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There For Me’는 NCT 127의 첫 시즌송 음반이다. 느긋하게 리드미컬한 동명의 타이틀곡과 좀 더 흥겨운 ‘나 홀로 집에(Home Alone)’, 애틋하고 로맨틱한 짝사랑 노래 ‘하얀 거짓말(White Lies)’ 등 3곡이 담긴 싱글이다. 템포와 무드의 차이는 있지만 3곡 모두 R&B를 기반으로 따스하고 유려한 질감을 내며, 간단하지만 짜임새 좋게 구성됐다. 예외적 사례들이 있지만, 겨울 시즌송이 팬 서비스 차원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 K팝 산업의 관례다. 그런 점에서 꽤나 풍성한 일련의 티저나 자체 콘텐츠 영상, 노래 주위로 쌓아올린 콘셉트 등 자못 힘을 주고 공을 들인 싱글이라는 인상을 준다.
어쩌면 조금 일찍 발매되는 게 좋았을지도 모른다. 우선 디지털 음원은 2023년 12월 22일 공개된 반면, 실물 CD는 27일에 발매됐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곡은 12월 26일부터는 벌써 구곡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일주일 지난 신년부터는 이미 어울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과거 빈집으로도 불리던 1월 초 K팝 음원 시장도 야심 찬 발매작들의 치열한 경쟁 장이 된 지 오래다. 크리스마스 곡들이 이르면 11월에 발매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Be There For Me‘ 발매일은 다소 촉박한 셈이다.
‘Be There For Me’는 곡 전개부가 짤막하고 금세 후렴으로 넘어간다. 덕분에 후렴을 4번이나 들려주고, 3절까지 반복한 뒤에야 곡 흐름에 극적인 변화를 주는 브리지가 등장하는 점도 이례적이다. 보통 K팝보다 구조적으로 간결한 캐럴 등을 의식한 흔적일 수도 있다. 연말 한때 소비할 노래라 빠르게 질려도 그만이라는 식의 안일한 기색은 전혀 없다. 한 가지 이유는 유쾌하고 부드러운 긴장감을 낳는 전개부 악기 편성이 포근하고, 화사한 후렴으로 넘어갈 때 해방감이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해찬과 도영을 중심축으로 이뤄지는 R&B 보컬이 전개부를 충실히 이끌고, 후렴 뒤에서 매끄럽게 날아다니는 애드리브 역시 무시 못 할 청각적 쾌감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뮤직비디오 속 만찬 테이블은 인스타그램의 간결함과 팬시함보다 고화소의 상업 사진 라이브러리에 어울리는 듯하다. 티저의 뉴스쇼와 홈쇼핑 광고, 시트콤이 미국 TV의 전형성을 차용하고 있다는 점도 많은 변화를 겪어온 K팝 산업의 보이그룹으로서 이제는 고전적으로 느껴진다. 보수적이라면 보수적이다. 하지만 그것이 단점은 아니다. 특히 연말 시즌송으로서는 따스하고 포근한 공기에 전통 보이그룹의 해사함이 좋은 배합으로 담겼다. 무난하다면 무난하면서도, 시즌 무드와 보컬의 맛을 만끽할 수 있는 기분 좋은 곡이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서도 들을 마음만 있다면 추운 겨울의 낭만과 함께할 만하다.
어쩌면 조금 일찍 발매되는 게 좋았을지도 모른다. 우선 디지털 음원은 2023년 12월 22일 공개된 반면, 실물 CD는 27일에 발매됐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곡은 12월 26일부터는 벌써 구곡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일주일 지난 신년부터는 이미 어울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과거 빈집으로도 불리던 1월 초 K팝 음원 시장도 야심 찬 발매작들의 치열한 경쟁 장이 된 지 오래다. 크리스마스 곡들이 이르면 11월에 발매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Be There For Me‘ 발매일은 다소 촉박한 셈이다.
NCT 127이 첫 시즌송 음반 ‘Be There For Me’를 내놓았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즌 무드와 보컬의 맛 만끽
‘나 홀로 집에(Home Alone)’도 시기적으로 가벼운 아쉬움을 남긴다. 넷플릭스 같은 영상 서비스를 하염없이 뒤적인다거나 “이불 위로 썰매 타” 같은 대목은 코로나19 사태로 집 안에 갇혀 지내는 이가 많던 시절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홀로 있는 쓸쓸함은 크리스마스 시즌송의 단골 레퍼토리이기는 하지만, 2년 전 발매됐더라면 어땠을까. 곡이 콘셉트적으로도 레퍼런스 삼는 고전 시즌 영화 ‘나 홀로 집에’와의 연관성과 함께 좀 더 촘촘한 즐길 거리가 됐을지 모른다.‘Be There For Me’는 곡 전개부가 짤막하고 금세 후렴으로 넘어간다. 덕분에 후렴을 4번이나 들려주고, 3절까지 반복한 뒤에야 곡 흐름에 극적인 변화를 주는 브리지가 등장하는 점도 이례적이다. 보통 K팝보다 구조적으로 간결한 캐럴 등을 의식한 흔적일 수도 있다. 연말 한때 소비할 노래라 빠르게 질려도 그만이라는 식의 안일한 기색은 전혀 없다. 한 가지 이유는 유쾌하고 부드러운 긴장감을 낳는 전개부 악기 편성이 포근하고, 화사한 후렴으로 넘어갈 때 해방감이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해찬과 도영을 중심축으로 이뤄지는 R&B 보컬이 전개부를 충실히 이끌고, 후렴 뒤에서 매끄럽게 날아다니는 애드리브 역시 무시 못 할 청각적 쾌감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뮤직비디오 속 만찬 테이블은 인스타그램의 간결함과 팬시함보다 고화소의 상업 사진 라이브러리에 어울리는 듯하다. 티저의 뉴스쇼와 홈쇼핑 광고, 시트콤이 미국 TV의 전형성을 차용하고 있다는 점도 많은 변화를 겪어온 K팝 산업의 보이그룹으로서 이제는 고전적으로 느껴진다. 보수적이라면 보수적이다. 하지만 그것이 단점은 아니다. 특히 연말 시즌송으로서는 따스하고 포근한 공기에 전통 보이그룹의 해사함이 좋은 배합으로 담겼다. 무난하다면 무난하면서도, 시즌 무드와 보컬의 맛을 만끽할 수 있는 기분 좋은 곡이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서도 들을 마음만 있다면 추운 겨울의 낭만과 함께할 만하다.