다.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말 일하고 싶어서 일하는 노인은 소수다. 할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려고 일하는 것이다. 손자를 명문대에 보내려면 할아버지 재력이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나. 쉬고 싶지만 자식들은 결혼 못하고, 손자 손녀가 취업 못하면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야겠다는 생각에서 일한다.
양 스웨덴은 퇴직하면 오히려 임금을 더 많이 받는 효과를 얻는다고 한다. 연금을 받는 데다 세금이 줄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은 평생 일하지 않으면 살기 힘들다.
사회 정년 60세 연장법 통과로 노조가 강력한 대기업 생산직은 혜택을 받고, 사무직은 별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고 그럴 개연성도 있다.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다. 현재 생산직 임금은 사무직의 70% 수준이다. 그러므로 그 자체만으로 판단해 편 가르기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단 정년 연장으로 인한 혜택을 골고루 받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선거에서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렇다면 그 대안을 차근차근 만들어가야 한다. 각 세대가 일자리를 함께 창출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어달라.
양 특정 직군이 그 혜택을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법을 계기로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 다양한 영역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30대부터 50대까지 일하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그 이후 연령대도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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