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이 임박하던 2월 초 인터넷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한 편이 미국에서 논란이 됐다. 게시자 이름이 북한 인터넷매체 ‘우리민족끼리’인 동영상이었다. 북한이 올린 이 동영상은 한 소년이 꿈속에서 우주여행을 하며 캐논 카메라로 지구를 촬영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 동영상 뒷부분이 문제였다. ‘아메리카 어디에선가 검은 연기도 보입니다’는 한글 자막과 함께 성조기와 뉴욕 맨해튼이 화염에 휩싸인 것. 이어서 ‘아마 강권과 전횡, 침략전쟁만을 일삼던 악의 소굴이 제가 지른 불에 타는 모양입니다’라는 한글 자막이 나타났다.
미국 언론은 당시 임박한 북한 핵실험보다 이 동영상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2월 5일자에서 이 동영상 속 내용을 자세히 전했다. 북한 광명성 인공위성에 빗대어 “북한은 맨해튼 없는 광명세상을 꿈꾼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폭스뉴스’는 “뉴욕이 미사일 공격을 받아 잿더미가 된 자극적인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젊은 북한 남성이 뉴욕 같은 대도시를 파괴하는 꿈을 꾸는 황당한 영상이 북한 핵실험 위협 속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미국 하원 군사위 산하 전략군 소위원회 마이클 터너 위원장은 이를 “뉴욕 폭격 비디오”라고 칭하면서 북한 위협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이런 파문 속에서 북한은 또다시 2월 19일 ‘미국의 덕이다’라는 제목으로 동영상 하나를 올렸다. 이번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군이 화염에 휩싸인 모습이 담겨 있었다.
상호 불신의 재생산 구조
이 동영상은 북한이 스스로를 이성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전 세계인이 공유하는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렸다는 것은 북한 내부용이 아니라는 뜻이다. 세계와 공감하지 못하는 북한의 자기만족적 체제 선전은 미국 여론이 북한에 등을 돌리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북한은 미국을 제국주의 침략자로 바라보기 때문에 이런 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을 국민도 먹여 살리지 못하는 실패한 불량국가라고 본다. 이런 점을 북한과 미국 사이에 존재하는 불신과 대립 원인으로 판단한다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과 같다. 미국인은 대부분 북한을 ‘덜 문명화한 나라’로 여긴다. 북한에 불쾌감을 갖는 동시에 북한을 무시와 조롱 대상으로 삼는다.
악마와도 대화할 수 있다. 그러니 ‘제국주의 침략자’와 ‘실패한 불량국가’가 대화하는 것은 어색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무시와 조롱’ 대상과 대화하는 일은 쉽지 않다. 거기에 불쾌감까지 있다면 더 어렵다. 북한이 북·미 대화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데, 미국이 이를 회피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엄밀히 말하면, 동영상 속 불타는 맨해튼 모습은 북한이 맨해튼을 공격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미국을 공격한 사실을 북한이 연출했을 뿐이다. 하지만 미국인에게 그런 구분은 의미가 없다. 미국인은 북한이 언제든 맨해튼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정상적이고 덜 문명화한 북한이라는 인식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북한에 대한 불쾌감은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선거(대선) 후보 시절 북한과 대담하게 대화하면서 당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오바마 집권 1기에는 미국과 북한 간 대화가 부시 행정부 시절보다도 적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9년 4월 5일 체코 프라하에서 ‘핵 없는 세계’라는 그의 원대한 이상을 담은 연설을 하기로 돼 있었다.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미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프라하 연설을 앞둔 새벽에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새벽에 이 보고를 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크게 당황했다고 한다. 그리고 북한이 위성 발사라고 거듭 주장했음에도 미사일 발사라고 규정해버렸다.
