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7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왼쪽)와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분수광장에서 함께 손을 들어올려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아직은 반반입니더. 요번 주말(12월 15~16일) 지나봐야 (누가 유리한지) 알 낍니더.”
부산·경남(PK) 지역 대선 여론조사 결과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50%대 지지율을 넘겨 앞서가는 가운데 문재인 후보가 30%대 초반에서 추격하는 양상이다. 동아일보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 앤 리서치에 의뢰해 12월 11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부산·경남·울산 등 PK 지역 지지율은 박 후보가 54.3%를 기록했고, 문 후보는 30.0%에 그쳤다.
안철수 합동 유세, 부산서는 ‘미풍’
12월 10일부터 11일까지 부산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도 여론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선후보에 대한 부산 시민들의 지지 여론은 ‘박근혜 대세론’이 형성된 가운데 ‘그래도 문재인’이라는 여론과 아직 지지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오리무중 표심’이 혼재돼 있었다.
문재인 후보가 4월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한 사상구에서조차 문 후보에 대한 뜨거운 지지 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추운 날씨만큼이나 차가운 반응이 많았고, 오히려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다’는 사상구 주민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사상역 부근에서 ‘숯불구이’집을 운영하는 40대 초반 여사장은 “이번에는 박근혜라예. 여성이 대통령할 때가 됐다 아입니꺼”라고 말했고, 사상구에 사는 50대 후반 택시기사도 “문재인(후보)이 국회의원 됐다 케도 해놓은 게 뭐 있느냐”며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부산 대선 민심은 ‘반반’이라며 박 후보가 부산에서 독주하지 못하리라고 내다본 시민도 적지 않았다.
“(부산은) 원래 새누리판 아인교. (박 후보가) 기본은 먹고 들어가지예. 말없이 잠자코 있는 사람 맘을 어데 알 수 있십니꺼. 뚜껑을 열어봐야 안 되겠십니꺼.”
부경대에서 서면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운전기사가 한 얘기다. 서면로터리 인근 국밥집에서 일하는 40대 후반 여성은 “아직 누구를 찍을지 결정 안 했심더. 쪼매 더 지켜볼랍니더”라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은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12월 6일 지지선언을 한 이후 표심에 변화가 나타나리라 기대하고 있다. 특히 문 후보와 안 전 후보는 12월 7일 부산에서 첫 합동 유세를 가졌다. 당시 언론보도는 “많은 인파가 운집했다”며 문·안 공동유세 효과를 긍정적으로 다룬 기사가 많았다. 그러나 유세장 풍경을 전한 언론보도와 달리 실제 부산 민심에 끼친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아 보였다.
서면 영광도서 인근에 있는 한 마트 사장은 “(후보직을) 사퇴하는 바람에 안철수 바람은 태풍이 미풍됐다 아입니꺼”라며 “(안철수 바람도) 젊은 사람에게나 있었지, 우리 같은 사람(50대)한테는 원래 영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서면에서 서부터미널로 가는 길에 만난 택시 운전기사도 “지난주에 (안 전 후보가) 왔다 카데예. 그렇게 한두 번 왔다 간다코 사람 마음이 바꿔집니꺼”라고 반문했다.
대선 여론조사 결과도 안 전 후보의 문 후보 지지가 지지율 상승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전 후보가 문 후보 지지선언(6일)을 하기 직전 리서치 앤 리서치가 12월 5일 실시한 조사에서 PK 지역 지지율은 박 후보 46.6%, 문 후보 35.7%였지만, 11일 조사에서는 박근혜 54.3%, 문재인 30.0%로 지지율 격차가 10.9%p에서 24.3%p 차로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층 투표 기권 가능성 높아
부산에서도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한 지지는 2030세대가 주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안 후보 사퇴 이후 젊은 유권자 표심은 ‘문 후보 지지 선회파’와 ‘투표 거부파’로 크게 나뉘었다. 특히 안 전 후보 사퇴에도 문 후보 지지율이 기대만큼 상승하지 못한 요인은 젊은 층의 ‘투표 포기 의지’ 때문으로 보였다.
부경대와 경성대가 나란히 자리 잡은 대학가에서 만난 20대 대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안철수 후보를 많이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후보가 사퇴했으니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겠느냐”는 물음에는 묵묵부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경대 앞 한 호프집에서 만난 여대생 3명은 “이번 대선에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물음에 “안철수 후보가 계속 나왔으면 몰라도…”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 여대생은 “안철수 후보를 좋아했는데, 안 후보가 사퇴했으면 그만 아입니꺼. 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데예”라고 반문했다. 안 전 후보를 지지했던 젊은 층 가운데 상당수가 문 후보 지지로 옮아가지 않는 것이다. 더욱이 “투표하지 않겠다”는 젊은이도 많았다. 군 제대 후 복학했다는 남자 대학생 4명은 “이번에는 투표 안 할랍니더. 찍어주고 싶은 후보가 없다 아입니꺼”라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안철수 지지자였다”고 밝혔다.
부산 롯데호텔 앞 휴대전화 판매장에서 만난 20대 초·중반 젊은이들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판매원은 “안철수 후보는 우리 처지를 잘 들어줄 것 같아 좋아했심더. 다른 후보들이야 선거 때니까 관심 있는 척하는 거 아입니꺼”라며 “맘에 드는 후보도 없는데 투표장에 왜 갑니꺼”라고 말했다.
투표율에 지지율 격차 달렸다
11월 30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부산 금정구 서동시장 에서 지지자들에게 하이파이브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안철수 지지자 가운데 투표 포기 의사를 밝힌 이들과 문재인 후보 지지로 선회한 이들은 대선 전망에서도 크게 엇갈렸다. 투표하지 않겠다는 젊은 층은 “이번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될 것 같으냐” “부산에서 어느 후보를 더 선호하는 것 같으냐”는 물음에 모두 “박근혜”라고 답한 반면, 문 후보 지지로 선회한 이들은 “아직은 반반”이라고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부산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도 “문 후보 지지율 상승에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의 한 언론사 기자는 “안철수 지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분명하지만 기대만큼 문 후보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안 후보 지지층은 2030에 치우쳤고 박 후보 지지층은 50대 이상으로 확연히 갈렸는데, 안 전 후보 사퇴 이후 2030 유권자 표심이 문 후보 지지로 바뀌기보다 투표 자체를 포기하려는 경향이 강해 문 후보 지지율 상승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 후보 지지율이 아무리 올라도 (PK에서) 40%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한 지역단체 대표도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 모두 부산 민심이 호응할 만한 지역밀착형 공약을 내놓지 못했다”며 “정책 이슈로 눈길을 잡아끌지 못하다 보니 시장, 국회의원, 시의원, 구청장을 많이 배출한 새누리당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역대 대선에 비해 여야 지지층 편차가 좁혀진 것은 사실”이라며 “결국 투표율에 따라 후보 간 유불리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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