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직장인 93%는 BYOD족으로 나타났다.
김수진(25) 씨는 회사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보험사 영업사원. 올해부터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업무용 태블릿PC를 지급하기로 결정했지만, 김씨는 자신의 태블릿PC를 고집한다. 캘린더, 이메일, 메모, 애플리케이션(앱) 등 다양한 항목을 스마트폰이나 개인용 컴퓨터(PC)와 연동해 사용해야 하는데, 연동이 안 되는 다른 브랜드 PC를 사용하는 게 내키지 않아서다.
회사에서 지급하는 정보기술(IT) 기기 대신 자신의 기기로 업무를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른바 ‘BYOD족(族)’. BYOD는 원래 ‘Bring Your Own Drink’(파티에 초대받은 사람은 각자 마실 술을 가져오란 뜻)라고 쓰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 태블릿PC, 초경량 노트북 등 다양한 휴대용 기기로 어디서나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사용한다(Bring Your Own Device). 빠른 속도로 업데이트되는 최신 기능을 업무에 활용하려는 직장인이 많아지면서 최근 BYOD족이 부쩍 늘었다.
가상화, 클라우드 전문 IT기업인 VMware와 에이콘(ACORN)이 2012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지역 12개국 직장인 2100여 명을 대상으로 ‘VMware 2013 아태지역 업무환경에 대한 리서치’를 실시한 결과, 한국 직장인 가운데 자신의 모바일 기기를 업무에 활용하는 BYOD족은 93%에 달했다. 태국(99%), 중국(95%)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또한 한국 직장인은 대부분(96%) 스마트폰을 갖고 있고, 노트북(71%)과 태블릿PC(47%)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자신의 모바일 기기를 교체하거나 새로 구입한 비중은 89%에 달해 스마트 기기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외국계 증권사에 근무하는 김병혁(32) 씨는 “미국 본사와 시차가 있다 보니 실시간으로 이메일을 확인해야 해 태블릿PC를 쓴다. 고객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려고 외부에서도 바로 회사 데이터에 접속한다”고 말했다.
기업들 솔루션 개발에 박차
하지만 BYOD족이 늘면서 보안 관리와 기업 지원이라는 새로운 과제도 떠올랐다. 사용자마다 다양한 기종과 운영체제(OS)를 사용하다 보니 IT 부서에서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이성근 안철수연구소 전략제품개발실 책임연구원은 “BYOD 시대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사용자 처지에서 프라이버시 보장과 기업의 정보 보안을 고려한 정책 및 그에 걸맞은 솔루션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내외 기업도 BYOD 솔루션 개발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MWC) 2013에서 BYOD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 간 전자상거래(Business to Business·B2B) 솔루션 ‘녹스(KNOX)’를 공개했다. ‘녹스’는 개인용 모바일 기기에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사용하는 솔루션으로, 암호화한 ‘컨테이너’라는 별도 공간 안에 업무용 데이터와 개인용 데이터를 분리해 관리할 수 있어 보안 유지가 가능하다. VMware도 최근 PC, 태블릿PC 등을 이용해 회사 데이터와 앱, 데스크톱 환경에 접속할 수 있게 해주는 통합 플랫폼 ‘호라이즌 스위트(Horizon Suite)’를 출시했다.
윤문석 VMware Korea 지사장은 “한국은 BYOD족 수가 늘어나면서 개인생활과 비즈니스 경계가 불분명한 ‘BYOD 진화기’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로 인해 생산성이 증대되고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기기와 운영체제를 관리해야 하는 IT 부서의 어려움과 보안 문제는 숙제로 떠올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