많은 전문가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직후 대북정책을 신속히 재검토하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는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대북협상을 후순위로 미뤄버렸다. 이후 오바마 정부는 북한의 반복된 협상 패턴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북한 2차 핵실험 이후인 2009년 5월 로버트 게이츠 당시 미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사용하는 전술을 누구나 잘 안다”면서 “같은 말(horse)을 두 번씩 사는 것은 지겹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북한에 대해 사실상 무시정책을 펼친 것은 프라하 연설 직전 북한이 감행한 장거리 로켓 발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북한은 로켓 발사의 효과를 높이려고 오바마 대통령의 프라하 연설 일을 디데이(D-Day)로 잡았다. 하지만 역효과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오바마 정부를 테스트한다고 가슴속 깊이 새겼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가진 북한에 대한 불쾌감은 여기서 비롯됐다. 이런 불쾌감이 북한에 대한 불신을 낳았고, 결국 오바마 정부의 소극적 대북정책으로 이어졌다.
오바마와 케리의 대화 신호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통과로 2013년 3월 한반도는 전운이 감도는 일촉즉발 상황으로 내달리고 있다. ‘강 대 강의 대결’‘말의 전쟁’‘끝을 알 수 없는 치킨게임’으로 묘사되는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대화 첫 단추를 꿰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3월 13일 “(북한과 대화는)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함으로써 시작할 수도 있고, 미사일 실험을 끝냄으로써 시작할 수도 있다.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신뢰 있는 조처는 많다”고 강조했다. 언뜻 평범한 발언처럼 보인다. 긴장이 한껏 고조되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발언 행간에 담긴 의미는 남다르다. 미국 대통령이 대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존 케리 신임 미 국무부 장관의 발언과 정확히 일치한다. 케리 장관은 3월 5일 북·미 대화를 위해서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고, 핵실험을 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당신(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 그러한 회담으로 초청하라”고 덧붙였다.
케리 국무부 장관은 미국 조야에서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베트남전쟁 포로였던 그는 미·베트남 수교에 앞장서기도 했다. 오랫동안 상원 외교위원장을 역임하면서 북·미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국무부 장관에 취임한 후 북한 핵실험이라는 위기국면을 맞은 그는 ‘대화’를 긴장 완화 수단으로 조심스럽게 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케리 장관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미국 대북정책이 대화로 이동할 것임을 시사한다.
대화는 성공할 수 있을까
미국이 대화 가능성을 열기 시작한 것은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가 취임한 이후 북·미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능력은 크게 신장됐다. 미국 처지에서는 북한이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일과 핵무기가 테러집단으로 확산되는 일이 양대 핵위협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2011년부터 북한 핵능력과 전략이 이런 방향으로 간다고 판단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1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당시 중국 주석에게 “북한의 잠재적 공격으로부터 ‘미국 국토(American Soil)’를 보호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을 방문한 로버트 게이츠 당시 미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한정된 능력을 5년 안에 개발할 개연성이 있다”고 발언했다. 2011년 초부터 오바마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상향 평가했다. 그 때문에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위협을 제거하려는 시도를 했던 것이다.
당시 오바마 정부는 대화를 위한 여건을 마련하려고 대북 식량지원을 검토했다. 로버트 킹 미국 대북인권대사가 2011년 5월 말 국무부 산하 미국국제개발처(USAID)의 존 브라우스 부국장과 함께 북한을 방문해 인도지원 방법에 대한 협상을 개시했다. 이렇게 시작한 협상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 하루 전인 2011년 12월 16일 킹 인권대사와 이근 북한 외무성 미주국장이 북·미 대화 재개를 합의하는 데 이른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과 2012년 북한의 두 차례 장거리 로켓 발사로 본격적인 대화는 시작도 못 한 채 2013년을 맞이한 것이다.
