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미국 대통령선거(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함으로써 미국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발효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일 중심으로 12개국이 합의한 TPP를 내년 1월, 자신의 임기 만료 전까지 의회 승인(비준)을 받아내겠다는 계획을 사실상 포기했다. 일본은 이미 중의원에서 TPP 비준안을 통과시켰지만, 14일 열린 참의원 TPP특별위원회에서는 여야가 열띤 논쟁을 벌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참의원 TPP특별위원회 답변에서 “TPP 탈퇴를 주장하는 트럼프가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며 “일본에서라도 국회 비준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하지만 제1야당인 민진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간사장은 11월 14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쏘아붙였다. “트럼프도, 미 공화당 간부도 TPP는 가망이 없다고 하는 마당에 오늘 아베 총리의 답변은 하무하게 들린다. 미국이 빠진 TPP 발효는 ‘존 레넌이 빠진 비틀스’와 같다. 의미가 없다.”
TPP는 2015년 10월 5일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호주, 캐나다, 멕시코, 싱가포르 등 12개국이 5년 반을 넘기는 논의 끝에 미 애틀랜타에서 체결한 협약으로, 올해 2월 4일 뉴질랜드에서 공식 서명이 이뤄졌다. 일본은 노다 요시히코 정권 때인 2011년 11월 11일 긴 고심 끝에 TPP 교섭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노다 총리는 하와이 주 호놀룰루에서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36.3%를 차지하는 지역의 안전보장을 책임질 글로벌 경제권을 만들자’는 구상을 전해들은 뒤 TPP 참가 의향을 더욱 분명히 했다. 당시 TPP 협정에서 일본이 빠진다면 이는 ‘폴 매카트니가 빠진 비틀스’라는 농담이 회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기에 아베 총리는 참의원 TPP특별위원회 답변에서 연일 “TPP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외무부 한 간부도 “트럼프 정권은 1~2년 끌다 결국 TPP를 승인할 가능성이 있다. TPP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애써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는 이번 선거유세 기간 줄곧 미국 우선(중심)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내걸었다. 트럼프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대미무역에서 미국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일본에게 ‘보복관세’를 매길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
일본은 현재 수입쇠고기에 38.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심지어 수입쌀에는 778%라는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다. 그야말로 철벽방어인 셈이다. 일본 정부는 또 무역 상대국으로부터 농축산물 수입이 급증할 경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해 관세를 더 올릴 수도 있다.
트럼프는 일본 때문에 미국 제조업이 쇠퇴를 거듭했고 미국인 고용도 줄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자동차업계가 치명타를 입었다는 게 트럼프의 생각이다. 실제로 일본은 미국 자동차업체에 자동차 부품을 대량 수출하면서 자동차 부품 판매액의 6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또한 일본 마쓰다는 멕시코 자동차공장을 가동하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에 따라 관세 제로(0) 상태로 미국에 차를 수출해왔다. 그렇기에 트럼프는 미국이 나프타에서 탈퇴할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만약 트럼프의 행동이 구체화된다면 마쓰다 역시 대대적인 해외 전략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은 일본 자동차에 2.5%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여차하면 38%라는 높은 관세를 매길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런 무역 마찰을 피하려면 일본도 미국 농축산물에 부과하는 관세를 대폭 내려야 하는데, 일본에서는 정치 세력화된 전국농업협동조합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기에 아베 정부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또 트럼프는 아베노믹스가 유동성 완화에 의한 ‘엔저(円低)’를 유도해 수출산업을 키우려는 것을 두고 일본은 ‘환율조작국’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더욱이 트럼프의 경제정책(트럼프노믹스) 역시 달러 약세를 기반으로 하기에 아베노믹스와 트럼프노믹스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주일미군 주둔 경비는 약 112억 달러(약 13조1000억 원)로, 이 가운데 미국 측이 55억 달러, 일본 측이 57억 달러를 부담하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 통계). 이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참의원 TPP특별위원회에서 주일미군 주둔 경비는 미·일 간 적절한 부담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트럼프 주장에 일단 거부 의사를 밝혔다. 또한 아베는 이러한 의중을 트럼프에게 신속히 전달하고자 11월 17일 각국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트럼프를 만나기 위해 미국 뉴욕으로 날아갔다. 이날 아베 총리는 북한의 도발 행위와 중국의 해양 진출이 두드러지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평화 및 안정을 위해서는 강고한 미·일 동맹이 불가결하다고 호소하며 미·일 관계의 가치와 중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가 끝내 마음을 돌리지 않을 것에 대비해 새로운 국가 전략도 짜놓았다. 바로 러시아와 협력이다. 수출시장에서 러시아가 비록 미국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수준밖에 충족하지 못해도 일본이 몇 년 동안 러시아와 잘 지내면 미국이 다시 일본 쪽으로 돌아오리란 계산이다. 그렇기에 현재 일·러의 접근 속도는 무척 빠르다. 일본은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자국으로 초청해 아베 총리의 고향인 야마구치현에서 회담을 열고 일·러 경제협력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제1야당인 민진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간사장은 11월 14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쏘아붙였다. “트럼프도, 미 공화당 간부도 TPP는 가망이 없다고 하는 마당에 오늘 아베 총리의 답변은 하무하게 들린다. 미국이 빠진 TPP 발효는 ‘존 레넌이 빠진 비틀스’와 같다. 의미가 없다.”
