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0

..

이탈리아 세리에A 독주체제 일찌감치 굳힌 인테르

[위클리 해축] 인차기 감독 지휘봉 잡은 후 가성비 높은 선수 영입과 전술 변화로 전력 강화

  • 박찬하 스포티비·KBS 축구 해설위원

    입력2024-03-09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팀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인테르)의 기세가 매섭다. 인테르는 밀라노가 연고인 유서 깊은 팀으로, 영어권 국가에선 흔히 인터밀란으로 불린다. 리그 종료까지 아직 3개월 정도 남았지만 인테르는 독주체제로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 지은 분위기다. 33년 만에 2022~2023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한 SSC 나폴리보다 흐름이 더 좋다. 올해 들어 인테르의 상승세는 더 뚜렷했는데, 3월 4일(현지 시간) 리그 27라운드까지 치른 12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이 승리 기록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수페르코파 이탈리아 우승, 그리고 스페인 라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펼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도 포함됐다.

    2009~2010시즌 3관왕 후 혼란기 끝내

    이탈리아 세리에A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의 시모네 인차기 감독. [뉴시스]

    이탈리아 세리에A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의 시모네 인차기 감독. [뉴시스]

    인테르는 지난해 6월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2022~2023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에 0-1로 패하며 상대팀의 첫 우승을 지켜봐야만 했다. 2009~2010시즌 당시 조제 모리뉴 감독과 함께 유럽 정상에 오른 지 13년 만에 다시 우승을 차지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당초 우려를 깨고 맨체스터 시티와 팽팽한 승부를 펼쳤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2000년대 이후 인테르 구단은 부침을 겪었다. 사재를 털면서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던 이탈리아 석유 재벌 마시모 모라티 회장이 떠난 후 인도네시아 사업가 에릭 토히르를 거쳐 중국 쑤닝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이 과정에서 구단은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방황을 거듭했다. 특히 임시 감독을 제외해도 12명이나 구단 지휘봉을 잡아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2009~2010시즌 3관왕(리그, 챔피언스 리그, FA컵인 코파 이탈리아 우승)에 오를 때만 해도 영원할 것 같던 ‘인테르 천하’는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우승 청부사’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2020~2021시즌에서야 비로소 리그 우승 타이틀을 되찾았다.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부활 신호탄을 쏘아 올린 인테르였지만, 한편에선 성장동력이 고갈되고 있었다. 모기업인 중국 쑤닝그룹의 사정이 어려워진 데다, UEFA의 엄격해진 재정정책도 경영 난제로 작용했다. 중계권료만으로는 큰 수익이 생기지 않는 이탈리아 리그 특성상 전력 보강에 한계가 뚜렷했다. 콘테 감독은 구단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성적을 위한 투자’만 외치다 팀을 떠났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부임한 감독이 지금까지 인테르를 잘 이끌고 있는 시모네 인차기다. 이탈리아 명공격수 필리포 인차기의 동생으로 유명했던 그는 이제 감독으로서 형보다 뛰어난 능력을 뽐내고 있다. 인테르가 인차기 감독을 택한 이유는 그가 비교적 젊으면서도 리그에서 실력이 어느 정도 검증된 데다, 연봉도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임 직후 인차기 감독은 구단 재정난 탓에 사실상 새로운 팀을 만들어야 했다. 주전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를 비롯해 크리스티안 에릭센, 아쉬라프 하키미 등 주전 여러 명이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테르는 구단 운영의 귀재로 불리는 주세페 마로타 스포츠 최고경영자(CEO) 주도로 팀 방향을 개혁했다. 우선 ‘저비용-고효율’ 선수를 찾아 나섰으며, 이적료로 거액을 쓸 수 없으니 자유계약선수 영입에 박차를 가했다. 조금씩 탄탄한 스쿼드가 갖춰지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이번 시즌 독주체제를 굳힌 선수단이 완성됐다. 심지어 이번 시즌은 지난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엔트리 가운데 절반 정도가 바뀌었음에도 팀 전력과 개인 역량, 조직력이 도리어 향상됐다.

    인테르는 주전 골키퍼 안드레 오나나, 미드필더 마르셀로 브로조비치, 로빈 고젠스 등이 이적하면서 1억3000만 유로(약 1884억 원)가량 수익을 봤다. 이들을 대신해 공격수 마르쿠스 튀랑, 마르코 아르나우토비치, 알렉시스 산체스와 미드필더 다비 클라선, 다비데 프라테시, 수비수 카를루스 아우구스투, 후안 콰드라도, 뱅자맹 파바르, 골키퍼 얀 조머 등을 영입했다.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선수진의 양적·질적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선수진 양적·질적 업그레이드 성공

    인테르의 선수 영입 목적은 전체적인 스쿼드 강화였다. 요즘 축구는 공수 전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추세다. 공격수의 수비 가담, 수비수의 공격 가담으로 각 선수에게 요구되는 체력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추가 시간 증가로 90분이 아닌 100분 시대가 열렸다. 따라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늘어난 선수 교체 카드 5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짧게 보면 각 경기 결과, 길게 보면 시즌 성적이 판가름 난다. 인테르는 주전-비(非)주전 격차를 좁힘으로써 선수 로테이션을 효율화하는 방식으로 전력 보강에 성공한 것이다.

    인차기 감독의 전술도 구단의 전력 강화 방식과 조응하고 있다. 적절한 로테이션과 기용으로 각 선수가 일정한 체력 상태를 유지하게끔 한 것이다. 그 결과 인테르 선수들은 고강도 경기를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인차기 감독은 3-5-2 포메이션을 즐겨 사용하는데, 수동적인 3백이 아닌 공격 지향적인 3백을 사용해 관중을 매료시킨다. 인테르 사이드 윙백들의 시원시원한 전진도 인상적이고, 좁은 공간에서 아기자기하게 패스를 연결하는 작업도 능숙하다. 아직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으나, 경기 도중 시시각각 변하는 인테르 선수 위치를 보고 있자면 요즘 세계 축구에서 각광받는 ‘포지셔널 플레이’가 떠오른다. 최근 축구는 ‘점유의 시대’를 지나, 특정 포메이션에 구애받지 않고 좋은 공간을 차지하는 대결로 진화했다. 다시 말해 포메이션, 포지션이라는 기존 베이스 위에서 상대팀 선수와 공, 그리고 동료 위치에 따라 각자 자리가 결정되는 것이다.

    27라운드가 끝난 현재 인테르의 성적은 23승 3무 1패다. 지금 같은 흐름이라면 2013~2014시즌 유벤투스가 기록한 승점 102점을 넘을 가능성도 크다. 이번 시즌 인테르의 리그 우승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제 관전 포인트는 인테르가 얼마나 많은 승점을 거둘지, 또한 지난 시즌 놓친 유럽 정상에 오를 수 있을지 여부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