“북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은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 북한 3차 핵실험 직후 오바마 대통령은 이렇게 밝혔다.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ODNI) 국장도 3월 12일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은 ‘미국’과 동아시아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증언했다. 미국 대통령과 미국 정보기관 최고책임자가 북한 핵무기 및 미사일이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인식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군사적 대응이다. 북한 핵위협에 대처하려고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핵미사일을 장착한 잠수함을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에 파견했다. 미국 본토를 방어할 수 있는 미사일방어체제(MD)도 점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케리 국무부 장관의 발언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미국 국가 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대화 수단을 병행한다는 것이다. 위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작한 대화, 하지만 거기에는 상대에 대한 불쾌감이 가슴 깊이 자리 잡고 있다. 과연 대화는 성공할 수 있을까. 미국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면서 미국 NBA 스타 데니스 로드먼을 초청한 북한 측 행보가 미국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그런데 이 동영상 뒷부분이 문제였다. ‘아메리카 어디에선가 검은 연기도 보입니다’는 한글 자막과 함께 성조기와 뉴욕 맨해튼이 화염에 휩싸인 것. 이어서 ‘아마 강권과 전횡, 침략전쟁만을 일삼던 악의 소굴이 제가 지른 불에 타는 모양입니다’라는 한글 자막이 나타났다.
미국 언론은 당시 임박한 북한 핵실험보다 이 동영상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2월 5일자에서 이 동영상 속 내용을 자세히 전했다. 북한 광명성 인공위성에 빗대어 “북한은 맨해튼 없는 광명세상을 꿈꾼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폭스뉴스’는 “뉴욕이 미사일 공격을 받아 잿더미가 된 자극적인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젊은 북한 남성이 뉴욕 같은 대도시를 파괴하는 꿈을 꾸는 황당한 영상이 북한 핵실험 위협 속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미국 하원 군사위 산하 전략군 소위원회 마이클 터너 위원장은 이를 “뉴욕 폭격 비디오”라고 칭하면서 북한 위협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이런 파문 속에서 북한은 또다시 2월 19일 ‘미국의 덕이다’라는 제목으로 동영상 하나를 올렸다. 이번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군이 화염에 휩싸인 모습이 담겨 있었다.
상호 불신의 재생산 구조
이 동영상은 북한이 스스로를 이성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전 세계인이 공유하는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렸다는 것은 북한 내부용이 아니라는 뜻이다. 세계와 공감하지 못하는 북한의 자기만족적 체제 선전은 미국 여론이 북한에 등을 돌리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북한은 미국을 제국주의 침략자로 바라보기 때문에 이런 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을 국민도 먹여 살리지 못하는 실패한 불량국가라고 본다. 이런 점을 북한과 미국 사이에 존재하는 불신과 대립 원인으로 판단한다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과 같다. 미국인은 대부분 북한을 ‘덜 문명화한 나라’로 여긴다. 북한에 불쾌감을 갖는 동시에 북한을 무시와 조롱 대상으로 삼는다.
악마와도 대화할 수 있다. 그러니 ‘제국주의 침략자’와 ‘실패한 불량국가’가 대화하는 것은 어색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무시와 조롱’ 대상과 대화하는 일은 쉽지 않다. 거기에 불쾌감까지 있다면 더 어렵다. 북한이 북·미 대화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데, 미국이 이를 회피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엄밀히 말하면, 동영상 속 불타는 맨해튼 모습은 북한이 맨해튼을 공격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미국을 공격한 사실을 북한이 연출했을 뿐이다. 하지만 미국인에게 그런 구분은 의미가 없다. 미국인은 북한이 언제든 맨해튼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정상적이고 덜 문명화한 북한이라는 인식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북한에 대한 불쾌감은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선거(대선) 후보 시절 북한과 대담하게 대화하면서 당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오바마 집권 1기에는 미국과 북한 간 대화가 부시 행정부 시절보다도 적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9년 4월 5일 체코 프라하에서 ‘핵 없는 세계’라는 그의 원대한 이상을 담은 연설을 하기로 돼 있었다.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미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프라하 연설을 앞둔 새벽에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새벽에 이 보고를 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크게 당황했다고 한다. 그리고 북한이 위성 발사라고 거듭 주장했음에도 미사일 발사라고 규정해버렸다.