TPP는 2015년 10월 5일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호주, 캐나다, 멕시코, 싱가포르 등 12개국이 5년 반을 넘기는 논의 끝에 미 애틀랜타에서 체결한 협약으로, 올해 2월 4일 뉴질랜드에서 공식 서명이 이뤄졌다. 일본은 노다 요시히코 정권 때인 2011년 11월 11일 긴 고심 끝에 TPP 교섭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노다 총리는 하와이 주 호놀룰루에서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36.3%를 차지하는 지역의 안전보장을 책임질 글로벌 경제권을 만들자’는 구상을 전해들은 뒤 TPP 참가 의향을 더욱 분명히 했다. 당시 TPP 협정에서 일본이 빠진다면 이는 ‘폴 매카트니가 빠진 비틀스’라는 농담이 회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의 관세 철퇴, 방어 가능할까
아베 정부는 아베노믹스의 성장전략으로 TPP를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트럼프의 ‘TPP 이탈 선언’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아베 정권은 TPP가 무사히 출범하면 그 파급 효과로 GDP가 13조6000억 엔(약 146조6000억 원)가량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GDP 상승은 아베노믹스 성공의 주요 요소이기도 하기에 아베 총리의 실망은 더욱 클 것이다.그렇기에 아베 총리는 참의원 TPP특별위원회 답변에서 연일 “TPP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외무부 한 간부도 “트럼프 정권은 1~2년 끌다 결국 TPP를 승인할 가능성이 있다. TPP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애써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는 이번 선거유세 기간 줄곧 미국 우선(중심)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내걸었다. 트럼프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대미무역에서 미국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일본에게 ‘보복관세’를 매길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
일본은 현재 수입쇠고기에 38.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심지어 수입쌀에는 778%라는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다. 그야말로 철벽방어인 셈이다. 일본 정부는 또 무역 상대국으로부터 농축산물 수입이 급증할 경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해 관세를 더 올릴 수도 있다.
트럼프는 일본 때문에 미국 제조업이 쇠퇴를 거듭했고 미국인 고용도 줄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자동차업계가 치명타를 입었다는 게 트럼프의 생각이다. 실제로 일본은 미국 자동차업체에 자동차 부품을 대량 수출하면서 자동차 부품 판매액의 6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또한 일본 마쓰다는 멕시코 자동차공장을 가동하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에 따라 관세 제로(0) 상태로 미국에 차를 수출해왔다. 그렇기에 트럼프는 미국이 나프타에서 탈퇴할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만약 트럼프의 행동이 구체화된다면 마쓰다 역시 대대적인 해외 전략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은 일본 자동차에 2.5%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여차하면 38%라는 높은 관세를 매길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런 무역 마찰을 피하려면 일본도 미국 농축산물에 부과하는 관세를 대폭 내려야 하는데, 일본에서는 정치 세력화된 전국농업협동조합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기에 아베 정부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또 트럼프는 아베노믹스가 유동성 완화에 의한 ‘엔저(円低)’를 유도해 수출산업을 키우려는 것을 두고 일본은 ‘환율조작국’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더욱이 트럼프의 경제정책(트럼프노믹스) 역시 달러 약세를 기반으로 하기에 아베노믹스와 트럼프노믹스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에서 첫 회동
한편 트럼프는 주일미군 주둔 경비를 두고도 일본이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물론 트럼프가 당선 축하 전화를 해온 아베 총리에게 “미·일 관계는 탁월한 파트너십으로, 앞으로도 특별한 양국관계를 더욱 강화해나가고 싶다”고 밝혔지만, 일본이 주일미군 주둔 경비를 전액 부담해야 하며 일본 방위는 일본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트럼프의 태도가 쉽게 변할 것 같지 않다. 핵과 미사일로 위협하고 있는 북한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는 일본이고, 그만큼 일본은 공포를 느낄 것이므로 일본 스스로 자국의 안전보장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선거유세 기간 중 나왔다.올해 주일미군 주둔 경비는 약 112억 달러(약 13조1000억 원)로, 이 가운데 미국 측이 55억 달러, 일본 측이 57억 달러를 부담하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 통계). 이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참의원 TPP특별위원회에서 주일미군 주둔 경비는 미·일 간 적절한 부담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트럼프 주장에 일단 거부 의사를 밝혔다. 또한 아베는 이러한 의중을 트럼프에게 신속히 전달하고자 11월 17일 각국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트럼프를 만나기 위해 미국 뉴욕으로 날아갔다. 이날 아베 총리는 북한의 도발 행위와 중국의 해양 진출이 두드러지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평화 및 안정을 위해서는 강고한 미·일 동맹이 불가결하다고 호소하며 미·일 관계의 가치와 중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가 끝내 마음을 돌리지 않을 것에 대비해 새로운 국가 전략도 짜놓았다. 바로 러시아와 협력이다. 수출시장에서 러시아가 비록 미국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수준밖에 충족하지 못해도 일본이 몇 년 동안 러시아와 잘 지내면 미국이 다시 일본 쪽으로 돌아오리란 계산이다. 그렇기에 현재 일·러의 접근 속도는 무척 빠르다. 일본은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자국으로 초청해 아베 총리의 고향인 야마구치현에서 회담을 열고 일·러 경제협력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