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8

..

프리미엄 미니 소비族 아십니까

고소득 싱글 소비 트렌드 덕분에 알차고 비싼 것 전성시대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trendhitchhiking@gmail.com

    입력2013-03-11 09:2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프리미엄 미니 소비族 아십니까

    ‘프리미엄 미니’ 제품으로 인기를 끄는 대우일렉트로닉스 ‘미니’. 벽에 걸 수 있는 3kg 소용량 세탁기다.

    1인 가구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싱글족 마케팅’도 활발해지고 있다. 연간 50조 원으로 추산되는 1인 가구 소비를 잡으려고 업계는 치열히 경쟁 중이다. 그중 요즘 1인 가구가 ‘꽂힌’ 소비 트렌드는 뭘까.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작아도 알차고 비싼 프리미엄 미니’다.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가전제품은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기존 제품 크기를 줄이거나 기능을 간소화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내놓았다. 최근엔 다르다. 크기는 작지만 가격은 결코 저렴하지 않은 싱글족 대상 전자제품이 화제다. 고소득 싱글족을 겨냥한 것이다.

    이런 변화가 나타난 배경에는 최근 싱글이 1인 가구를 결혼 전 거치는 일시적 단계라고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 자리한다. 결혼을 포기하거나 아주 늦은 나이에 고려하는 장기적 1인 가구가 늘어났고, 그들이 비싸고 좋은 프리미엄 미니 전자제품을 선호하는 것이다.

    요즘 가전시장 히트상품 가운데 하나인 대우일렉트로닉스 벽걸이 드럼세탁기는 용량 3kg으로 전형적인 ‘프리미엄 미니’ 제품이다. 별도 설치 공간 없이 주방이나 다용도실, 욕실 등 벽에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 상대적으로 작은 공간에 사는 1인 가구 마음을 사로잡았다. 바닥이 아닌 벽에 붙여놓아 층간 소음에 영향을 덜 주는 점도 매력 요인으로 꼽힌다. 밤늦게 퇴근하고 와서도 빨래를 돌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제품은 기존 드럼세탁기보다 세탁시간이 짧고, 물과 전기 사용량도 적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가격. 15kg 드럼세탁기에 비해 세탁용량은 1/5 수준이지만 가격은 1/2 수준이다. 심지어 10kg대 드럼세탁기보다 3kg 용량 벽걸이 드럼세탁기가 더 비싼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월 3000대 이상씩 팔린다고 한다.

    특명! 1인 소비 가구를 잡아라

    프리미엄 미니 소비族 아십니까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하는 1인 가구를 겨냥한 각종 즉석 및 반조리식품이 인기다. 동원F&B의 ‘양반죽’ 시리즈(위). 유통업계에서는 각종 소포장 제품을 내놓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990원’ 채소 제품들.

    ‘프리미엄 미니’가 작지만 비싼 이유는 최고급 모델에 적용한 기능을 대거 채택했거나 싱글족에 특화시킨 새로운 기능을 넣었기 때문이다. 가전시장에서 삼성전자, LG전자라는 빅2에 밀리던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상대적으로 싱글 시장에 더 먼저 관심을 기울였다. 크기는 작되 디자인이 세련되고 기능을 강화한 전자레인지, 냉장고 등을 내놓아 인기를 끌자 프리미엄 미니 가전 라인업을 계속 확대해나고 있다. 최근엔 대형 프리미엄 가전에 집중하던 삼성전자, LG전자도 싱글족 시장에 속속 진입하는 추세다. 중소 가전업체는 1인 가구용 압력밥솥이나 식기세척기 부문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런 현상은 가전뿐 아니라 가구를 비롯한 다른 소비재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형 건설사가 싱글족을 위한 고급 주거시설에 관심을 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작고 싼 것보다 작지만 알차고 비싼 것 전성시대다.

    두 번째로 살펴볼 것은 편의점에서 장보는 사람 증가와 소포장 제품 확대다. 1인 가구는 대형마트에서 카트 가득 장을 보지 않는다. 대용량을 집에 쌓아두는 것보다 그때그때 필요한 물건을 수시로 사는 게 1인 가구의 구매 경향이다. 집에 대형 냉장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 쓰기에 많은 물건이 필요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1인 가구로서는 편의점에서 간단히 장보는 것이 훨씬 편하다. 편의점 업계는 고객 절반 이상이 2030세대고, 그중 상당수가 1인 가구라고 분석한다.

    편의점 체인 CU에 따르면, 750g 용량 미니 세탁세제가 최근 2년 사이 연평균 45% 매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대형마트에선 대개 2kg 이상 제품이 팔리는 것과 비교하면 용량 차이가 뚜렷하다. 이 때문에 요즘 편의점에서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상품을 크게 늘리고 있다.

    삼각김밥이나 각종 도시락, 샌드위치 같은 간편식품도 1인 가구가 편의점을 찾는 주된 이유다. 최근 반조리식품이나 간편식품이 편의점 매대에서 점점 넓은 자리를 차지하는 이유도 1인 가구가 편의점을 쇼핑공간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들은 좀 더 싸고 간단한 먹을거리와 일상 소비를 지향한다. 편의점은 이 밖에도 온라인 쇼핑 물건을 대신 수령해주는 ‘픽업서비스’와 택배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정상비약을 판매하는 등 일상에서 필요한 것 가운데 안 되는 게 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1인 가구 서비스 분야를 왕성하게 키워나가고 있다. 이제 편의점은 ‘24시간 문을 연 슈퍼마켓’에서 진화해 24시간 쇼핑허브이자 라이프스타일 지원센터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자기계발 열망 사교육도 급성장

    요즘은 대형마트에서도 1인 가구를 겨냥한 소포장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추세다. 2010년까지 10kg 이하 쌀 포장 제품 비중이 전체 21.2%였던 이마트에서 2012년에는 같은 제품 비중이 32.1%로 늘었다. 롯데마트도 전체 쌀에서 10kg 포장 제품 비중이 2012년 전년에 비해 47.1% 늘었다. 5kg 제품도 41.3% 많아졌다. 최근엔 1kg 단위로 포장한 쌀도 판매한다. 대형마트는 대용량 제품을 값싸게 판매하는 곳이라는 과거 ‘상식’이 1인 가구 증가로 바뀐 셈이다.

    유통시장에서 1인 가구 증가는 편의점 위상 강화로 이어지고, 이는 유통업계가 SSM(Super Super Market·기업형 슈퍼마켓)을 통해 골목 상권에 진출하는 이유와도 무관치 않다. 일상에 더 가깝게, 더 편리하게, 더 작은 단위로 소비하고자 하는 것이 1인 가구 소비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 1인 가구의 외로움과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보안 서비스, 시간을 절약하게 해주는 잔심부름서비스, 이들이 더 즐겁게 놀 수 있도록 해주는 관련 비즈니스에도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뮤지컬 등 공연 및 전시 시장이 급성장하고, 해외여행과 명품 소비가 늘어난 배경에는 소비 여력이 높아진 1인 가구 힘이 자리한다. 미래를 준비하고자 하는 싱글족의 자기계발 열망에 따른 사교육 시장 성장세에도 관심을 가져볼 일이다. 소비는 돈과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이 더 많이 할 수밖에 없다. 골드미스와 골드미스터, 자발적 싱글 등 1인 가구는 요즘 업계에서 돈과 시간, 여유를 가진 가장 매력적인 소비자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