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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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자의 문화유산 산책

‘청명상하도’와 ‘태평성시도’

동아시아 이상도시를 그리다

  •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sjchoi5402@naver.com

    입력2016-10-14 17: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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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0년 가을 상하이엑스포에서는 중국관의 긴 벽면을 가득 채운 디지털 애니메이션 ‘청명상하도’가 단연 인기였다. 베이징 고궁박물원이 소장한 북송화가 장택단(張擇端)의 풍속화를 환상적으로 재현한 것이었다. 카이펑(開封) 운하 위로 교외 풍경이 나오면서 시가지가 펼쳐진다. 각종 상품을 실은 수많은 배가 늘어선 성벽 아래로 장마당이 서 인파가 모여든다. 행상들이 분주히 오가는 속에서 흥정이 벌어지고, 상인들은 호객 행위를 하며 상점 안으로 손님을 끌어들이고 있다. 술과 밥을 파는 음식점에는 아직 때가 되지 않았지만 식객이 찾아든다. 공정한 교역을 감독하는 관리들도 행차했다. 사람들로 붐비고 활력이 넘치는 이 도시 그림은 12세기 초 북송 도시인 변경(현 허난성 카이펑)의 청명절 모습이다. 이처럼 물산이 넘치는 번화한 도시는 태평성대라는 또 다른 이상향이기도 했다. 본래 6m에 이르는 두루마리 그림이지만 원화의 700배로 확대 전시해 상하이엑스포의 성황을 기원했다.

    중국회화사에서 ‘청명상하도’는 도시를 주제로 성행한 화제였다. 명·청대 강남 중심의 상업 발달을 보여주는 독립된 화제로 유행했다. 북송 시기 장택단이 변경 시가지를 그려 관심을 모았다면, 명말 화가들은 쑤저우(蘇州)의 번화한 풍경과 강남의 풍속을 묘사한 성시도(城市圖)를 보급했다. 대중의 관심으로 갖가지 모본이 나왔다. 조선과 일본에서도 태평성대한 도시 풍경을 그린 작품이 많이 탄생했다. 조선에서는 ‘태평성시도’가 그려졌고 일본에서는 교토 풍경을 그린 ‘낙중낙외도’와 에도 번화가를 그린 ‘에도도’ 등이 알려졌다. 모두 기록화의 성격을 지녀 당대 사회·경제사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그림에는 성곽과 가옥 모습, 여러 신분의 인물과 번잡한 시장, 의복의 형태와 색깔, 들과 강에서 노동하는 농부, 어부 등이 나온다. 역사 기록이 전해주지 않는 다양한 실상이다.



    조선 ‘태평성시도’는 18세기 작품으로 연행사들이 가져온 ‘청명상하도’의 모사본에서 영향을 받았다. 연암 박지원은 7개의 ‘청명상하도’를 봤는데 모두 구영(仇英·?~1552)의 진본이 아니라고 했다. 작자 미상인 ‘태평성시도’는 건물이나 등장인물의 옷이 중국풍이지만 시주받는 스님이나 옷감을 파는 상인, 사람들의 놀이 모습에 조선의 풍속이 녹아든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2100명의 다양한 인물이 운집했고, 잘 정비된 도로와 하천을 준설하는 모습, 성시를 이룬 시장 풍경은 당시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10월 5일 개막한 국립중앙박물관의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특별전에 ‘청명상하도’ 진본이 왔다. 중국 랴오닝성박물관이 소장한 명나라 구영의 ‘청명상하도’가 나들이한 것이다. 상태가 좋고 묘사도 정교하다. 이와 함께 18세기 서양(徐揚·1712~1779)이 그린 ‘고소번화도(姑蘇繁華圖)’도 전시한다. 두 그림의 보험평가액은 1000억 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국보에 해당하는 중국 1급 문화재다. 19일 동안만 진본을 공개해 10월 23일까지 볼 수 있다. 이후 모두 복제본으로 대체해 11월 23일까지 전시한다. 16~18세기 그려진 한중일 3국의 작품을 한 공간에 전시해 서로 비교하며 관람할 수 있다. 이수미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은 “중국 ‘청명상하도’나 ‘고소번화도’에는 여성들이 적게 . 조선 ‘태평성시도’에는 거리에 나온 여자, 아기 업은 아낙네 등 여성이 많이 등장한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회는 도시를 주제로 한 인문학과 미술의 융합콘서트를 연상케 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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