많은 전문가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직후 대북정책을 신속히 재검토하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는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대북협상을 후순위로 미뤄버렸다. 이후 오바마 정부는 북한의 반복된 협상 패턴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북한 2차 핵실험 이후인 2009년 5월 로버트 게이츠 당시 미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사용하는 전술을 누구나 잘 안다”면서 “같은 말(horse)을 두 번씩 사는 것은 지겹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북한에 대해 사실상 무시정책을 펼친 것은 프라하 연설 직전 북한이 감행한 장거리 로켓 발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북한은 로켓 발사의 효과를 높이려고 오바마 대통령의 프라하 연설 일을 디데이(D-Day)로 잡았다. 하지만 역효과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오바마 정부를 테스트한다고 가슴속 깊이 새겼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가진 북한에 대한 불쾌감은 여기서 비롯됐다. 이런 불쾌감이 북한에 대한 불신을 낳았고, 결국 오바마 정부의 소극적 대북정책으로 이어졌다.
오바마와 케리의 대화 신호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통과로 2013년 3월 한반도는 전운이 감도는 일촉즉발 상황으로 내달리고 있다. ‘강 대 강의 대결’‘말의 전쟁’‘끝을 알 수 없는 치킨게임’으로 묘사되는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대화 첫 단추를 꿰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3월 13일 “(북한과 대화는)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함으로써 시작할 수도 있고, 미사일 실험을 끝냄으로써 시작할 수도 있다.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신뢰 있는 조처는 많다”고 강조했다. 언뜻 평범한 발언처럼 보인다. 긴장이 한껏 고조되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발언 행간에 담긴 의미는 남다르다. 미국 대통령이 대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존 케리 신임 미 국무부 장관의 발언과 정확히 일치한다. 케리 장관은 3월 5일 북·미 대화를 위해서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고, 핵실험을 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당신(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 그러한 회담으로 초청하라”고 덧붙였다.
케리 국무부 장관은 미국 조야에서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베트남전쟁 포로였던 그는 미·베트남 수교에 앞장서기도 했다. 오랫동안 상원 외교위원장을 역임하면서 북·미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국무부 장관에 취임한 후 북한 핵실험이라는 위기국면을 맞은 그는 ‘대화’를 긴장 완화 수단으로 조심스럽게 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케리 장관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미국 대북정책이 대화로 이동할 것임을 시사한다.
대화는 성공할 수 있을까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오벌오피스`.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1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당시 중국 주석에게 “북한의 잠재적 공격으로부터 ‘미국 국토(American Soil)’를 보호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을 방문한 로버트 게이츠 당시 미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한정된 능력을 5년 안에 개발할 개연성이 있다”고 발언했다. 2011년 초부터 오바마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상향 평가했다. 그 때문에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위협을 제거하려는 시도를 했던 것이다.
당시 오바마 정부는 대화를 위한 여건을 마련하려고 대북 식량지원을 검토했다. 로버트 킹 미국 대북인권대사가 2011년 5월 말 국무부 산하 미국국제개발처(USAID)의 존 브라우스 부국장과 함께 북한을 방문해 인도지원 방법에 대한 협상을 개시했다. 이렇게 시작한 협상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 하루 전인 2011년 12월 16일 킹 인권대사와 이근 북한 외무성 미주국장이 북·미 대화 재개를 합의하는 데 이른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과 2012년 북한의 두 차례 장거리 로켓 발사로 본격적인 대화는 시작도 못 한 채 2013년을 맞이한 것이다.
“북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은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 북한 3차 핵실험 직후 오바마 대통령은 이렇게 밝혔다.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ODNI) 국장도 3월 12일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은 ‘미국’과 동아시아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증언했다. 미국 대통령과 미국 정보기관 최고책임자가 북한 핵무기 및 미사일이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인식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군사적 대응이다. 북한 핵위협에 대처하려고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핵미사일을 장착한 잠수함을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에 파견했다. 미국 본토를 방어할 수 있는 미사일방어체제(MD)도 점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케리 국무부 장관의 발언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미국 국가 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대화 수단을 병행한다는 것이다. 위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작한 대화, 하지만 거기에는 상대에 대한 불쾌감이 가슴 깊이 자리 잡고 있다. 과연 대화는 성공할 수 있을까. 미국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면서 미국 NBA 스타 데니스 로드먼을 초청한 북한 측 행보가 미국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