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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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트럼프 안보라인 매파 경계령

국가안보보좌관·CIA 국장·법무장관에 대북강경파 발탁…북·중 관계는 오히려 협력 강화

  •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r

    입력2016-11-29 11: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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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단행한 2차 인사는 국내외 안보를 담당하는 핵심 안보라인에 대표적 ‘매파 트리오’를 배치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이 법무부 장관에,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마이크 폼페오 하원의원이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각각 발탁됐다. CNN은 이들 3명에 대해 “타협을 모르는 국가안보주의자들로, 트럼프 행정부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달리 국가안보를 보수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무부 장관에 발탁된 세션스 의원은 트럼프 이상으로 불법이민에 강경해 인종주의자로까지 불리곤 했다. CIA 국장에 기용된 폼페오 의원은 국가안보를 위해 감시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트럼프 시대의 CIA는 각종 공작과 정책 수립에도 상당 부분 관여하면서 과거 막강 파워를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폼페오 의원이 한 북한 관련 강경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북한은 광신 정권, 이란과 북한은 악마의 파트너십”이라고 언급하는가 하면, “전 세계에는 여러 위협이 있지만 제일 위에 북한이 있다”면서 “군사적 옵션 외 ‘비운동성 무기’(레이저, 전자기파, 극초단파 등) 기술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된 플린 전 국장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DIA 국장을 지내면서 오바마의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대책이 소극적이라고 비판해 대장 승진을 못 하는 등 강경한 소신 때문에 충돌이 잦았다.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 이슈 등 대외 안보를 책임지는 ‘외교·안보의 총사령탑’이란 점에서 특히 우리에게 관심의 대상이다. 트럼프는 플린 전 국장에 대해 “군사와 정보 분야 최고 전문가로, 우리 행정부에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플린 전 국장은 11월 17일 트럼프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첫 회동을 할 때도 배석할 만큼 트럼프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미국 언론은 플린 전 국장이 역대 최강 국가안보보좌관이 되리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플린 전 국장은 군에서 빈틈없는 정보 전문가이자 직설가로 명성을 쌓았다. 33년 군생활 동안 정보와 특수전 분야에서 주로 근무했고, 특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상대로 테러전쟁을 수행하면서 작전과 정보를 통합한 전술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플린 국장이 재임 중이던 2013년 4월 DIA는 ‘북한은 더는 핵·미사일 폐기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플린 전 국장은 11월 18일(현지시각) 미국을 방문한 조태용 국가안보실 제1차장 일행을 만난 자리에서 “핵심 동맹인 한미동맹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위협이 커졌다”고 지적하면서 “북핵 문제를 우선순위로 다뤄나가겠다”고 언급했다. 플린 전 국장은 이에 앞서 지난달 중순 일본 도쿄를 방문해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현 북한 체제를 앞으로도 오래도록 존속하게 해선 안 된다”며 “북한은 매우 위험한 나라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 뭐든지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김정은과 경제적 거래를 할 생각은 없다. 중국은 북한 문제에 좀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며칠 뒤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남에서는 “북한은 50년 전보다 훨씬 위험한, 극단적으로 위험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에 대해서는 “핵능력을 축적할 뿐 줄이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북한의 핵능력을 제거하는 노력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北, 제네바회담 계기 적극적 메시지

    폼페오 의원, 플린 전 국장에 이어 또 한 명 주목할 만한 강경파 인사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국방부 장관으로 유력시되는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군사령관이다. ‘광견(mad dog)’으로도 불리는 매티스 전 사령관은 사병으로 입대해 4성 장군까지 오른 전설적 인물이다. 2004년 가장 치열했던 이라크 팔루자 전투 지휘로 유명한 그는 오바마의 군사정책이 우유부단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매티스 전 사령관을 만나 IS와 북한 문제 등을 논의했다. 트럼프는 다음 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국방부 장관으로 검토되는 ‘광견’ 제임스 매티스 장군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진정한 장군 중 장군’이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의 2차 인사를 즈음해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북한과 미국의 트랙2(민간채널 접촉) 대화가 진행됐다. 11월 17일부터 19일(현지시각)까지 북한 현직 관료들과 미국 전직 관료들이 비공식 대화를 가진 것. 북한에서는 장일훈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 국장 등 4명이, 미국에서는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 운영자인 조엘 위트 연구원과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 등 4명이 참석했다. 최 국장과 위트 연구원은 2012년 8월 싱가포르에서도 만난 적이 있다. 위트 연구원은 1995년 미국 국무부 북한 담당관을 지내는 등 클린턴 행정부에서 대북 문제를 담당했고, 아인혼 수석연구원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비확산 군축담당 특별고문으로 대북제재 등을 맡았다.

