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을 뿌리고 난 뒤에 갑자기 드론이 아이들 쪽으로 내려왔습니다. 땅으로 한 번 추락하고 튕기면서 어떤 아이의 머리를 치고 다른 사람들에게 부딪쳤습니다.”
5월 5일 어린이날 오후 3시 30분. 경북 봉화군 내성천 인근에서 열린 봉화 한국과자축제장에서 대형 드론이 추락했다. 이 사고로 8세 A군 등 어린이 3명과 어른 1명이 다쳤다. 이날 행사 주최 측이 띄운 드론은 사탕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다 추락했다. 부상자들은 떨어지는 드론 날개를 피하지 못하고 얼굴과 손 등을 베인 것이다.
날아다니는 흉기, 드론 불안감 확산
아찔한 드론 사고는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 등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결혼식 장면을 찍던 드론이 신랑신부를 덮치거나, 주차장 위를 날다 전깃줄에 걸리면서 추락해 자동차를 파손시키는 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다. 무게 12kg 이상인 산업용 드론은 사람 목숨까지 앗아 가는 흉기가 될 수 있다.한국소비자원이 전국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드론에 대한 소비자 인식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0.5%는 기기 오작동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했다. 특히 드론을 사용한 적이 있는 소비자(463명) 4명 중 1명(115명)은 오작동(59.1%)과 제품 불량(46.1%)을 경험했다(복수응답)고 응답했다. 드론 사용자 5명 중 1명(20.5%)은 ‘위해사고’를 경험했고, 공원 등 야외활동 중 사고(38.9%)를 경험한 이도 상당수였다. 응답자들이 드론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것은 ‘드론 제품 안전 등급 마련과 모니터링’(32.5%)이었다.
드론 산업은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초기 정찰 및 감시 등 군사용에서 출발한 드론은 이제 산업용과 취미용으로 시장을 확대하며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시장조사 전문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드론 출하량은 약 300만 대, 전 세계 시장 규모는 60억 달러(약 6조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지난해 45억 달러(약 5조 원)보다 34.3%가 늘어난 수치다. 또한 2020년까지 드론시장은 최고 112억 달러(약 12조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드론은 크게 감시 및 정찰을 위한 군사용 드론과 사진이나 영상 촬영, 농업, 건설업 등에 사용하는 산업용 드론, 개인적 용도나 경기 등에 쓰는 취미용 드론으로 나뉜다. 취미용 드론은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디자인과 용도에 따라 다양한 제품이 등장해 시장 규모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취미용 드론의 최강자는 드론계의 애플이라 부르는 중국 DJI사다. 이 회사는 높은 기술력과 기능 대비 저렴한 가격, 그리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취미용 드론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산업용 드론은 아직까지 교통 및 운송 서비스에 집중 활용되고 있지만, 저비용으로 넓은 지역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정보 전달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회 인프라, 농업, 교통물류, 보안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드론을 활용한 서비스 시장 분야는 전 세계 약 1273억 달러(약 144조37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전 세계 산업용 드론 기업은 하드웨어를 포함해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조사 간 인수합병은 물론, 모바일 분야와 융합을 통해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드론을 제조하는 50여 개국은 지금까지 사생활 보호와 안전·안보 문제로 드론의 상업적 활용에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으나, 최근 관련 법령을 정비하는 등 시장 활성화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드론 활성화를 위해 연구개발 및 인프라 구축에 향후 10년간 1조40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려고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3월 10일 열린 ‘드론 활성화 콘퍼런스’에서 2026년까지 국내 드론시장을 2조5000억 원(세계 시장 점유율 8.5%) 규모로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4월 25일 발의된 항공안전법 개정안에도 안전 기준이 충족되고 기술력이 검증된 드론은 야간 비행 금지 규제를 풀고, 가시거리 밖 조종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군, 경찰, 세관 업무에 사용하는 경우 드론과 관련 종사자에게 특례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군과 경찰, 세관을 제외한 국가기관도 드론을 재해·재난에 따른 수색, 구조, 화재진화 등 공공목적의 긴급한 비행에 사용하는 경우 항공안전법령에서 규정하는 조종자 준수사항의 일부 규정을 예외적으로 적용 배제토록 했다.
1kg 드론 150m 추락 땐 2t 충격
드론은 초경량 비행장치로 항공법의 규제를 받기 때문에 함부로 날릴 수 없다. 드론 종류와 용도, 소유자 이름을 국토교통부에 신고한 뒤 신고필증을 받아 비행장치에 표시해야 한다. 다만 12kg 이하는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항공법(2015년 8월 기준) 제68조에 따르면 △서울 일부 9.3km, 휴전선 인근 및 기타 지정된 구역 △전국 비행장(민간공항, 군공항) 반경 9.3km 이내 △모든 지역에서 150m 이상 고도 △인구밀집지역 또는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의 상공 △일몰 후부터 일출 전까지 야간 △비행 중 낙하물 투하 및 조종자 음주 상태 △안개와 황사 등으로 시야가 좋지 않은 경우 비행을 금지한다. 이를 어길 시 2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드론을 날리기 전 스마트폰 ‘레디 투 플라이(Ready to fly)’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하면 비행금지구역인지,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 구역인지 확인할 수 있다.
박석종 한국드론산업협회 회장은 “정해진 법규 안에서 비행을 해야 하는데, 특히 인구밀집지역에서 비행은 절대 안 된다. 1kg 드론이 150m에서 추락하면 약 2t의 충격이 가해진다”며 “지금처럼 누구나 드론을 날리면 드론 사고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드론 산업 활성화 방안도 좋지만 정부는 안전에 대한 철저한 대책부터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