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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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은 알고리즘이 말해준다

[김상하의 이게 뭐Z?] “난 대학 시절 묵찌빠를 전공했다”는 묵찌빠 밈 Z세대에 인기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4-04-2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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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유행을 알기 쉬워진 요즘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알고리즘에서 반복적으로 눈에 띄는 콘텐츠가 있다면 바로 그게 유행이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에 많이 걸린다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이 특정 콘텐츠를 소비하고 이와 유사한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업 입장에선 이 같은 유행 콘텐츠를 어떻게 마케팅에 반영할지 고민일 것이다. 이번 주 기업 마케팅 담당자가 알고리즘 픽으로 만난다면 절대 지나치지 말아야 할 콘텐츠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 대학에서 묵찌빠를 전공했다고?

    최재림, 이경수 배우가 연기한 
오페라 한 장면이 최근 온라인상에서 밈(meme)으로 번지고 있다.  [인스타그램 ‘pose4cut’ 계정 캡처]

    최재림, 이경수 배우가 연기한 오페라 한 장면이 최근 온라인상에서 밈(meme)으로 번지고 있다. [인스타그램 ‘pose4cut’ 계정 캡처]

    최근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를 점령한 콘텐츠가 하나 있다. 최재림, 이경수 배우가 “난 대학 시절 묵찌빠를 전공했단 사실”이라며 노래를 부르는 오페라의 한 장면이 그것이다. 이 ‘묵찌빠’ 영상이 밈(meme)이 된 이유는 가사가 우스워서가 가장 크다. “난 대학 시절 묵찌빠를 전공했단 사실”이라는 가사 다음에 “난 묵찌빠로 유학까지 다녀왔단 사실”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이처럼 코믹한 가사에 배우들의 수준급 가창력이 더해져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다. 현재 많은 Z세대가 이 영상을 패러디하고 있는데, 그대로 패러디하기도 하지만 “난 대학 시절 간호학을 전공했단 사실”처럼 각자의 전공을 더해 새로운 영상을 만들기도 한다. 또 영상이 아니어도 가사 자체가 다양한 콘텐츠 제목으로 활용되고 있어 묵찌빠 밈을 적절히 변주한다면 유행을 잘 아는 마케터로 인정받을 것이다.

    # 유행템 ‘찐 후기’만 남기는 도로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행하는 상품을 직접 사서 써보고 후기를 남기는 ‘살림하는 도로로’. [X(옛 트위터) ‘살림하는 도로로’ 계정 캡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행하는 상품을 직접 사서 써보고 후기를 남기는 ‘살림하는 도로로’. [X(옛 트위터) ‘살림하는 도로로’ 계정 캡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광고를 일반 후기로 착각하고 물건을 구매할 때가 종종 있다. 이에 많은 사람이 ‘찐 사용 후기’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최근 X(옛 트위터)엔 SNS 유행 상품을 ‘내돈내산’ 해 써보고 후기를 남기는 계정이 실제로 생겼다. 바로 ‘살림하는 도로로’ 계정이다. 음식부터 살림 용품까지 다양한 물건을 사용해보고 10점 만점에 몇 점인지 점수를 매긴다. 도로로라는 이름은 애니메이션 ‘개구리 중사 케로로’ 속 도로로 캐릭터에서 따왔으며, 게시물 말투도 도로로와 똑같이 하오체를 사용한다.

    살림하는 도로로 계정의 좋은 점은 “좋은 걸 나누자”는 취지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상품 구매처와 가격을 모두 정리해주고 지나간 게시물을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노션에 리스트를 따로 올려주기도 한다. 또 계정 팔로어들이 저마다 사용 후기를 답글로 남기는데 그 안에서 새로운 꿀팁이 나오기도 한다. 자취생이거나 찐 후기만 골라 보고 싶은 소비자라면 팔로해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 갸루·체리·루피 피스 잇는 야구 피스

    손가락으로 야구공 모양 그림자를 만들어 사진을 찍는 ‘야구 피스’가 야구팬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유튜브 ‘뮤지컬랜드’ 채널 캡처]

    손가락으로 야구공 모양 그림자를 만들어 사진을 찍는 ‘야구 피스’가 야구팬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유튜브 ‘뮤지컬랜드’ 채널 캡처]

    프로야구 시즌이 개막했다. 야구장에 경기를 직관하러 가는 사람이 늘고 있고, 평소 야구에 관심 없더라도 나들이 삼아 야구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구단 마스코트와 사진을 찍는 기존 인증숏과는 다른 새로운 인증숏이 유행하고 있다. 손가락으로 야구공 모양 그림자를 만들어 사진을 찍는 ‘야구 피스’가 그것으로, 이미 야구팬 사이에선 화제다. 야구 피스는 두 손을 동그랗게 맞대 공 모양을 만든 뒤 검지를 아래로 떨어뜨려 무늬를 형상화하는 포즈다. 어떻게 야구공 그림자를 생각해냈는지 신박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정말 많은 것 같다.



    지난해 ‘갸루 피스’ ‘체리 피스’ ‘루피 피스’ 등 다양한 사진 포즈가 유행했는데, 야구 피스도 그 연장선으로 보인다. 프로야구 경기가 진행됨에 따라 야구 피스 인기도 더 커질 듯 하고, 그러다 보면 다른 프로 스포츠 종목에서도 비슷한 인증숏 포즈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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