    이번 회담 이후 위트 연구원은 “지금까지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하면서 북한은 20개가량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정부에서는 새로운 접근법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트럼프 임기 초반 북한과 직접 협상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11월 22일(현지시각) 위트 연구원 등이 시사월간지 공동기고문을 통해 이처럼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위트 연구원은 이 기고문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 개발 포기를 위해 중국을 통해 압력을 넣으려 했지만 북한은 미국을 조롱했다. 중국에 의존하지 말고 북한과 직접 협상하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대화가 성공하지 못할 경우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며 ‘선(先)대화 후(後)제재’를 제안했다.

    제네바 회담을 계기로 북한은 그동안 침묵을 깨고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적극적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서세평 주스위스 북한대사관 대사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주한미군 등 남한의 모든 군사력을 철수하고 평화협정을 맺으러 나온다면 1990년대 했던 것처럼 북·미 관계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철수 주장은 그동안 북한이 계속 제기해온 것이지만 트럼프가 선거유세 기간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해 북한이 이와 연결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서 대사는 “오바마 정부의 대화 부족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핵탄두 경량화를 허용했다”고 주장하면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에 대해서는 “최고지도자의 결정에 달렸다”고 말했다.  

    북한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11월 18일 트럼프의 대통령선거 공약을 호평했다. 조선신보는 ‘트럼프는 선거 기간 야비하고 차별주의적인 발언으로 비난받았지만 그의 공약이 중요하다’면서, “남의 나라 일에 간섭하지 말자” “세계 경찰 노릇을 할 필요가 없다” 등 트럼프의 공약을 거론하며 ‘아주 상식적이고 타당한 주장’이라고 평가했다.

    다음 날인 11월 19일 조선중앙통신은 ‘미국은 구태의연하게 북한 적대시 정책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대세 흐름과 정세 발전에 부합되게 대북정책을 조정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한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이 서울 강연에서 한 “대북 선제타격론은 위험하고 바보스러운 결정이 될 것”이라는 발언을 언급하며 ‘북한이 일방적으로 핵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틀 뒤인 11월 21일 북한 외무성은 “미국의 항시적인 핵위협으로부터 우리의 국가와 제도를 보위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로 핵무장의 길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달라진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똑바로 보고 시대착오적인 북한 적대시 정책과 우리에 대한 핵위협을 철회할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것만이 모든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된다”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은 다음 날에도 미국을 향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할 것을 거듭 요구했다. 제네바 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에 “과거와 다른 대북정책을 펼치라”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는 형국이다.



    더욱 긴밀해지는 北·中 관계

    우리 국회의원들도 11월 중순 3박5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캠프의 주요 인사를 만나 한반도 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국회 동북아 평화협력 의원외교단은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한 제재부터 대화까지 다양하게 시도하며 변화를 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트럼프 측은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실질적으로 북한 핵능력을 증강했고, 결국 성공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결론 내리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은 북핵 문제를 단순한 한반도 문제라기보다 본인들의 문제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향후 북·중 관계와 관련한 미국의 한 연구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VOA 방송은 11월 21일(현지시각) 미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가 공개한 연례 보고서를 전했다. 이 보고서는 ‘유엔의 제재에도 북·중 간 밀접한 경제관계가 가까운 시일 내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노동자의 해외 송출이 최근 북한의 새로운 외화 획득 수단으로 떠올랐다’면서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 수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11월 19일 중국 신화통신은 ‘훈춘시 취안허(圈河)통상구와 함경북도 나선시 원정리통상구 사이 두만강을 가로지르는 신두만강대교가 완공돼 북·중 교역의 새로운 인프라 구실을 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공사 2년 2개월 만이다. 신화통신은 또 ‘신두만강대교는 훈춘에서 북한 나선경제특구로 진입하는 주요 통로라는 점에서 북·중 경제무역 협력이 진일보하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시대를 앞두고 북·미와 북·중 관계는 긴장 고조와 협력 강화라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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