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자리를 가도 대통령 탄핵 이야기가 화제다. 그런데 정작 탄핵 절차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탄핵소추권은 국회가 갖고 있으며, 심판은 헌법재판소 몫이다. 양원제 의회 국가인 미국은 하원이 소추하면 상원이 심판한다. 우리 국회의 권한이 조금 적은 형태다.
헌법 제111조 1항과 헌법재판소법 제2조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법률의 위헌 여부 △대통령 탄핵 △정당 해산, 국가기관 등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 △헌법소원에 관한 최종 판단을 내리는 국가기관이다. 대통령 탄핵은 재적 국회의원 과반수 발의와,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한다(헌법 제65조 2항). 매우 엄격한 요건이다. 우리는 이미 대통령 탄핵소추 경험이 있다. 국회는 물론이고 최종 심판기관인 헌법재판소가 또다시 관심 대상으로 떠오른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인 전원이 하나의 재판부를 구성하는 특수한 형태다(헌법재판소법 제22조 1항). 법률의 위헌, 대통령 탄핵, 정당 해산,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 등을 결정하려면 재판관 6인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헌법 제113조 1항, 헌법재판소법 제23조 2항). 심리를 진행하는 경우에도 최소 7인이 참여해야 한다(헌법재판소법 제23조 1항). 따라서 사정이 있어 2명이 궐원해 재판관이 7명이 되는 경우 1명이라도 불참하면 심리를 진행할 수조차 없다.
재판관 임기는 6년(헌법 제112조 1항)이지만 궐원이 있으면 그때마다 새로 충원해 재판관마다 임기가 다를 수 있다. 현재 2017년 1월 31일과 3월 13일 각각 임기가 만료되는 재판관이 있다. 후임자가 충원되지 않으면 7명만 남는다. 만약 이 상태에서 1명만 자진 퇴임하면 심리 자체가 열리지 못해 대통령 탄핵 결정이 불가능하다. 식물 헌법재판소가 되는 셈이다.
재판관을 충원하는 절차도 특수하다. 대통령이 3인, 국회가 3인, 대법원장이 3인을 지명한다(헌법 제111조 3항). 국회의 경우 여당이 1인, 야당이 1인, 여야 합의로 1인을 결정하는 것이 관행이다. 결국 집권 여당이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그런데 이때 ‘지명’이라 함은 의무가 아닌, 어디까지나 권한이므로 강제할 수 없다. 지명하지 않으면 해당 자리는 계속 궐원으로 유지된다. 궐원에 대비한 규정은 없으며, 어느 경우에도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는 심판을 하려면 6인이 찬성해야 한다. 만약 3월 이후까지 탄핵 재판이 계속되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퇴임한 2명의 후임 재판관이 지명되지 않으면 남은 재판관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탄핵이 결정되는 셈이다.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하면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중지되고(헌법재판소법 제50조), 헌법재판소 심리가 진행된다. 당사자가 변론 기일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다시 기일을 잡지만 그때도 출석하지 않으면 궐석으로 진행한다(동법 제52조). 탄핵소추안이 이유 있다고 판단되면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다(동법 제53조 1항).
헌정사가 그리 길지 않은 우리에게 또다시 대통령 탄핵이 거론되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또한 헌법재판소 재판관 궐원 문제를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지금까지 이를 정비하지 못한 것도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