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불법 정치자금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법원을 나서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
정치권 안팎 예상 뒤엎은 수사 착수
박씨는 3월 22일 주간동아와의 통화에서 “화요일(20일) 검찰에서 조사받았다”고 확인했다. 그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을 가진 강자가 약자에게 금품을 갈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건이 앞에서는 개혁을 외치면서 뒤로는 정치적 약자에게 돈을 갈취하는 구태를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한 대표 핵심 측근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치권 안팎의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야당 대표에게 불똥이 튈 수 있는 예민한 사건을 쉽게 수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지 않아도 한 대표와는 ‘악연’이 깊어 자칫 엄청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검찰이 고려하리라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런 예상을 뒤엎고 전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일단 “한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한 대표도 검찰 사정권 안에 들 소지가 크다. 심씨가 한 대표의 핵심 측근인 데다 박씨도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한 대표 보고 돈을 줬지, 실무자 쓰라고 줬겠느냐”고 밝혔기 때문이다. 심씨는 한 대표가 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총리로 재임할 때 총리실에서 보좌진으로 근무했고, 한 대표가 민주당 대표로 취임한 이후엔 핵심 당직을 맡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사건이 ‘민주당판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다만 박희태 국회의장의 사퇴를 불러온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용처’가 드러나 파장이 일었던 데 반해 이 사건은 ‘입구’가 드러나 문제가 된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심씨는 사전구속영장 청구 방침
이와 관련해 황영철 새누리당 대변인은 주간동아 828호를 발매한 3월 9일 “돈이 오간 시기가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 전후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우리 눈에는 민주당 역시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논평했다.
이번 수사는 전북 전주완산구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수사의뢰에 따라 시작됐다. 전주완산구 선관위는 주간동아 보도 이후, 보도 내용을 토대로 기초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3월 15일 전주지방검찰청에 수사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전인 3월 14일에는 전북 선관위 관계자가 주간동아에 전화를 걸어와 “영문 이니셜로 보도한 A씨와 S씨, H 전 의원 등의 신원을 구체적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전주지검은 돈을 주고받은 당사자가 모두 서울에 거주하고, 돈을 건넨 장소도 서울이라는 점을 감안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에 배당했고, 공안1부가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것. 검찰은 3월 20일 한 대표 핵심 측근인 심모 씨에게 돈을 건넨 박모 씨와 주변 인물에 대한 조사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3월 22일 “돈을 줬다고 주장한 박씨와 박씨를 대리해 돈을 전달한 사람, 그리고 자금을 대여해준 사람, 돈을 건넬 때 차량을 운전한 기사 등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며 “자금을 건네받은 심씨에 대해서도 소환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심씨에 대해 이르면 3월 23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 조사에서 박씨는 심씨 외에 김모 씨 등 한명숙 대표의 다른 핵심 측근에게도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심씨에게 건넨 금액이 주간동아 보도와 박씨 진술에서 차이가 있다”며 “자금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심씨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정확한 자금 규모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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