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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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즐길 거리 - 영화

정우성, 조인성, 현빈… 초특급 미남 배우 총출동

한국 영화부터 블록버스터까지, 풍성한 설 영화 차림

  •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noxkang@daum.net

    입력2017-01-23 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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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니 뭐니 해도 명절 하면 영화, 설 연휴 하면 영화관이지만 올해는 여러 변수가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재미있는 뉴스다. 상대적으로 훈훈한 겨울 날씨도 영화 흥행엔 도움이 안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극장가엔 우리의 관심을 끄는 영화들이 있다. 날씨와 정국, 여느 해보다 위력적인 이 변수들을 앞둔 2017년 설 극장가를 살펴본다.



    조인성·정우성이냐 현빈이냐

    명절엔 역시 한국 영화다. 이번에도 새해가 밝으면서 가장 기대를 모은 작품이 설 연휴 개봉한다. 이름만 들어도 으리으리한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 ‘더 킹’과 ‘공조’다.

    ‘더 킹’은 말하자면 뉴스 읽어주기 같은 영화다. 검찰을 정조준했고, 실명이 안 나올 뿐 영화 속 캐릭터가 누구를 가리키는지 매우 선명하다. 바로 이 점이 ‘더 킹’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장점을 꼽자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정의로운 검찰조직을 미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조직에 권력지향적인 엘리트가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면서 그들이 권력을 통해 부수적으로 얻으려 하는 게 무엇인지, 그 내면을 인수분해하듯 낱낱이 드러내는 게 이 영화의 강점이다.

    내용 못지않게 눈길을 사로잡는 건 주인공들의 면면이다. 이젠 중년배우로서 제대로 한몫하는 정우성과 꽃미남 조인성이 함께 등장한다. 과연 누가 주연일까 궁금할 정도로 두 배우의 필모그래피나 인지도, 인기는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두 배우는 이 작품에서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배성우, 김아중의 활약도 볼만하다. 오랜만에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배우들의 합이 잘 맞는 작품이다. 현실 뉴스가 주지 못하는 쾌감을 선사하는 데도 성공했다. 지지부진한 현실과 달리 압축적이고 화끈한 결말을 보여주니 말이다.



    약간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더 킹’은 ‘내부자들’같이 철저한 사실주의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보다는 ‘울프 오브 더 월 스트리트’처럼 흥청망청 과장된 포즈로 위장한 작품 쪽에 가깝다. 영화라는 매체 자체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이 변주가 흥미로울 수 있다. 그러나 일 년에 서너 번 극장을 찾는 관객이라면 그 위악이 조금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경쟁작 ‘공조’의 주연은 지난해 ‘럭키’를 통해 주연급 흥행배우로 검증받은 유해진과 오랜만에 극장에서 만나는 현빈이다. ‘공조’는 남북 분단이라는 소재에 허구를 가미한 영화다. 제목처럼 이 영화 속에서 남한 형사(유해진 분)와 북한 공작원(현빈 분)이 공동 목적을 위해 잠시 오월동주한다. 유해진이 주연을 맡은 데서 알 수 있듯 ‘공조’는 액션에 힘을 주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유머러스한 농담과 코미디에도 무게를 실었다. 그것이 고스란히 장점이면서 단점이 된다. 유해진의 전작 ‘럭키’가 빤하고 조금은 상투적인 웃음을 담았음에도 의외로 성공했듯, 이 영화 역시 가볍게 웃긴다는 점에서 관객을 무장해제시킬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것이 무척 전형적인 웃음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 영화계에서 남북문제를 다룬 영화와 버디물은 꽤 괜찮은 흥행 카드로 인정받아왔다. 이런 장르의 기원 격인 ‘쉬리’부터 ‘의형제’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이르기까지 꽤 많은 작품이 관객으로부터 공감과 지지를 얻었다. 단, 정색하고 보기에 ‘공조’는 제작사인 JK필름 특유의 슬랩스틱 유머가 세련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현빈이 ‘용의자’ 공유나 ‘의형제’ 강동원 이상의 매력을 보여줄 것인지도 관심 요소 중 하나다.

    설 연휴 극장가에는 아이와 함께 볼만한 영화들도 있다. 특히 이번 연휴에 상영하는 애니메이션은 재미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수준이 높아 눈길을 끈다. 아이와 함께 극장에 간 부모가 “아이 덕에 정말 좋은 애니메이션을 봤다”고 말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이다.



    “이 ‘애니’는 어른이 더 봐야 해”

    처음으로 꼽을 작품은 이미 흥행에 성공한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다. 개봉 첫 주에 관객을 100만 명 이상 동원한 이 영화는 재관람 열풍이 시작되고 2차 패러디물 제작도 인기를 끌고 있어 설 연휴를 맞은 가족의 ‘필람 목록’이 될 듯하다.

    동일본 대지진의 상흔을 애니메이션적 상상력으로 치유하는 과정이 세월호 침몰 같은 큰 사고를 경험한 우리에게 공감을 주기도 하고, 유체이탈이나 영혼 교체 같은 동양적 판타지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미국 디즈니의 역작 ‘모아나’도 볼만하다. ‘겨울왕국’ 이후 최고 애니메이션으로 평가받는 ‘모아나’는 미국 문화의 변방이라 할 수 있는 하와이를 배경으로 삼았다. 저주에 걸린 섬 모투누이를 구하려고 족장의 딸 모아나가 전설의 영웅 마우이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주토피아’의 쥬디, ‘겨울왕국’의 안나처럼 용감하고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무엇보다 ‘모아나’에서 눈에 띄는 건 픽사, 디즈니 특유의 환상적인 색감과 이미지다. 섬을 배경으로 한 만큼 바다와 다양한 해양 문화가 작품 속에 무척 많이 등장하는데, 바다와 물의 이미지가 지금까지 봐온 그 어떤 애니메이션보다 환상적이고 놀랍다. ‘겨울왕국’처럼 뮤지컬 영화라는 점도 흥미롭다. 어쩌면 모든 아이가 ‘Let It Go’를 부르던 2014년처럼 ‘모아나’의 주제가를 흥얼거릴지도 모를 일이다.

    설 연휴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에는 ‘어쌔신 크리드’와 ‘레지던트 이블 : 파멸의 날’이 있다. ‘어쌔신 크리드’는 암살자 집안의 후예 칼럼 린치(마이클 패스벤더 분)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암살자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리옹 코티야르나 마이클 패스벤더 같은 배우들의 믿을 수 있는 연기력과 웅장한 스케일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게임 원작 특유의 난해함과 개연성 부재가 숙제로 남았다.  

    ‘레지던트 이블 : 파멸의 날’은 언제나 위기를 맞고, 언제나 해결하는 ‘그녀’ 앨리스(밀라 요보비치 분)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화려한 액션과 게임 특유의 허구적 캐릭터가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2002년부터 시작된 이야기의 마지막 편이라는 점도 오랜 팬의 충성심을 자극한다. 여전사 밀라 요보비치의 매력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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