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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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이 염화칼슘 밟으면 화상 입는다?”… 아닙니다

[황윤태의 동물병원 밖 수다] 제설제 섞인 눈 먹으면 구토나 설사할 수도

  • 황윤태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입력2026-01-0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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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반려동물이 ‘이 음식’을 먹어도 될까, ‘이런 행동’을 좋아할까. 궁금증에 대한 검색 결과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황윤태 수의사가 진료실에서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반려동물에 관한 사소하지만 실용적인 팁들을 소개한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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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은 반려견에게 설레는 계절이다. 눈이 내리면 세상 풍경과 소리뿐 아니라, 공기마저 달라진다. 반려견이 하얀 눈 위에서 뒹굴고 뛰놀며 겨울을 만끽하고 신나 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호자도 덩달아 미소 짓게 된다. 하지만 보호자의 걱정도 늘어난다. 눈 위를 뛰어다니다가 발바닥에 동상이 걸리거나 감기에 걸리진 않을까, 길가에 뿌려진 제설제 탓에 반려견이 해를 입진 않을까 염려되는 것이다. 걱정과 달리, 동물병원에서는 보호자가 예상하지 못한 이유로 내원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 겨울 산책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보호자가 알아둬야 할 몇 가지 내용을 정리해봤다.

    겨울 산책에서 보호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제설제다. “제설제를 밟으면 발바닥에 화상을 입는다”는 얘기가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국내에선 염화칼슘을 제설제로 주로 사용하는데, 도로나 인도에 뿌려놓으면 어는점이 낮아져 빙판길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염화칼슘이 물에 녹으면서 약간의 열이 발생하는 건 사실이지만, 화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다.

    신발 신고 산책하는 연습해야

    문제는 염화칼슘이 물에 녹으면서 고농도 소금물과 비슷한 상태가 된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피부엔 잠시 닿아도 큰 문제가 안 되지만, 발바닥에 미세한 상처 또는 피부에 습진이 있는 반려견은 심한 통증을 느끼거나 염증이 심해질 수 있다. 반려견에게 신발을 신기면 가장 안전하긴 하나, 신발에 적응하지 못하는 반려견도 많다. 가능하다면 평소 신발을 신고 산책하는 연습을 해두는 것이 좋다.

    또한 제설제가 섞인 눈을 먹으면 구토나 설사를 할 수 있고, 눈에 들어가면 각막이나 결막 손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니 제설제가 뿌려진 길은 가급적 피하고, 산책 후엔 발이나 배에 묻은 눈을 깨끗이 닦아줘야 한다. 반려견 안전 제설제 제품들도 시중에 나와 있으니 개인적으로 제설 작업이 필요하다면 이러한 제품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겨울 산책에서 보호자가 놓치기 쉬운 또 다른 위험 요소는 나뭇가지다. 다양한 냄새 자극을 즐기려고 이곳저곳에 코를 들이밀며 킁킁거리는 반려견이 많다. 나뭇가지에 잎이 달렸을 때는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겨울이 되면 잎이 떨어지고 가지 끝이 메말라 뾰족하고 단단해진다. 나뭇잎이 다 떨어져 돌출된 가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반려견이 꽤 있다. 그래서 겨울철 나뭇가지에 눈을 찔려 각막에 상처를 입고 내원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주둥이가 짧은 프렌치불도그, 보스턴테리어, 시츄 등에서 자주 발생한다.



    이를 예방하려면 잘 정비된 산책로를 이용하고, 반려견이 수풀 깊숙이 머리를 들이밀지 않도록 리드줄로 조절하는 것이 좋다. 산책 후 눈을 잘 뜨지 못하거나 결막이 충혈되고 눈곱과 눈물 양이 증가했다면 즉시 동물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물질이 들어간 경우 제거해야 하고, 각막에 상처가 생겼다면 통증 완화와 감염 예방을 위한 치료가 필요하다.

    급격한 온도 변화 주의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 갑자기 설사를 하는 반려견이 생긴다. 보통 설사는 식습관 문제로 생각하기 쉽지만, 겨울엔 조금 다르다. 바깥 공기가 차가운 겨울철엔 반려견 몸에서 교감신경이 항진된다. 산책 후 따뜻한 곳에 들어가면 이와 반대되는 부교감신경이 항진되는데, 교감신경에서 부교감신경으로 급격히 전환될 때 정체돼 있던 소화기관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장 운동 속도가 급격히 변하면 위장 운동에 기능 장애가 생기고, 복통이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이를 예방하려면 겨울 산책 시 보온이 잘 되는 옷을 입히고 따뜻한 낮 시간대에 나가는 것이 좋다. 산책 전 과식하거나 산책 후 지나치게 따뜻한 곳에 머물게 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핵심은 몸의 급격한 온도 변화를 줄이는 것이다. 다행히 이런 증상은 주로 초겨울에 나타나며, 추위와 환경 변화에 몸이 적응하면 겨울 중반 이후에는 대부분 사라진다.

    겨울철 또 하나 주의해야 할 것은 정형외과 질환이다. 추운 날씨에는 근육과 인대가 수축되고 유연성이 떨어져 인대 손상이나 파열이 평소보다 쉽게 발생한다. 특히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상적인 십자인대는 쉽게 끊어지지 않지만, 평소 만성관절염이나 반복적인 무리한 활동으로 인대가 일부 손상된 경우 겨울철에 완전 파열로 이어지곤 한다. 

    평소 관절에 문제가 있는 반려견이라면 관절 보조제나 관절 주사 등으로 관리해주는 것이 좋고, 산책 초반에 천천히 걸으면서 충분히 몸을 풀게 해야 한다. 최근엔 만성관절염에 따른 통증을 줄이고 관절 기능 회복을 돕는 주사 치료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잠에서 깬 직후 또는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운동 후에 다리를 떨거나 보행을 힘들어한다면 이번 기회에 수의사에게 검진을 받아보기를 권한다.

    반려견에게 산책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삶의 질을 좌우하는 시간이다. 겨울은 반려견뿐 아니라 보호자에게도 쉽지 않은 계절이지만, 제설제와 뾰족한 나뭇가지, 급격한 온도 변화를 피하고 관절 건강에 신경 쓴다면 이번 겨울에도 안전하고 즐거운 산책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황윤태 수의사는… 2013년부터 임상 수의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경기 성남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한국동물병원협회 위원을 맡고 있다. 책 ‘반려동물, 사랑하니까 오해할 수 있어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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