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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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성과 제일주의의 두 얼굴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가 먼저다

성과급제 정착 위해선 변화에 대한 구성원의 지지와 동기부여 필수

  • 임효창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hrm@swu.ac.kr

    입력2016-07-15 17:5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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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사회적으로 성과주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기존 연공 중시 임금체계가 갖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성과급제가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2010년 호봉제 비율이 76.2%에서 5년 뒤인 2015년에는 65.1%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연봉제는 62.7%에서 74.5%로 증가했다. 연공을 기반으로 한 호봉제를 연봉제로 바꿀 때 성과급을 강화하는 기업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성과급제는 근로자가 높은 성과를 달성하도록 유도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제도다. 성과급제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은 성과급제 긍정적 측면을 중시하며 도입을 고려하지만, 한편으로 이미 성과급제를 도입한 기업들은 지나친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구성원에게 피로감을 주고 팀워크를 해친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 성과급제 역시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갖고 있다. 그렇다면 각 기업이 구성원들로부터 지지를 얻으면서 안정적으로 성과급제를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를 위해서는 먼저 기업들이 임금의 기능이 무엇인지라는 근본적인 질문부터 던져야 한다.



    구성원들의 임금제도 숙지는 필수 

    성과급으로 대표되는 성과주의 임금체계는 ‘고성과자에 대한 보상, 저성과자에 대한 불이익’이 원칙이다. 열심히 일해 높은 성과를 낸 사람에게는 높은 보상을 주고, 게으르게 일하거나 성과가 낮은 사람에게는 처벌적 성격의 낮은 보상을 주자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100여 년 전 서구에서 처음 등장했다. 차별성과급제는 성과급이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돕고, 열심히 일한 근로자에게는 소득 향상의 기회를 제공하는 긍정적 효과를 지녔다는 점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이후 저성과자나 미숙련공의 처우 문제가 대두됐고, 결국 그들에게도 적정 임금을 줘 생계를 유지하는 데 지장이 없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새롭게 등장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1954년 미국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목표에 의한 관리(MBO) 방식의 성과 측정을 산업계에 제안했다. 이는 관리자와 부하직원이 함께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 정도에 따라 임금을 차별적으로 주자는 것이다.

    서구에서 오랫동안 시행된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임금체계 변화 과정을 정리하면 1970년대까지는 나이를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연공급(근속연수에 따라 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임금 형태)과 비성과급이 주를 이뤘다. 80년대에도 연공급을 기준으로 약간의 개인성과급을 지급했다. 90년대에는 연공급과 함께 개인의 잠재능력을 인정해 임금을 주는 직능급을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약간의 개인성과급이 더해졌다.



    1990년대 말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성과주의 임금체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연공급과 직능급을 기준으로 하되, 개인성과급과 집단성과급 등 성과급 지급이 더욱 확대됐다. 이렇듯 임금체계는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해왔다. 임금체계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성과급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하려면 기업 상황에 따라 운영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이것이 기본이다. 성과 측정이 용이한 직무와 그렇지 않은 직무에 대한 성과 평가는 분명 달라야 한다. 팀워크를 중시하는 기업은 집단성과급 비중을, 개인 간 경쟁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키우는 회사는 개인성과급 비중을 높여야 한다. 지나친 경쟁이 오히려 회사 분위기를 저하한다고 판단될 때는 성과급 비중을 낮춰야 할 것이다.

    또 다른 기본은 성과급제를 도입하기 전 반드시 직원들의 동기부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선 구성원 스스로 자신에게 적용되는 평가제도와 임금제도가 어떤 형태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아무리 제도가 합리적이어도 직원들의 충분한 이해가 없다면 제도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은 구성원들이 임금제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성과주의 임금체제의 성공 여부는 구성원들이 가진 생각, 즉 기업문화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가 변화를 지지하는가

    그렇다면 성과급제 도입에 대해 구성원들의 지지를 얻으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변화 관리에 있다. 변화 관리란 구성원들에게 변화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함으로써 그들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내는 과정이다. 성과급제와 같이 근로자의 소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경우 구성원들의 동의와 지지를 확보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변화 필요성을 설명하고, 변화로 얻게 되는 이익이 무엇인지를 충분한 설득해야 한다. 특히 구성원들의 요구와 기대를 확인하고 이를 반영한다면 제도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

    기업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려고 할 때 어느 기업이든 4개 유형을 갖게 마련이다. 4개 유형이란 변화스폰서, 변화옹호자, 변화담당자, 변화대상자다. 이들이 각자 제 기능을 해야만 성공적인 변화 관리가 일어나고 새로운 임금제도도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 변화스폰서는 최고경영자로서 변화 방향성을 제시하고 변화를 정당화하는 개인이나 그룹이다. 변화옹호자는 임원과 관리자로서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조직 발전을 위해 변화가 불가피함을 인식하는 사람들이다. 변화담당자는 실제로 변화의 실행을 책임지고 있는 부서 사람들, 변화대상자는 변화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직원들이다. 변화담당자는 변화스폰서와 변화옹호자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제도가 근로자와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변화대상자에게 알려야 한다. 변화 관리의 성공 여부는 변화대상자가 결국 제도를 얼마나 수용하느냐에 달렸다.  

    성과급제는 좋은 제도도, 나쁜 제도도 아니다. 성과급제 도입으로 구성원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기업 경쟁력이 강화되면 좋은 제도다. 반대로 구성원들이 평가의 공정성을 의심하고 제도를 수용하지 않아 조직에 대한 신뢰가 낮아진다면 적어도 그 기업에게는 나쁜 제도다. 임금체계 변화는 단순히 제도 도입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회사 기여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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