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각종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4월 위기설’이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회사채의 1차 만기 도래, 금리인상,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북한의 미사일 도발, 정치적 불안정 등 다양한 악재가 존재하는 탓이다.
문제는 이런 악재가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아닌 데다, 정부와 전문가들까지 나서 4월 위기설이 과장됐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장 위기가 찾아올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예고한 대로 올해 안에 두 번 더 금리를 올려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되는 연말이나 내년 초쯤 진짜 위기가 닥칠 개연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정부 또한 “알려진 이슈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리스크가 아니다. 4월 위기설은 근거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실제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실제 경제위기가 엄습했을 당시에는 ‘위기설’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어떤 전조조차 없었다. 반대로 위기설이 돌면 위기는 찾아오지 않았다. 이처럼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경제위기설은 국민을 피곤하게 한다.
오히려 위기설 탓에 내수경기가 더욱 얼어붙는 일까지 벌어진다. 그럼에도 우리 주식시장에는 4월 위기설에 이어 벌써부터 그리스 국가부채 상환 만기 도래에 맞춘 ‘7월 위기설’까지 스멀거린다. 도대체 우리나라에서 유독 경제위기설이 반복되는 것은 왜일까.
무역 의존도 높고 주력 산업 퇴조
금융권 안팎에서는 한국 경제위기설을 양산하는 배후로 주식 또는 부동산시장에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을 지목한다. 이들이 의도적으로 위기설을 유포하고 주식 또는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폭락하면 그 틈을 이용해 재빨리 자산을 사들였다, 위기설이 걷히고 가격이 다시 최고점을 찍으면 되팔아 큰 수익을 챙긴 뒤 발을 뺀다는 의혹이다. 위기설 대부분이 증권가 ‘지라시’를 중심으로 시작되고 퍼져나간다는 점도 투기세력 배후설의 근거가 된다.개발독재시대를 거쳐오면서 우리 경제에 쌓인 근본적 문제도 위기설이 반복되는 데 큰 몫을 한다. 먼저 무역 의존도가 너무 높은 개방형 경제구조가 걸림돌이다. 개방형 경제구조는 상대적으로 외풍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이 기침을 하면 우리는 독감에 걸리는 식이다.
다음은 지난 50년간 우리 경제의 기반을 지탱해온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는 점. 우려스러운 대목은 우리 정부가 이를 잘 알면서도 과거의 주력 산업을 대체할 만한 확실한 신성장동력 산업을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복되는 위기설을 조기에 잠재우는 방법은 정부와 시장 참여자들이 발 빠르게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5월 대선을 앞두고 경제 현안을 다룰 컨트롤타워는 사실상 부재한 상황. 그간 정권교체기마다 제기된 위기설은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지만 이번에는 대선이 끝나고도 차기 정부가 제대로 정착할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은 가계, 기업 등 경제주체가 각자 적극적인 위험관리로 경제 체력을 키워야 한다. 체력이 강한 사람은 웬만해서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이번 위기설을 넘기더라도 경제 체질 개선과 적절한 선제적 대응책을 세우지 못하면 위기설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미 알려진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정치권과 정부는 무엇보다 위기설을 조기에 잠재움으로써 경제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시장에서 신뢰를 되찾는 데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