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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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리듬감 제로베이스원 ‘아이코닉’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5-09-1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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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 이후 6개 앨범 모두 밀리언셀러 기록을 세운 9인조 보이그룹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 웨이크원	제공 

    데뷔 이후 6개 앨범 모두 밀리언셀러 기록을 세운 9인조 보이그룹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 웨이크원 제공 

    “This iconic, electronic(디스 아이코닉, 일렉트로닉).” 아주 간단하고 단순한 라임, 쉽고도 조금은 으리으리한 말의 연속. 그래서 다소 낯간지럽지만 막상 들으면 귀에 쏙 들어온다. 9인조 보이그룹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의 신곡 ‘아이코닉(ICONIK)’ 얘기다. 이 팀은 2023년 데뷔해 지금까지 발매한 앨범 6장이 모두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재치 있고 으리으리한 K팝의 맛

    ‘아이코닉’은 여러 무드를 제법 낙차 있게 결합했다. 나직한 랩, 뉴잭스윙풍의 시원스러운 비트, 리듬앤드블루스(R&B) 스타일의 나긋나긋함 등이 차례로 등장한다. 그러나 하이라이트는 역시 미래적 느낌의 디스코 펑크로 매끄럽게 펼쳐지는 후렴이다. 메인 보컬과 백업 보컬의 주고받음, 꼭 적절할 때 귀에 감기는 일렉트릭 피아노와 왜곡된 현악기 샘플, 이따금 꿈틀대듯 퉁겨대는 베이스 등이 아주 좋은 리듬감을 구사하면서 한 덩어리로 뭉쳐 시원하게 달려 나간다. 이 같은 매력은 마지막 후렴에서 더 크게 맛볼 수 있다. 변주되는 테마와 여러 겹으로 겹쳐지는 보컬 화음, 짜릿한 보컬 솔로 등이 가세함으로써 한층 더 아찔해진다.

    1절 후렴에 들어서기 전에도 재미있는 대목이 있다. “They say ordinary, no legendary, extraordinary” 부분이다. 내용은 가볍고 라임도 단순하다. 하지만 보컬 뒤에 속도감 있게 따라붙어 ‘후루룩’ 흘러가는 듯한 리듬감을 잘 살려낸다. 부인하기 어려운 쾌감을 주는 말맛이다.

    1절 뒤 훅도 인상적이다. 이 부분은 처음 들으면 2절로 넘어간 것처럼 들린다. 그리 짧지 않게 느껴지는, 그리고 그만큼 만족감을 주는 후렴 뒤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말하는 목소리 샘플이 비트를 한 번 멈춘 뒤 시작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통 이럴 때는 비교적 촘촘한 멜로디나 랩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곡은 여기서 거의 브레이크에 가까운 연출을 한다. 탄탄하고 긴장감 있는 비트에, 멜로디 악기를 전부 제거한 채 보컬 솔로와 코러스만 등장한다. 뮤직비디오에서도 댄스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목소리를 솔로까지 포함해 점점 더 쌓는다. 이를 마무리하는 모티프 “What we do is ICONIK”은 아주 직선적이면서도 기분 좋게 휘어잡는 리듬을 입가에 만들어낸다. 몇 번쯤 더 굳이 찾아가 듣고 싶은 매력적인 파트다.

    뮤직비디오는 우주여행을 묘사한 듯한데, 제로베이스원 멤버들은 일상복을 입거나 진공청소기를 들고 있다. 날렵하고 터프해 보이는 라이더 복장도 등장한다. 청소하다 말고 오토바이에 오르는 정도의 캐주얼한 마음으로 우주여행을 하는 인물을 표현한다고나 할까. 황당하고 으리으리한 이런 ‘K팝 맛’ 속에 자신감 넘치는 기세가 돋보인다. 그 기세를 엔진 삼아 화려하고도 감칠맛 나는 리듬감으로 활강하는 멋진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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